영덕 앞바다 참다랑어 1300마리 어획
TAC 쿼터 초과 상태라 전량 ‘폐기’
어종·크기 안 가리는 ‘정치망’ 조업
치어까지 씨 말려 자원 위기 가속
8일 경상북도 영덕군 앞바다에서 잡힌 대형 참다랑어 1300여 마리가 전량 폐기되는 일이 발생했다. 어민과 일부 언론에서는 총허용어획량(TAC) 내 개별 할당 어획량(쿼터)이 많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쿼터 문제를 지적하기에 앞서 이번 참다랑어를 어떻게 포획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업방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일은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와 수협 등에 따르면 이번에 잡힌 참다랑어 1300마리는 길이 1~1.5m, 무게 130~150㎏에 달한다. 앞서 6일에는 영덕 강구면 삼사리 앞바다 정치망 어장 그물에 비슷한 크기의 참다랑어 70마리가 잡히기도 했다.
어민과 언론들은 참다랑어를 폐기 처분한 이유를 ‘쿼터’에서 찾는다. 기후변화로 동해에 참다랑어가 넘쳐나는데 잡을 수 있는 양은 연간 총 1219t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번에 참다랑어를 잡은 경북 지역 쿼터는 110t이다. 이 가운데 영덕군에 배정한 쿼터는 35t이다. 그런데 올해 영덕군 참치 포획량은 100t가량 된다. 이미 세 배 가까이 초과한 것이다. 쿼터를 초과해 고기를 잡으면, 관련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민들은 쿼터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쿼터는 정부가 마음대로 늘릴 수 없다. 국제기구인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가 국가별로 참다랑어 허용 어획량(TAC)을 해마다 설정·배정하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TAC 물량을 국내 지역별로 배분(쿼터)할 뿐이다. 일정 지역 쿼터를 늘리려면 다른 지역을 줄여야 한다.
이번 사태는 쿼터보다는 조업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살필 필요가 있다. 참다랑어 1300마리가 그물에 걸려 비명횡사한 것은 지속가능한 어업 문제와도 직결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잡힌 참다랑어는 정치망에 걸렸다. 정치망은 일정한 장소에 그물을 설치해 두고 오가는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정치(定置)’라는 이름처럼 그물을 고정해 고기를 잡는다. 회유성 어종엔 치명적이다.
정치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종을 구분하지 않고 남획한다는 점이다. 이번 참다랑어 역시 고등어와 오징어를 잡기 위해 쳐 놓은 그물에 걸렸다.
그물코가 촘촘한 경우 치어(어린 물고기)까지 잡아 어족자원을 고갈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법에서 제한하는 금지체장(잡으면 안 되는 크기) 어종이나 금어기 어종 등이 함께 잡히기도 한다.
참다랑어만 놓고 보면 과잉어획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그물을 끌어 올릴 때 참다랑어가 보이면 그물 윗부분을 낮춰 바다로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그물을 걷어 올릴 때 바깥(바다 쪽) 그물을 살짝 낮춰주면 (참다랑어가) 싹 빠져나가 버린다”며 “어차피 (쿼터를 초과한 경우) 잡아도 위판이 안 돼서 판매할 수 없다. 이번에는 좁은 그물 범위에 너무 많은 (참)다랑어가 몰려와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치망이 어족자원 보호에 악영향을 미치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해당 관계자는 “현재 동·서·남해에 정치망 면허 건수가 총 476건인데, 앞으로도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다만 정치망은 어촌 전체를 지탱하는 축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점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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