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집중력 발휘 홈 2연승
‘산발 안타’ SK, 몰아치기 요구
막강 선발진을 앞세워 홈 2연전을 쓸어 담은 KIA와 안방에서 설욕을 다짐하는 SK가 문학구장으로 자리를 옮겨 한국시리즈 3,4차전을 치른다.
KIA는 광주 1,2차전에서 막강 선발진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1차전 선발 로페즈는 8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를 펼쳤고, 토종 에이스 윤석민 역시 7이닝동안 삼진 7개를 솎아내며 무실점 승리를 따냈다.
선발투수에 비해 불펜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KIA는 마무리 유동훈만이 2경기 연속 출전했을 뿐, 구원투수들의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여기에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출전하게 될 양현종 역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출격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2연패로 내몰린 SK는 1,2차전 모두 투수들 호투에 이어 안타 수에서도 밀리지 않았지만 집중력의 차이로 무릎을 꿇었다.
특히, 최고의 강점으로 평가받던 불펜진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지친 기색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2경기 모두 불펜진의 볼넷으로 울상을 지었고, 2차전에서는 10개의 안타를 몰아치고도 정상호의 솔로홈런을 제외한 모든 안타가 산발적으로 터져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문학 3차전에서는 1차전에 이어 용병 투수들이 맞대결을 펼친다.
KIA 선발 구톰슨은 올 시즌 13승 4패 3.24의 평균자책점으로 로페즈와 함께 팀 마운드를 책임졌다. 정규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글로버 역시 9승 3패 평균자책점 1.96으로 후반기 SK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KIA 불펜-SK 선발, 진정한 시험무대
KIA는 1차전에서 로페즈가 8이닝까지 버틴 뒤 마무리 유동훈이 1이닝을 책임졌다. 2차전에서도 곽정철-유동훈이 1이닝씩 등판해 승리를 지킨 KIA는 ‘선발호투-셋업맨-마무리’라는 현대 야구의 승리 공식을 그대로 실현했다.
따라서 KIA가 3차전마저 잡기 위해서는 구톰슨의 호투가 필요하다.
구톰슨은 올 시즌 SK전 6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3.83으로 비교적 선방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컨디션이다.
올 시즌 6일 휴식 등판간격을 지켜온 구톰슨은 시즌 막판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2군에 내려간 바 있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충분한 휴식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회복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3차전이 그의 올 시즌 마지막 투구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게다가 맞상대할 SK 타자들은 집중력이 부족했을 뿐, 여전한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1차전 6안타에 이어 2차전 10안타 등 타격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상·하위 타선 가리지 않고 누구나 안타를 뽑아내고 있다.
결국 구톰슨이 조기에 무너질 경우 KIA 불펜 투수들은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오르게 된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선발투수로 나섰던 서재응과 이대진은 선발투수의 조기 강판을 대비해 롱릴리프 투수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SK전 4경기 2승 평균자책점 2.70으로 완벽투를 펼친 서재응은 2~3이닝을 완벽히 틀어막아줄 핵심 요원 가운데 하나다.
이밖에 ‘조커’ 양현종을 비롯해 손영민, 한기주 등도 서서히 출격할 것으로 보여 이들의 컨디션 여부도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SK는 믿었던 불펜이 다시 힘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는 둘째치더라도 SK가 광주 원정에서 울었던 것은 다름 아닌 볼넷의 남발 때문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한국시리즈 키 플레이어로 지목한 고효준은 1차전에서 볼넷 이후 역전타를 맞은데 이어 2차전에서도 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
구속과 구위는 지난 플레이오프 때와 비교해 손색없지만 자꾸 도망가는 피칭을 하다 보니 주자를 쌓아 둬 위기를 자초했다.
3차전 선발 글로버는 올 시즌 KIA전서 승패 없이 1세이브만을 기록, 평균자책점 2.08로 호투했다. 그러나 현재 체력적으로 지쳐있는 글로버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 당한 바 있다.
김성근 감독 역시 글로버가 3차전에서도 불안하다 싶으면 바로 내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고효준을 비롯한 불펜 투수들은 이번 경기에도 총동원될 것이 확실하다. 이번 3,4차전이 안방에서 열린다는 점을 감안해 보다 공격적인 투구로 KIA의 집중력을 흩뜨려놓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나란히 힘 못 쓰는 타선
KIA는 승부처에서 타자들이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결승점을 뽑았고, 이후 마무리 유동훈이 끝까지 지켜내는 방식으로 두 경기를 잡았다.
1차전에서 6개의 안타와 볼넷을 집중시켜 5점이나 뽑았지만 타자들의 방망이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2차전에서도 5안타 3볼넷으로 2득점에 그쳤다. 올 시즌 팀 타율 최하위의 기록이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팀 홈런의 절반 가까이 책임진 ‘C-K포’ 최희섭-김상현은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타선의 중심을 확실히 세우고 있다. 아직 큰 것은 터지지 않고 있지만, 승부처에서의 볼넷과 결승타로 제몫을 다하고 있다.
주장 김상훈의 예상 밖의 활약도 쏠쏠하다. 하위타선에서 유일하게 안타를 치고 있는 김상훈은 특히 1차전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우전 안타와 함께 2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타선에서 힘을 내다보니 본연의 임무인 포수 자리에서도 신바람을 내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도루저지율도 이번 한국시리즈 들어 발 빠른 SK 주자들을 연달아 잡아내고 있고, 상대 허를 찌르는 볼 배합으로 타자들을 돌려세우고 있다.
반면, SK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선보인 불방망이의 화력이 아직 식지 않은 모습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맥없이 물러나고 있다.
SK는 1차전에서 초반 선취점을 뽑고도 미숙한 주루플레이와 런&히트 작전이 간파당하는 등 대체로 운이 따르지 않으며 도망갈 수 있는 찬스를 여러 차례 놓쳤다.
2차전에서도 플레이오프 MVP 박정권이 4타수 2안타로 타격감을 이어갔고 나주환이 모처럼 2루타 포함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지만, 나란히 후속타자들의 적시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에 실패했다.
그나마 포수 정상호가 이틀 연속 홈런포의 괴력을 과시하며 충분히 KIA 불펜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 조촐한 수확이었다.
따라서 신출귀몰한 작전으로 상대 허를 찌르는 ‘야신’ 김성근 감독이 효율적인 라인업으로 타선의 집중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경기에서도 산발적으로 안타가 터진다면 또다시 끌려가는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SK가 KIA보다 더 많이 치고도 경기를 내 준 것은 바로 집중력의 차이였다. [데일리안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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