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육’ 로페즈, SK 벌떼 투수진에 압승

입력 2009.10.17 00:15  수정

[한국시리즈]8이닝 3실점, ‘이닝이터’ 괴력 과시

KIA 불펜운용 여유, SK 피로누적 치명타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KIA 외국인투수 아킬리노 로페즈(34)는 투수놀음의 위력은 불펜이 아닌 확실한 선발투수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줬다.

로페즈는 16일 광주구장서 열린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이닝 동안 6피안타 7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 KIA의 극적인 5-3 승리를 이끌었다.

양과 질에서 8개 구단 최고를 자랑하는 선발진을 보유한 KIA는 많은 팬들이 궁금해 했던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로페즈를 낙점했다. SK전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27로 가장 강했던 점이 KIA 조범현 감독의 눈에 든 이유였다.

로페즈의 역투는 단순히 1승뿐만 아니라 남은 시리즈에서 SK에 치명상을 입히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조범현 감독의 믿음은 적중했다. 로페즈는 6명이 이어 던진 SK 투수진을 압도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SK는 선발 카도쿠라를 시작으로 고효준-윤길현-이승호-정대현-정우람을 동원하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로페즈 한명을 당해내지 못했다.

로페즈는 비록 3실점을 하긴 했지만 계속된 위기를 추가 실점 없이 막아냈다. 이는 초반 SK에 뒤져있던 KIA가 끝까지 따라붙을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로페즈는 3회 2사 3루 상황에서 박재홍에게 중전적시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허용했지만 후속타자 박재상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위기를 넘겼다.

진짜 위기는 4회에 찾아왔다. 정근우와 박정권에게 연속 2루타를 허용하며 2점째를 내준 로페즈는 최정의 희생번트와 김재현의 볼넷으로 1사 1,3루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후속타자 나주환이 1루수 라인드라이브로 더블아웃 당하며 로페즈를 도와줬다.

로페즈는 5회 2사 3루 상황에서 폭투를 던졌지만 3루주자 정상호가 홈으로 쇄도하다 아웃되는 행운으로 다시 한 번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정상호는 이를 만회하듯 로페즈에 불의의 일격을 가했다. 7회 3-2 리드 상황에서 올라온 로페즈는 정상호에게 솔로포를 맞으며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6회 이종범이 2타점 적시타로 겨우 만들어낸 역전이었기에 아쉬움은 컸다.

그러나 로페즈는 홈런을 맞은 이후에도 8회까지 다섯 타자를 안타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며 제 몫을 해냈다. 8회 KIA가 이종범과 김상훈의 적시타로 2점을 보태 5-3으로 다시 앞서나가는 것을 지켜본 로페즈는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투수까지 맛봤다.

로페즈의 역투는 단순히 1승뿐만 아니라 남은 시리즈에서 SK에 치명상을 입히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불펜진의 물량공세가 대세였던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8이닝을 던진 투수는 로페즈가 처음이었다. 이로써 KIA는 남은 시리즈에서 상황에 따라 아낌없이 싱싱한 불펜투수들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반면 SK는 로페즈가 마운드에 올라있는 동안 6명의 투수를 기용하고도 패해 피로가 누적된 불펜진들을 더욱 어렵게 끌고 가야할 운명에 처했다. [데일리안 = 이광영 객원기자]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