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 배낭여행자들의 천국, 카오산 거리

입력 2005.06.27 09:15  수정 2005.06.27 09:15

‘솔빛별가족’ 세계여행기(303)-태국 방콕(3) /조예솔

인도에 있다가 태국에 딱 왔을 때!! 우리는 정말 반해버리는 줄 알았다. ‘배낭여행자의 천국’이라는 방콕의 카오산 거리에 온 후로 말이다. 무슨 말 앞에 천국이라는 말이 붙어있는걸 많이 봤었는데 여기 카오산 거리만큼은 진짜 배낭 여행자의 천국이라는 말이 붙어도 될 정도로 편하고 그 짧은 거리 안에 없는 게 없었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매일 현금자동지급기(ATM)를 찾으러 몇 시간을 돌아다닐 때도 있었는데 여기는 ATM 머신이 사방에 있고, 인터넷 까페는 말할 필요도 없이 여기 저기 널려 있었다.


배낭 여행자들에게는 ATM 머신과 인터넷 까페 같은 것은 아주 필요하다. 우리도 맨날 아빠가 “먼저 돈을 좀 찾아야겠다.^-^” 이런 말을 하시면 좌절을 한다. 아프리카나 인도 같은 곳에서는 ATM 머신을 못 찾아서 몇 시간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구경을 하기도 전에 힘을 다 빼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 까페도 마찬가지다. 이 인터넷 까페라는 놈은(?) 약오르게 찾지 않을 때는 때때로 보여도 급한 일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내야 할 때는 어디에 숨었는지 안 보였다. 그러면 정말 숨바꼭질을 하는 심정으로 찾아다닌 적도 있다(우리가 갖고 다니는 노트북은 인터넷 연결이 될 때도 있었지만 안 될 때도 많아 그럴 때는 인터넷 까페를 잘 이용했다).

그리고 더군다나 맛있고 입맛에 짝짝 맞는 태국의 값싼 음식점까지>_<(하필 우리가 인도에서 와서 더 그랬었나 보다. 인도 음식이 처음 며칠은 정말 먹을 만했는데 한 일주일쯤 되니까…-0- 우리 같은 식성 좋은 돼지들도 먹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음식에 들어있는 인도의 향료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근데 그때 마침 태국으로 왔으니>_< (그 기쁨이 오죽했을꼬)


여기는 정말 머리 노란 외국인들 밖에 없었다. 여길 봐도 외국인이었고 저길 봐도 외국인이었다. 그런데 그 노란 머리의 외국인들은 그냥 머리가 아니었다. 모두 하나같이 레게머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_-난 솔직히 저 머리 불편할 것 같고 안 좋아 보이던데 왜 저런 머릴 하고 다니나 싶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여기에는 레게머리를 땋아주는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그런데 장사꾼들만 많은 것이 아니라 진짜 레게머리를 원하는,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번 거리를 지나치다보면 장사꾼 15여명들 중에 10명은 손님을 앉혀놓고 레게머리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의자를 거리에 놓고 그냥 손님을 앉게 해서 레게머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레게 머리를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이런 장사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계속 보다 보니까 점점 나도 레게머리를 해 보고 싶어졌다. =_=이럴 수가… 이렇게 중독이 되어 버리다니… 얼마 안 있으면 한국에 돌아가 학교를 다녀야 할 학생이 아니었다면…돈이 많았다면.-_-;; 난 덜컥 레게머리를 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카오산 거리에서는 레게머리가 이쁘게 보였나보다.

그리고 또 나의 눈이 돌아가게 만든 것이 있었다. 바로 문신이다. 더운 나라들만 돌아다니다보니까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반팔,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런데 외국 관광객들을 보면 팔이나 등, 허리춤에 꼭 문신들을 하고 있었다. 옛날엔 그게 특별히 부럽지는 않았지만 여기 와서 더더욱 부러워졌다. 그것도 진짜 문신도 아니고 한 2~3주면 없어지는 핸나 문신이었다.

핸나 문신은 인도에서 여자들이 손바닥을 꾸미는 것과 똑같은 이치(?)였다. 인도 여자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손톱에 봉선화를 물들이는 것처럼 손에 크림 같은 걸 짜서 예쁘게 그림을 그린다. 그걸 밤새 하고 있으면 손에 물드는데 그 다음날 씻어버리면 그 무늬가 2~3주간 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태국에도 핸나처럼 짜가(?) 문신을 만들어 주는 곳이 있었다. 그러면 오래가는 문신보다 훨 마음도 편하고(얼마 안 있어서 없어지니까) 또 간단하니까 좋고~ 우리에게 딱이었다>_<

그렇게 해서 결국 그 문신을 할 수 있도록 부보님께 허락을 받았다(가격도 싸고 강도가 나타났을 때 팔을 쓰윽 걷어 보이면 도망간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설득했다). 엄마 아빠도 언제 이런 걸 해 보겠나.. 하는 마음에 그렇게 해보라고 하신 것 같다. 아무튼 우리는 핸나 집으로 갔다. 그래서 빛이는 해골모양으로 어깨에 문신을 새기고, 나랑 별이는 한줄짜리 팔을 두르는 문신을 새기기로 했다. 우힛_! 그 문신을 그리는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문신을 망치기 때문에 숨도 못 쉬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무튼 카오산 거린 정말 관광객의 천국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일 좋은 건 여행자가 꼭 필요로 하는 곳들이 가깝게 붙어 있어서 편하다는 거고 그 다음은 내가 지금 태국에 와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게 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많아서 말이다. 길거리엔 항상 태국 음식냄새가 진동하고, 태국 옷이나 모자도 사방에서 팔고 있고, 여기저기서 쉽게 태국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더 좋은 건 싼 가격에 새로움을 느껴볼 수 있는 레게머리나 문신도 많아서 여행을 즐겁게 해 준다는 거다.

이런 것뿐만이 아니라 거리에 있는 모든 것이 우리나라에 비해서 엄~~청! 쌌다. 내가 좋아하는 계란이 들어간 쫄깃한 국수가 15바트-약 400원…이니까 말이다! 이 국수는 거리 포장마차 같은 데서 주문하면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국수인데 너무 맛있어서 매번 두 그릇을 먹었다. ㅎㅎ 그래서 결국 턱이 두개가 됐다!!ㅠ-ㅜ 하지만 걱정은 안 한다. 왜냐면 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옥수수(10바트-300원정도)를 맨날 먹어대서 턱이 세 개가 됐기 때문이다! 오호호~!! 하여튼 나는 이 국수가 제일 맛있었다. ^0^ 먹을 때마다 마음이 뿌듯해지며 태국에 와서 이 카오산 거리에 숙소를 잡은 건 참 잘한 일 같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히힛!

그리고 밤이면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데 그때는 특히 여기 태국 젊은이들이 많아진다. 밤에는 여기로 놀러 오나 보다. 근데 밤 12시가 넘으면 술을 못 팔게 한다. 소동을 일으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정부에서 이렇게 한 것 같다고 엄마 아빠가 그러셨다. 만약 태국 젊은이들이 술을 막 먹고 지나가던 외국인을 괴롭힌다면(그럴 일도 없겠지만..--;;) 이 카오산 거리는 그날로 끝일 테니까 말이다. --;;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이렇게 분위기를 “야~ 외국인들, 돈 좀 써라”하는 분위기로 안정적이게 만들어 놓으니까 분위기에 껌뻑 죽는 외국인들이 돈을 안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카오산 로드는 늘 활기찼다. 사람들은 뽁작대고, 한쪽에서는 옥수수를 굽고 있고, 한쪽에서는 국수를 볶고 있고…숙소에서 창 밖만 보면 달려 나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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