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수십명 연쇄 심정지…유명 마취과 의사의 과시용이었나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5.09.09 20:51  수정 2025.09.09 20:51

프랑스의 한 마취과 의사가 환자 수십명을 고의로 약물에 중독시키고 그중 일부는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F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스타 마취과 의사'로 불린 프레데리크 페시에(53)에 대한 재판이 이날 프랑스 브장송 법원에서 열렸다.


페시에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프랑스 동부 도시 브장송의 클리닉 두 곳에서 근무했다. 그런데 이 기간 환자들이 수술 도중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심정지 상태가 됐으며, 이 중 12명은 심폐소생에 실패해 사망했다.


페시에는 환자에게 일부러 심장마비를 일으켜 자신의 소생술을 과시하고 동료들의 평판을 깎아내리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동료들의 파라세타몰 주입 백이나 마취제 주머니를 조작해 수술실에서 응급 상황을 만들어내고서 그 사이에 개입해 소생술을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술 위험도가 낮은 환자들 사이에서 심정지가 잇따라 발생하자 2017년 당국은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프랑스 의료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8년에 걸친 수사 끝에 이날 재판이 시작됐는데, 유죄 판결 시 페시에는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 조사관들은 환자의 예기치 못한 합병증이나 사망을 뜻하는 '중대한 이상 반응' 보고서 70건 이상을 검토했다. 이 중 가장 어린 피해자는 2016년 편도 수술 중 두 차례 심정지를 겪은 4세 어린이였으며, 최고령 피해자는 89세였다.


이번 재판에서는 페시에가 일했던 클리닉 두 곳에서 수술 도중 심정지를 겪은 환자 30명의 사례가 다뤄질 예정이다.


에티엔 만토 검사는 "페시에는 건강한 환자들을 독살해 갈등을 빚던 동료들을 곤경에 빠뜨리려 했다"며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은 늘 페시에였고 그는 항상 해결책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현재 페시에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대부분 중독 사건이 동료들의 의료 과실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페시에는 2017년 이후 의료 활동을 중단했다. 2023년 환자를 접촉하지 않는 조건으로 업무 복귀 승인을 받았으나 실제로는 진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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