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기차 화재 안전 관리 대책' 발표… 내년 적용
"제조물배상 책임보험 가입해야 보조금 준다"… 테슬라 미가입
보험 가입 유도책… 소비자 배상 범위 확대 및 불안감 낮춰야
판매 가격 상승 리스크…테슬라 "가입 검토 중"
내년부터 테슬라의 전기차를 사면 보조금을 못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전기차 보조금이 없어진 것도, 다른 브랜드가 다 같이 못 받는 것도 아닙니다. 테슬라만 보조금 제외 대상이 됐는데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테슬라를 사려고 계획 중인 분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일 텐데요. 지난달 정부가전기차 화재에 대해 높아진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전기차 화재 안전 관리 대책‘을 내놓으면서입니다.
테슬라가 대상이 된 건 이 대책에 ‘제조물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제조사의 전기차에는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인데요. 이 보험의 정체는 뭐고, 전기차 화재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 건지 알고 가야겠죠.
제조물배상 책임보험이란, 쉽게 말해 제조사가 제조물에 문제가 생겨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배상 부담을 덜어주는 보험입니다. 현재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제조사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이나 신체,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면 이를 배상해야하는데요.
만약 제조사가 결함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해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보상해야합니다. 의무 가입은 아니고, 기업이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럼 왜 테슬라만 문제가 됐는지가 궁금하실 텐데요. 이 제조물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전기차 제조사가 국내에서 테슬라 한 곳 뿐이거든요.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등 국내 제조사는 물론이고,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수입 전기차 제조사들도 모두 해당 보험에 가입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렇게 보니, 정부가 테슬라에게 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죠. 그렇다면 정부가 '전기차 화재 안전 대책'을 앞세워 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이유는 뭘까요. 다른 제조사들은 어째서 한군데도 빼놓지 않고 가입을 한 걸까요.
가장 큰 문제는 제조사가 제조물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운전자들이 차량 결함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제대로 배상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겁니다. 보험에 가입돼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제조사가 배상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소극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또, 기업의 입장에서도 사실 꼭 필요한 보험인데요. 특히 자동차의 경우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결함이 발생했을 때 피해 규모가 크잖아요. 예를 들어 자동차 모델 하나에 브레이크 결함이 생겼다고 가정하면,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게 전부 고액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고요.
피해 규모가 크면 기업의 존폐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 소비자도, 기업도 보호하는 보험인 겁니다.
특히 작년 인천 청라에서 발생했던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인데요. 그래서 더더욱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것 같습니다.
적어도 이 보험에 가입된 제조사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제조사의 결함인 것이 입증된다면 소비자가 피해 보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거죠.
정부는 전기차 제조사의 제조물배상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데요. 또 전기차 충전사업자에 대해서는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사업자의 과실이 없어도 피해자의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보험 가입 의무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된다고 하면, 테슬라의 차량은 모델 3 기준 약 400만원 가량 가격이 비싸지게 됩니다. 현재 국고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더해서 서울시 거주자 기준으로 약 385만원을 지원받고 있거든요. 적은 액수는 아니죠.
테슬라 측은 미국 테슬라 본사와 이 책임보험 가입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입장인데요. 아무리 테슬라가 잘 나간다고 하지만, 보조금 없이 전기차를 판다는 건 리스크가 클테니까요. 업계에선 올해 테슬라도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테슬라 동호회를 비롯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도 피해시 배상 범위가 넓어지는 부분이 있다 보니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입니다. 테슬라가 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고시 책임을 회피할 것이라 확언할 순 없지만, 적어도 테슬라를 사랑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더욱 안심시킬 수는 있겠죠. 정부 정책의 순기능이라고 보여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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