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세종-서울, 행정 효율 저하 우려
노조 “기획·예산 기능 세종에 남겨야”
장관 후보자, 거시적 차원 접근 강조
“수도권 일극화 넘어 해양수도 만드는 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전략적 이원화’ 요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른 부서와의 협업과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세종시에 최소한의 기능을 남겨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략적 이원화’는 해수부 노동조합(이하 노조)의 요구 사항이다. 노조는 지난달 10일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에 따른 노동조합 입장문’을 통해 “명분과 실리를 누릴 수 있는 해양 수도를 완성하길 바란다”고 했다.
노조는 “대통령 공약을 계기로 국민 관심에서 멀어졌던 북극항로 개척, 미래 해양산업 발굴, 조선산업 행정 일원화 등 해양 강국 실현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는 점을 환영한다”면서도 “해수부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목소리는 그 목적과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해수부 부산 이전에 대해서는 상징이 아니라 실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북극항로 개척, 친환경 선박 및 에너지 개발, R&D 투자 확대 등 부산이 지향하는 국가적 과제는 단순한 기관 위치 변경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정책 추진에 있어 관계 부처와 긴밀한 협의가 필수이며, 세종에서 멀어진다면 이런 정책 조율은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해수부 부산 이전 대안으로 세종에 ‘정책 기획’과 ‘예산 조정’ 기능을 남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산에는 실행력을 갖춘 ‘해양수도개발청’과 같은 독립적인 기구를 신설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했다.
노조 지적 가운데 ‘관계 부처와의 긴밀한 협의’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또한 우려하는 대목이다.
실제 해수부 고위 간부들은 지금도 주중에 수시로 서울을 오가며 국무회의,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도 불려 다녀야 한다. 그나마 세종에서는 서울역 기준 1시간 남짓이지만, 부산에서는 3시간 가까이 걸린다.
업무 협의 문제는 분명 걸림돌
해수부는 다른 부처와 정책적으로 조율해야 할 사업들이 많다. 예산은 기재부, 항만 분야는 국토부, 해양환경은 환경부 등과 긴밀하게,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세종을 떠나면 이런 것들은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다.
이 경우 정책 조율 기능이 약해지고, 그 결과 중앙 정부 내에서 해양·수산 행정이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단순히 해수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국정 운영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해수부 출신 퇴직 공무원 단체에서도 우려 섞인 성명을 내놨다. 해운항만청과 해수부 퇴직 공무원 모임인 ‘해항회’와 수산직 퇴직 공무원 모임인 ‘수우회’는 지난달 17일 공동명의로 부산 이전 공약 재고를 요구했다.
이들은 “해수부는 해양환경, 해양에너지, 해운물류, 항만, 수산, 섬 관리, 선원·항운노조 등 바다와 관련한 거의 모든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전 부처와 이견을 조율하고 결정해야 하는 특수한 업무여건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기재부 예산 협의, 회의 참석, 국회 및 대통령실 보고까지 하려면 장차관은 물론 실·국장, 과장까지 시도 때도 없이 세종과 서울을 오가야 한다. 제대로 일하려면 부산을 비워야 하고, 부산에 있겠다면 제대로 일할 수가 없다”며 “이런 상황이 몇 년만 지속돼도 해수부의 위상과 역량은 급격히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를 대통령실이나 국정기획위원회 인지하고 있다. 다만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부산으로 이전해 발생하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게 대통령실 판단이다.
오히려 해수부 위상과 역량 저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조선·해양 플랜트 정책을 해수부로 넘기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다. 차후 북극항로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컨트롤타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해수부 부산 이전을) 자꾸 특정 지역에 특화한 공약으로 이해하는 데, 국가균형발전 이런 범주를 넘어서는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것”이라며 “서울에 수도권이 있으면 동남권에는 해양 수도권을 만들어 대한민국 일극 체제를 극복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과 해운은 한 몸인데 지금 조선은 산업부에 있고 해운은 해수부에 있다. 북극항로 개척을 선도하려면 해양과 산업 정책이 한 몸이 돼야 한다. 이 부분은 내가 풀어나갈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역할·권한 확대 없이 ‘북극항로’ 준비? 이사비만 날릴 수도[해수부 이전③]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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