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선수들의 든든한 우산이자 '아빠' 역할
스토브리그 재계약 비결은 신뢰
'류' 류상욱 감독과 '피어리스 시대' 준비
이지훈 젠지 단장이 지난 9일 젠지 사옥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황지현 기자
한 팀의 일 년 농사를 결정짓는 스토브리그라는 치열한 전장 뒤에는, 선수들이 온전히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비바람을 막아주는 든든한 '우산'이 존재한다. 화려한 조명 아래 승리를 만끽하는 선수들의 뒤편에서 때로는 '아빠'처럼 선수단의 기틀을 닦고, 때로는 냉철한 전략가로서 최강의 로스터를 완성해 나가는 포지션. 바로 이스포츠 구단의 '단장'이다.
지난 시즌 LCK 우승과 MSI 제패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쓰고도 가장 높은 곳에 닿지 못한 젠지의 이지훈 단장에게도 이번 스토브리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를 중심으로 젠지는 다시 한번 '최강'의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운동화 끈을 묶고 있다.
이지훈 젠지 단장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젠지 사옥에서 가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단장의 역할은 쉽게 말해 '아빠'와 같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밖에서 돈을 벌어오고 선수들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며, 선수단이 온전한 환경 속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업무의 핵심"이라며 "회사와 선수단 사이의 중간자로서 모두와 긴밀히 소통하며 1년 농사의 결실을 고민하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팬들 사이에서 젠지는 매년 빈틈없는 로스터를 구축해내며 '스토브리그의 제왕'으로 불린다. 특히 그 중심에서 탁월한 협상력과 비전을 제시하는 이 단장에게는 '스토브리그의 이지훈'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그는 "매년 경쟁이 치열하고 좋은 선수들은 어디든 갈 수 있기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계약을 마치고 나면 안도의 한숨과 함께 탈진 상태가 올 만큼 몰입한다"고 털어놨다.
치열했던 스토브리그를 되돌아보던 와중에 가장 큰 관심사였던 '캐니언' 김건부와의 재계약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그는 "'캐니언' 김건부는 올해 LCK, MSI, EWC를 모두 우승했지만 롤드컵에서는 2년 연속 4강에 그치며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며 "FA 시장에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던 상황이었는데, '멤버들이 다 남아 있다. 너만 오면 같은 멤버로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보자'고 진심을 전한 것이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젊은 피'로 합류한 서포터 '듀로' 주민규에 대해서는 확고한 데이터와 팀워크를 강조했다. 이 단장은 "스카우터 리스트에서 '듀로' 주민규 선수의 피지컬과 과감함이 단연 눈에 띄었다"며 "무엇보다 기인·캐니언·쵸비·룰러 등 베테랑 선수들에게 직접 의사를 물어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쳤고, 특히 '룰러' 박재혁이 듀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함께 합을 맞춰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줘 최종적으로 확신을 가졌다"고 밝혔다.
그가 로스터를 구성하며 절대 타협하지 않는 기준은 '인성'과 '태도'다. 이 단장은 "팀 게임의 특성상 인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선수는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며 "사전에 연습량, 태도, 사생활 등을 꼼꼼히 체크해 팀의 방향성에 맞는 선수들로만 팀을 꾸리는 것이 젠지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류' 류상욱 감독과의 3년 계약 역시 미래를 내다본 포석이다. 이 단장은 "새롭게 도입되는 '피어리스 드래프트 밴픽' 체제에 가장 적합한 전략가가 누구일지 고민했고, 게임에 대한 고집과 신념이 강한 류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오랫동안 지켜본 제자이기도 한 류 감독이 오직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감독 선임 전에도 선수들과 충분히 소통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며 이 단장은 "롤드컵 우승 실패가 뼈아픈 과제로 남은 것은 맞지만, 9개월 동안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선수단과 팬들에게 '실패'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 않다"며 "팀을 운영하는 단장으로서는 이보다 더 행복한 한 해는 없었다. 염원하던 롤드컵 우승은 못했지만, 이 멤버들이 한 번 더 남아서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자체에 감사한 한 해"라고 답했다.
내년 롤드컵 우승을 위한 내부 변화 계획도 꺼냈다. 그는 "피어리스 드래프트 밴픽 체제에 맞춰 관련 데이터를 폭넓게 수집해 코칭스태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퍼포먼스 코치도 준비 중이다. 수면·영양·멘탈 트레이닝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인력이나 업체를 계속 접촉하고 있다"며 "그동안 국제대회를 치를 때마다 선수들이 지치고 힘들어했는데 시차 적응부터 경기 전후 식단, 스트레칭, 멘탈 케어까지 0.1%라도 도움이 된다면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팬들을 향해 "롤드컵 결승 무대를 보여드리지 못한 죄송함은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우리는 여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멤버들이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길게 보고 준비해 반드시 팬들의 염원에 보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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