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부터 생활 유해물질까지…국가독성과학연구소가 읽는 ‘독성 신호’ [D:로그인]

정다운 기자 (sanae@dailian.co.kr)

입력 2026.11.02 07:00  수정 2026.1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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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독성AI데이터센터 신설…SEND 기반 데이터 표준화

가상대조군 기술로 반복시험·실험동물 사용 줄여

6PPD·PHMG-P 등 생활 유해인자 독성기전 규명

카이나므로·테그세디 FDA 승인 지원…ISO 표준도 채택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연구진이 현미경을 이용해 연구 시료를 관찰하고 있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정부와 공공기관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정부·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신약 후보물질이 사람에게 투여되기 전, 타이어 마모에서 나온 화학물질이 생활환경에 퍼지기 전 위험을 먼저 읽는 곳이 있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다. 40년 넘게 쌓은 독성·안전성 연구 기반에 인공지능(AI)과 인체모사 기술을 더해 독성평가 방식을 바꾸고 있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독성연)는 한국화학연구원 부설기관으로 의약품·화학물질의 비임상 안전성평가부터 생활환경 유해인자의 건강영향과 생태독성까지 폭넓게 다룬다. 현재 대전 본소와 전북 정읍, 경남 진주 등 3개 연구거점을 운영 중이다.


1984년 한국화학연구소 화학물질안전성연구센터로 첫발을 뗀 뒤 1988년 국내 최초로 우수실험실운영기준(GLP) 안전성평가기관 인증을 받았다. 2002년 안전성평가연구소 설립을 거쳐 지난해 4월 국가독성과학연구소로 이름을 바꾸며 독성과학 연구 기능을 강화했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피펫을 이용해 시료를 분주하고 있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잠자던 독성자료 깨운 AI…시험 전 위험부터 걸러낸다


독성평가 변화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독성연은 올해 국가독성AI데이터센터를 신설해 수십 년간 축적한 비임상 독성자료의 통합·표준화에 나섰다.


과거 시험자료를 비임상 데이터 교환 표준(SEND)에 맞춰 정리해 AI가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기존 시험에서 축적한 대조군 자료를 새로운 시험에 활용하는 가상대조군(VCG) 기술도 연구한다.


독성연 관계자는 “수십 년간 축적한 독성자료를 새로운 연구와 AI 예측에 활용해 불필요한 반복시험을 줄이고 독성평가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대조군이 자리 잡으면 시험마다 대조군을 새로 구성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실험동물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신약이나 화학물질 개발 초기부터 독성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반도 넓어진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에서 현미경을 활용해 세포·조직을 관찰하는 모습.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제브라피쉬·오가노이드가 대신…사람에 가까운 독성평가


실험동물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새로운 평가법 개발도 주요 연구축이다.


독성연은 제브라피쉬 배아를 이용해 화학물질이 태아와 영유아의 신경계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발달신경독성(DNT) 대체시험법을 개발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INSERM) 등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표준시험법으로 발전시키는 작업도 이어간다.


사람의 장기 구조와 기능을 본뜬 3차원 세포모델과 오가노이드도 독성평가에 활용한다. 인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을 보다 정밀하게 살펴 실험동물 사용은 줄이고 사람과의 연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맞춘 안전성평가 기술도 개발 중이다. 면역세포와 인체 조직의 반응을 함께 분석하고 향후 간·심장·신경 등 여러 장기로 평가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독성연 관계자는 “제브라피쉬와 오가노이드 등 인체 연관성이 높은 평가모델을 고도화해 실험동물 사용을 줄이면서 신약과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더욱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연구진이 제브라피쉬 사육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
타이어 마모물질부터 신약 허가까지…독성연 연구, 현장으로


독성연은 생활 속 유해물질의 위험도 추적한다. 자동차 타이어에 쓰이는 6PPD와 변환물질 6PPDQ가 대표적이다. 타이어 마모 과정에서 환경으로 유입될 수 있어 세포와 인체모사 모델을 활용해 인체 영향과 독성 반응 기전을 분석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규명에도 독성 연구가 활용됐다. 전북 정읍 연구진은 주요 성분인 PHMG-P에 반복 노출될 경우 천식과 유사한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노출 중단 이후에도 폐 손상이 지속되거나 악화할 가능성도 밝혀냈다. 독성연은 이러한 연구역량을 인정받아 2021년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로 지정됐다.


경남 진주에서는 나노물질과 미세플라스틱 등 새로운 환경오염물질을 다룬다. 제브라피쉬 배아를 활용한 나노물질 독성평가법은 ISO/TS 22082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연구성과는 산업계로도 이어진다. 독성연이 비임상시험에 참여한 의약품 카이나므로와 테그세디는 각각 2013년과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독성연 관계자는 “생활 속 유해물질의 위험을 규명하는 데서 나아가 연구성과를 국제 시험법과 규제과학, 산업계 안전성평가로 연결해 국민 건강과 안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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