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필드 자본·엔비디아 기술 결합…내년 상반기 55MW 가동 목표
초기 투자 부담 낮췄지만 지급보증…고객 확보·수익성 검증 관건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8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비디아 엔데버 빌딩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 및 양사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엔비디아
네이버가 브룩필드와 90억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보 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AI 팩토리 사업의 첫 관문을 넘었다. 엔비디아의 지분 투자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게 됐다. 이제 관심은 확보할 인프라를 예정대로 가동하고, 이를 사용할 고객을 유치해 실제 매출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브룩필드와 컴퓨팅 인프라 확보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한 10억 달러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절차도 조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투자 조건 충족과 실제 납입 완료는 별개로, 구체적인 후속 절차는 추후 안내할 예정이다.
AI 팩토리는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AI 학습·추론에 필요한 연산 자원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네이버는 검색·광고·커머스에 더해 외부 기업과 기관에 AI 컴퓨팅 서비스를 판매하는 수익원을 확보하려 한다.
자본·기술·운영 나눠 맡는다…'각 세종' 넘어 해외로
사업은 세 회사가 역할을 나누는 구조다. 브룩필드는 특수목적법인 '에셋코'(가칭)를 설립해 GPU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확보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여기서 컴퓨팅 자원을 공급받아 고객 대상 서비스를 운영하고, 엔비디아는 GPU와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DSX' 등을 통해 기술을 지원한다.
90억 달러가 네이버에 직접 지분 투자금으로 들어오는 방식은 아니다. 브룩필드가 인프라 확보에 자금을 투입하고 네이버클라우드가 사업 매출에 연계해 사용료를 지급한다. 에셋코는 브룩필드 측이 전액 출자하지만, 계약과 회계기준에 따라 네이버의 지배력이 인정돼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첫 가동 목표는 2027년 상반기 55메가와트(MW)다. 2028년까지 200MW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1기가와트(GW)급 인프라를 구축한다.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핵심 거점으로 삼아 해외 시장으로도 사업을 넓힐 방침이다.
해외에서는 자국 데이터와 언어, 제도에 맞는 AI를 구축하려는 소버린 AI 수요를 겨냥한다. 자체 AI 모델과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함께 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네이버가 내세우는 경쟁력이다.
9월 3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1784를 방문한 브루스 플랫 브룩필드 코퍼레이션 회장과 박준우 브룩필드코리아 대표가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둘러보고 있다.ⓒ네이버
계약 다음은 고객…사용료·지급보증 부담 관리해야
남은 과제는 가동 일정과 수요 확보다. GPU를 확보하더라도 전력과 냉각, 네트워크 등 운영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설비 확대 속도에 맞춰 안정적인 이용 수요를 확보해야 투자 규모가 매출 성장으로 이어진다. 네이버는 GPU 투자를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고객 확보를 위한 해외 접점도 넓혀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9월 프랑스에서 안정적인 원자력 전력을 활용한 AI 팩토리 협업을 제안하고, 멕시코에서는 경제부 장관과 소버린 AI·AI 팩토리 협력을 논의했다. 앞서 8월에는 브라질과 칠레의 데이터센터·통신 기업 경영진을 만났다. 자체 AI 기반을 구축하려는 국가와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 기회를 찾는 행보다.
브룩필드도 자금 공급 외에 고객 유치를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브루스 플랫 회장은 지난 9월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만나 장비·인프라의 효율적인 조달과 고객 확보 등 사업 전반에 참여하겠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고객에게 제시할 차별점은 연산 자원 공급과 AI 구축·운영을 함께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GPU를 직접 구매하기 어려운 기업에는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고, 현지 언어와 데이터에 맞는 AI가 필요한 고객에게는 자체 모델 개발과 서비스 운영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검색엔진과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모두 운영해 본 기업이 미국과 중국 밖에서는 드물다는 점이 강점이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웹서비스(AWS)·구글도 각국에서 데이터 주권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은 위협 요인이다. 국내에서도 삼성 SDS를 비롯해 KT와 SKT 등 다른 대기업들도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다. 네이버로선 일련의 인프라 운영 경험과 브룩필드·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향후 실제 가격·성능·서비스 안정성의 우위로 연결하는 게 과제다.
협력 논의가 실제 구매 계약으로 이어지는지와 계약 조건도 중요하다. 장기 계약은 초기 가동률과 매출의 안정성을 높이지만, 고객 유치를 위해 단가를 지나치게 낮추면 충분한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 확보한 고객 수뿐 아니라 이용 물량과 기간, 공급 가격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장기 계약 단가를 적용해 네이버의 AI 컴퓨팅 사업 매출을 2027년 1조566억원, 2028년 3조3606억원으로 추정하면서 "실제 단기 계약이 혼합될 경우 매출 추정치는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인해 사업은 수행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모든 재무 부담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의 계약상 지급 의무에 대해 최대 8년간 보증을 제공한다. 공시된 보증 규모는 약 18조7400억원이다. 보증 자체가 즉시 현금 지출을 뜻하지는 않지만, 네이버클라우드가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네이버의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출 연동 사용료로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춘 만큼, 앞으로는 고객 확보와 운영 효율로 사업성을 입증해야 한다. 예정된 가동 시점을 지키면서 안정적으로 수요를 채우는 것이 대규모 계약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꾸는 조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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