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AG] 한국 남자배구대표팀 금메달
´강호´ 중국 3-1 격파..대회 2연패 성공
15일(한국시간) 한국-중국의 남자배구 결승전 4세트 24-16 매치포인트 상황. 김요한(21. 인하대)이 장기인 스파이크 서브를 시도하자, 손에서 떠난 공은 총구에서 떠난 탄환(?)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중국 진영으로 파고들었다.
중국 선수는 전광석화 같은 공을 향해 리시브. 그러나 공은 그의 손목이 아닌, 팔 윗부분을 강타했다. 중국 선수의 팔에 맞은 공은 얌체공과 같은 반발력에 의해 한국 진영으로 넘어왔다.
이때, 신진식(31. 삼성화재)이 반사적으로 튀어 올라 무방비의 중국 진영을 향해 다이렉트 킬(다이렉트 스파이크)로 연결했다.
김호철 감독(51)이 이끄는 남자 배구대표팀은 15일 오전 카타르 도하 알 라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에서 좌우에 포진한 신진식(삼성화재·19득점)과 후인정(현대캐피탈·11득점) 등 노장들의 맹활약과 강력한 스파이크를 앞세운 이경수(LIG·20득점)의 맹타에 힘입어 중국을 세트 스코어 3-1(25-18 22-25 25-18 25-16)로 제압,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대표팀은 지난 2002 부산AG에 이어 2연패를 이룩했다.
승리의 환호성과 헹가래가 끝나자, 김 감독은 말없이 신진식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신진식은 결승전의 진정한 에이스였다. 중국과의 마지막 승부에서 매 세트 위기마다 스파이크가 불을 뿜었다.
사실 신진식은 이번 대회에 앞서 대타요원에 불과했다. 지난 11월 12일, 대표팀 신예 강동진(23.대한항공)이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물러나자 대신 선발됐던 것.
김 감독은 신진식이 무릎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았고,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해 승부처에서만 집중적으로 기용할 복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신진식은 마지막 결승에서만큼은 팀 내 ‘진정한 선발 에이스’로 우뚝 섰다.
신진식은 혼(魂)을 불어 넣으며 매 세트 스파이크 하는 데 집중했다. 체력적인 부담 없이 전력을 다해 스파이크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대표팀내 공격 분산 덕분이기도 하다.
과거 대표팀 주요 공격루트였던 좌우 쌍포 중 ´우´의 김세진(32)이 은퇴한 지금, 대표팀 내 ´우´는 후인정(31.현대캐피탈), 전후좌우 공격의 프리스파이커는 이경수(27. LIG).
이처럼 ´좌´의 신진식은 출중한 동료 스파이커 두 명을 둔 덕분에 공격 분산을 통한 체력 안배가 가능해졌다. 체력이 충만한 상태에서 과거 대표팀 시절보다는 많지 않은 기회를 양질의 스파이크로 연결했다.
체력 안배를 통한 힘과 집중력, 혼이 실린 스파이크가 상대 장신 수비진들의 2중 3중 블로킹을 뚫어낼 수 있는 비결이었다. 그리고 중국과의 결승전 3, 4세트에서는 그의 혼이 담긴 스파이크 행진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3, 4세트 투혼의 스파이크
3세트에서 신진식은 리춘의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리시브 한 뒤, 권영민(현대캐피탈)의 토스를 이어 받아 전광석화와 같은 스파이크로 연결했다. 3세트 21점째 상황(중국은 14점으로 묶어 놓은 상태)에서는 다시 영리한 세터 권영민의 토스를 이어받아 스파이크를 꽂아 넣었다. 3세트를 손쉽게 따낸 배경에는 신진식의 위기 때 한 방이 결정적이었다.
4세트에서는 초반부터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 공을 꺾어 때리는 기술이 일품이었다. 예상외의 공격에 상대 선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한국 에이스의 활약에 중국은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다. 토스할 때 두 선수가 겹치면서 한국에 점수를 헌납한 것. 당시 중국은 11점밖에 얻지 못한 상황이라 타격이 더 컸다. 신진식은 기회를 틈 타 시간차 공격으로 한국팀에 22점째를 선사했다.
승부가 기운 가운데 김 감독은 확실한 마무리로 스파이크 서브가 장기인 김요한을 택했다. 곧 교체되어 들어 온 김요한은 혼신의 힘을 다해 스파이크 서브를 했다. 중국은 어렵게 리시브했고 좋지 않은 토스로 이어졌다. 그리고 어정쩡한 스파이크가 이선규의 블로킹에 가로 막혔다. 뒤이어 신진식의 블로킹도 이어지며 매치 포인트를 따내 중국은 주저앉았다.
마지막 상황에서 김요한은 게임을 끝내기 위해 강한 서브를 했다. 중국은 다시 불안한 리시브를 하며 공아 그대로 넘어 왔다. 에이스 신진식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스파이크 했다,
프로-대학 중심으로 꾸린 소수정예 한국 대표팀이 세계랭킹16위(국제배구연맹 12월 기준)의 ´라이벌´ 중국을 물리친 것이다. 여자 핸드볼과 남자하키에 이어 3번째 구기종목 우승의 순간이기도 했다.
우승의 주역들은 후인정, 권영민, 이선규, 윤봉우, 송병일, 하경민(이상 현대캐피탈)과 장병철, 여오현(이상 삼성화재), 이경수(LIG), 문성민(경기대), 김요한(인하대) 등 대표팀 선수 전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지략가 김호철 대표팀 감독과 투혼의 스파이크를 시도한 신진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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