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외계층 지원, 경제활력 유도 등 긍정적 효과 가져올 전망
도덕적 해이 및 형평성 논란, 짧은 채무조정 이력 기간도 문제
채무조정 이력 기간 합리적 조정·성실 차주 보상책 마련 시급
최근 신정부가 추진하는 장기 연체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이하 채무조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무담보 개인 및 개인 사업자 채무를 대상으로, 상환능력이 없는 경우 전액 소각, 일부 상환능력이 있는 경우 최대 80% 원금 감면 및 10년 분할상환이라는 파격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약 113만 명, 16조4000억원 규모의 채무를 조정하는 대형 정책으로 사회적 배제에 놓인 취약계층의 금융적 재기를 지원하고 경제 활력 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좀 더 구체적인 채무조정을 통한 정책 효과에 관해 짚어보자.
첫째, 금융소외계층의 사회적 재기를 도와줄 수 있다. 장기 연체로 인해 신용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이들에게 빚 탕감 및 분할상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일자리·의료·주거 등 기본적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시절 10년 이상 연체 1000만원 이하 소액 채무자에게 실시한 빚 탕감 정책이 성공적으로 시행된 바 있으며, 이번에는 대상과 금액이 확대되어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둘째, 경제 활력 제고에 일조할 수 있다. 빚 부담에서 벗어난 취약계층은 소비와 투자에 나설 수 있고, 이는 내수 회복과 경제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과거 신용회복기금, 한마음금융 등 역대 정부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경제 위기 극복에 일정 부분 기여한 바 있다.
셋째, 연체 정보 삭제 후 남겨지는 채무조정 이력도 1년 이상 성실 상환시 삭제돼 연체자의 신용회복을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법상 7년 이상 연체된 채무는 연체 정보가 자동으로 삭제되지만, 채무조정을 받으면 '공공정보'로 신용정보에 기록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1년 이상 성실 상환 시 채무조정 이력 삭제' 방침을 밝혀 단기적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 등 해외 사례와 비교해 신용회복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다만, 이번 채무조정의 보완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선 도덕적 해이 및 성실 차주와의 형평성 문제이다. 이는 시급히 해결해야 될 문제로서, 자칫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반복적으로 시행될 경우, 일부 채무자는 '빚을 갚지 않아도 정부가 해결해 준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신용회복제도 도입 이후 자발적 채무불이행이 증가했다는 실증연구가 있다. 이는 대출기관의 수익 악화와 이자율 인상으로 이어져 성실 차주가 부담을 떠안게 되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한다.
다음으로 신용정보 기록 기간의 합리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정부의 채무조정 이력은 1년 이상 성실 상환 시 삭제된다.
이는 미국의 'debt settlement'(원금 감면 채무조정) 이력이 7년간 신용정보에 남는 것과 비교해 매우 짧다. 짧은 기록 기간은 신용회복에는 유리하지만, 도덕적 해이 및 성실 차주와의 형평성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채무조정 이력이 7년간 남아, 채무자의 신용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며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재원 확보 및 금융기관 부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4000억원의 재정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출연금 4000억원을 재원으로 삼고 있다. 이는 금융기관의 부담 증가를 가져와 결과적으로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적 보완을 위해 미국의 채무조정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DMP(Debt Management Plan; 민간 신용상담기구의 사적 채무조정)을 포함한 다양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미국은 원금 감면이 포함된 채무탕감의 경우 상환일로부터 7년간 신용정보에 기록하지만, 원금 감면 없이 원리금 상환만 하는 채무조정(DMP)에 한해서는 채무 조정후 별도의 부정적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또한, 미국은 차주 파산시에는 10년간 신용정보에 해당 기록을 남기고, 연체기록도 7년간 신용정보로 유지한다.
이로써, 미국은 차주가 채무를 스스로 갚을 경우에 한해서는 신용기록 삭제라는 확실한 인센티블 제공하고, 채무탕감, 연체, 파산 등 채무불이행의 경우 해당 기록을 장기간 유지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고 성실 차주와의 형평성을 유지한다.
필자가 제시하는 채무조정의 보완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채무조정이력 기간의 합리적 조정이다. 현재 1년간의 채무조정 이력 기간은 신용회복에는 유리하지만,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미국의 사례를 참조하여 3~5년 정도로 기록 기간을 조정하거나, 채무조정 횟수에 따라 기록 기간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두 번째, 성실 차주 보상 및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성실 차주에 대한 추가 금융지원, 세제 혜택, 신용점수 가산점 제공 등 실질적 보상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세 번째, 재원의 안정적 확보 및 금융기관 부담을 분산시켜야 한다. 정부와 금융기관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등 다양한 재원을 활용하고, 금융기관의 출연금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채무조정은 금융소외계층의 사회적 재기와 경제 활력 제고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1년간의 채무조정 이력 기간은 미국의 7년간 기록에 비해 짧아 도덕적 해이와 성실 차주와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록 기간의 합리적 조정, 성실 차주 보상, 재원 확보와 같은 구체적인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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