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후반에서 허덕이던 ‘전설의 마녀’는 그나마 마지막 회에서 겨우 30%대를 회복하며 종영했다. ⓒ MBC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는 전형적인 복수극의 드라마다. 이런 드라마는 전형적인 유형이 있다. 주인공이 거대한 악의 세력으로 인해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곤 결국 자신의 힘으로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복수에 성공하며 승리를 쟁취한다.
이런 유형의 드라마에서 많이 쓰이는 것이 바로 출생의 비밀이다. 보통 대기업이나 권력가가 악의 세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평범한 주인공의 힘으로는 어려움이 크다. 그런 주인공에게 엄청난 힘을 실어주는 것이 주로 출생의 비밀인 셈이다.
혹자는 말한다. 이런 유형의 드라마는 종반부만 보면 된다고. 어차피 주인공이 고생하는 시절의 이야기는 뻔하고 볼수록 짜증만 나지만 언젠가 주인공이 복수에 성공할 것이기에, 그 시점 이후의 드라마만 보면 된다는 얘기다.
‘출생의 비밀’이 키워드인 드라마의 경우 그 비밀이 밝혀지는 시점 이후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물론 주인공이 인고의 시절을 보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악의 세력에 함께 격분해야 종반부가 더 통쾌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전설의 마녀’ 역시 전형적인 이런 유형의 드라마다. 드라마 ‘전설의 마녀’를 MBC 측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저마다 억울하고 아픈 사연을 갖고 교도소에 수감된 네 여자가 '공공의 적'인 신화그룹을 상대로 유쾌 상쾌 통쾌한 전설(湔雪, 설욕을 의미)에 나서는 이야기’라고.
따라서 이런 유형의 드라마는 종반부부터가 재미있어야 하며 시청률도 종반부에 급상승해야 한다. 그런데 ‘전설의 마녀’는 달랐다. ‘전설의 마녀’ 최고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31.4%였다. 그런데 이는 종반부로 넘어서는 기점인 30회에서 기록한 31.4%다. 전작의 힘을 이어 받아 첫 방송부터 14.5%의 호성적으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20~3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40부작인 이 드라마는 30회에서 31.4%를 찍으며 종반부에서 힘을 받아 40%대 진입까지 기대했지만 이후 시청률은 오히려 30% 밑으로 내려갔다. 겨우 마지막 회에서 30.1%를 기록하며 겨우 30%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로 기록됐을 뿐이다.
무슨 까닭에 종반부가 재미있는 유형의 드라마가 종반부에서 힘을 쓰지 못한 것일까.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30회는 바로 이 드라마의 반전 키워드인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직후다. 역시나 ‘전설의 마녀’ 역시 출생의 비밀이 가장 큰 관심사였으며 시청률 상승 포인트였음이 입증된 셈이다.
우석(하석진 분)이 심복녀(고두심 분)의 아들임이 밝혀지고 우석이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죽을 당시의 기억까지 되찾으면서 이제 제대로 된 복수극이 시작될 것이라 시청자들은 기대했지만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MBC가 얘기한 저마다 억울하고 아픈 사연을 갖고 교도소에 수감된 네 여자의 상황을 보자. 우선 심복녀는 신화그룹 마태산 회장(박근형 분)때문에 남편을 잃고 아들까지 잃어버리게 된다. 게다가 누명을 쓰고 오랜 수감 생활을 했다. 당연히 마태산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복수극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다. 한의 정서를 기반으로 눈물만 흘리고 친아들과 교도소에서 인연을 맺은 세 딸을 돌보는 게 전부다.
주인공인 수인(한지혜 분) 역시 울기만 한다. 마 회장 일가로 인해 역시 누명을 쓰고 수감 생활을 했으며 이후 빵을 만들며 새로운 삶을 사는 과정에서도 마 회장 일가에게 고된 핍박을 받는다. 그렇지만 그 역시 울기만 한다. 죽은 줄 알았던 남편 도현(고주원 분)이 살아 돌아오자 새 연인 우석과 남편 도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결국은 도현에게 울며 매달린 게 최고의 복수를 위한 기술(?)이었다.
그나마 풍금(오현경 분)은 영옥(김수민 분)의 사기 행각을 도우며 마 회장 일가의 장녀 마주란(변정수 분)을 혼내주는 데 일조한다. 역시 마 회장 일가로 인해 수감 생활을 한 서미오(하연수 분)는 도진(도상우 분)과의 밀당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저마다 억울하고 아픈 사연을 갖고 교도소에 수감된 네 여자가 공공의 적인 신화그룹을 상대로 유쾌 상쾌 통쾌한 전설(설욕)에 나서는 이야기’라는 애초 설정에 따르면 복수의 주체는 당연히 복녀와 수인, 풍금, 미오였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결국 이들을 중심으로 한 ‘유쾌 상쾌 통쾌한 전설’이란 이 드라마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들의 맹활약을 기대한 시청자들 입장에선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신 복수는 네 명의 주인공이 아닌 두 명의 특별 출연이 담당했다. 먼저 ‘전설의 마녀’의 진정한 ‘마녀’인 영옥 역할의 김수미다. 사실 김수미는 특별 출연이었다. 교도소에서 한 방에서 지내며 부녀의 인연을 쌓은 복녀와 수인, 풍금, 미오의 교도소 분량에서 영옥은 다른 방에 수감 중인 수감자로 나온다. 복녀와 오랜 교도소 친구 사이인 그는 까메오로서 드라마에 웃음과 활기를 불어 넣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의 분량은 교도소 내용이 끝나면서 종결됐지만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마지막 회까지 출연하게 됐다. 출연 분량은 회를 거듭할수록 급증해 마지막 회에 이르러선 복녀와 수인, 풍금, 미오 등 주연 4인방이 주인공인지, 특별 출연이던 영옥이 주인공인지 혼동이 올 정도가 된다.
사실 이들의 복수는 영옥이 로또에 당첨되면서 확보한 자금력이 기반이 된다. 게다가 영옥은 풍금과 함께 마 회장 일가의 장녀 주란을 속여 40억 원을 기부하도록 사기를 치기도 한다. 영옥이 없었더라면 복녀와 수인, 풍금, 미오 등 주연 4인방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진정한 복수는 ‘죽은 줄 알았던 도현’, 다시 말해 역시 특별출연으로 첫 회에만 잠시 출연하고 하차한 것으로 알았던 고주원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지만 몇 회 지나지 않아 다시 죽은 도현이 남긴 문건이 결국 마 회장 일가를 몰락하게 만든 것.
그렇다면 이 드라마가 숨겨준 가장 완벽한 반전은 죽은 줄 알았던 도현의 부활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은 도현이 되살아나는 황당한 장면 이후 오히려 더 심하게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우석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뒤 30회에서 31.4%까지 오른 시청률은 31회에서 28.2로 3% 이상 급락했다. 31회 마지막 장면에서 도현의 부활이 방송된 것. 우석의 출생의 비밀에 이어 더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을 도현의 부활은 시청률 하락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이후 20% 후반에서 허덕이던 ‘전설의 마녀’는 그나마 마지막 회에서 겨우 30%대를 회복하며 종영했다.
종반부가 강력해야 하는 유형의 드라마였음에도 주인공인 ‘저마다 억울하고 아픈 사연을 갖고 교도소에 수감된 네 여자’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저절로 복수에 성공한 드라마가 되고 말았으니 종반부에 오히려 힘이 떨어진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를 두고 혹자는 이 드라마의 제목이 ‘전설의 마녀’인 까닭을 이렇게 말한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람(고주원)이 부활해서 살아 돌아오니 ‘전설’같은 이야기이며 로또 당첨은 기본, 사기로 기부까지 돕는 진정한 ‘마녀’(김수미)가 등장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전설의 마녀’라고. 그렇다면 마회장 일가를 향해 진정한 복수를 완성한 고주원(전설)과 김수미(마녀)가 진정한 주인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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