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기술력 앞세워 신흥시장 공략...협력 저변 확대
中 정부 주도 초대형 합병 추진·日국립 조선소 설립 검토
한국, 고부가가치 전략 강화...“차세대 친환경 선박 중요”
글로벌 조선업 주도권을 둘러싼 한국·중국·일본 3국의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이 초대형 국유 조선사를 중심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가운데 일본은 국립 조선소 설립을 검토하며 산업 재건에 나섰다. 한국은 해외 협력 확대와 고부가가치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글로벌 조선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협약은 인도 내 선박 수주뿐 아니라 글로벌 공동 진출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인도 조선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기술력 부족이다. 인도는 무역의 95%를 해운에 의존하고 있으나 경쟁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운항 중인 선박 대부분을 용선(대여)으로 충당하고 있고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액화천연가스 운반선(LNGC) 등 고부가 선박 건조 역량은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 조선사와 손을 잡은 것이다.
HD현대는 인도 외에도 미국과 유럽, 중남미로 협력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6월에는 노르웨이 해양장비 기업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해 11월에는 페루 국영 시마 조선소와 잠수함 공동 개발에 착수하는 등 시장 저변을 꾸준히 확대 중이다.
한국이 고부가 선박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협력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최근 중국이 조선업 패권 장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과거 한·중·일 ‘조선업 삼국지’에서 기술력과 생산성으로 앞섰던 한국에 맞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조선업 대형화를 위해 세계 최대 조선 그룹인 중국선박조선집단(CSSC) 산하 핵심 자회사 간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중국선박공업주식유한회사(중국선박)와 중국선박중공주식유한회사(중국중공)의 합병안이 상하이증권거래소 인수합병심의위원회를 통과, 정부 승인 절차를 거쳐 연내 흡수합병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CSSC는 수주량과 매출, 영업이익 등 주요 지표에서 단숨에 세계 1위 조선사로 올라서게 된다.
일본도 정부 주도의 조선업 재건을 꾀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약 1조 엔(한화 약 9조4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국립 조선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국 내 1·2위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과 재팬마린유나이티드의 결합도 거론된다. 한·중 양강 체제에서 밀려난 일본이 공공 투자를 통해 조선업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일본 조선업계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자동차 운반선과 LNGC, 쇄빙선 수주에 나서고 있으나 기술력과 생산 경험에선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은 2019년 이후 LNGC 건조·인도 실적이 없고 현재 수주 잔고도 전무한 상태다. 프랑스 GTT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멤브레인 화물창 기술 대신 여전히 모스형 화물창을 고수하고 있어 글로벌 수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수적 투자 기조와 높은 인건비 역시 경쟁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일본 조선업은 고령화된 인력 구조와 GTT 멤브레인형 LNG 화물창 제작 경험 부족으로 인해 단기간 내 한국과 중국 조선업을 위협하기는 어렵다”며 “글로벌 선주들의 선택을 받아 점유율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한국 조선업계는 LNGC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특수선 시장에서 기술력을 앞세운 차별화를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 진출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중국 조선사들이 건조 역량을 빠르게 확장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 발주 물량이 많은 데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현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친환경선박 시장에서 중국 조선사와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한국 조선사들의 글로벌 선두권 유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LNG선 점유율 유지와 암모니아, 수소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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