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매년 수십건씩 발생하지만…견책·주의 등 경징계 처분
'솜방망이 처벌' 또 다른 금융사고 낳아…'제 식구 감싸기' 지적도
"담당자 개인 책임 소재 명확해야…경제사범으로 엄중 처벌 필요"
상호금융기관의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MG새마을금고,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5개 주요 상호금융사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횡령·사기·배임 사건은 263건, 누적 피해액만 1789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각각 다른 주무부처의 관할 아래 있어 금융당국의 일원화된 관리·감독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를 뜯어고쳐 상호금융기관의 정확한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데일리안은 현황과 문제점, 제도적 허점, 개선 방향 등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상호금융기관에서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제도 정비나 조직문화 개선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조치에 나서는 사후 대응 중심의 관행과, 감독당국의 소극적인 태도가 금융사고 재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5년간 263건, 피해 1789억원
10일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상호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263건, 피해액은 1789억원이다. 현재 법적 조치가 진행 중인 사고는 제외한 수치로, 대부분 내부 직원에 의한 횡령이나 배임이 주를 이룬다.
사고 사례 중에는 단발성 사고도 있지만,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거쳐 수십억원을 빼돌리는 등의 대형 횡령 사건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해임·해고 등 중징계는 드물고, 대부분 견책이나 주의 처분에 그치고 있다.
일부 직원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금감원의 직접 제재를 받는 타 업권과 달리 상호금융권은 중앙회가 개별 조합을 감독·검사한 뒤 고발 조치까지 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솜방망이 처벌·제식구 감싸기…책임 회피 만연
솜방망이 처벌이 금융사고 재발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지난 2023년 서울 한 새마을금고에서 2억원대 횡령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는데, 해당 직원은 이미 과거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제 식구 감싸기'식 폐쇄적 조직문화도 문제로 꼽힌다. 조합원 중심의 지역 기반 특성상 조합원과 임직원 간 유대가 강해 내부 비위 발생 시 엄정한 조치가 어렵다. 개인의 친분이나 지역 인맥에 기대어 책임을 묻지 않거나 경징계에 그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앙회 차원의 감독 기능도 한계가 뚜렷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210여 명의 검사 인력으로 전국 1300여 개 금고를 관리하고 있으며, 신협중앙회도 900여 개 조합을 대상으로 연 1회 정도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수천 개에 달하는 조합을 감당하기엔 인력과 조직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사고 예방보다는 '사고 수습'이 주 업무가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상호금융기관 금융사고에 대해 금융당국은 실질적인 행정처분 권한이 없었다. 그 결과 사고가 발생해도 감독당국은 형사처벌만 가능하고, 임직원 징계 권한은 중앙회가 맡으면서 '솜방망이' 처벌이 만연했다.
이로 인해 당국이 '뒷짐을 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4월 22일부터 '신용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농협, 산림조합, 신협, 수협 등 상호금융기관에 대해 금융당국이 직접 행정처분 권한을 갖도록 했다.
이렇듯 상호금융은 여전히 관행과 타성에 젖은 회계관리, 느슨한 내부통제, 책임 회피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 "엄정한 감독과 개인 책임 강화 시급"
전문가들은 상호금융기관의 구조적 문제와 개인 책임 강화의 필요성을 함께 강조하며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호금융기관도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여신, 수신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이다. 금융기관은 감독당국 체계 안에서 같은 룰을 적용받아야 한다"며 "상호금융의 성격상 주무부처는 다르더라도 금융기관으로서 충분히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입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팔이 안으로 굽는' 관행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이번 감독체계 개편 과정에서 상호금융도 당국의 감독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제3자가 직접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겠다"고 덧붙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직적인 측면에서의 제재도 중요하지만, 금융사고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담당자 개인의 책임 소재가 명확해야 한다"며 "횡령이나 불법 대출 같은 금융사고는 대부분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해당 직원들이 경제사범으로 엄중한 법적 제재와 처벌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적인 행정 제재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미국 등 해외 사례처럼 횡령 사고에 대해 중형을 부과하는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정히 다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