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82% “경력직만 채용”...대졸 취준생 ‘한숨’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6.24 08:48  수정 2025.06.24 08:49

대한상의 상반기 채용시장 분석

“신입보다 경력·비수도권 인식 전환”

대졸 청년 54% “취업 진입장벽”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전경.ⓒ대한상의

최근 기업들의 경력직원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82%가 경력 채용만을 원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질서 재편과 인공지능(AI) 발전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상반기 채용시장 특징과 시사점 조사’를 통해 올 상반기 채용시장을 ‘신입보다는 경력’, ‘연봉 미스매치’, ‘비수도권 인식 전환’ 등으로 요약했다.


이는 대졸 청년 구직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졸 청년 취업인식조사와 민간 채용 플랫폼의 채용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구직자가 많이 찾는 한 민간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상반기 채용공고는 현재까지 14만4181건으로 나타났다. 경력 채용만을 원하는 기업은 전체의 82.0%, 신입 또는 경력을 원하는 기업은 15.4%였다. 순수하게 신입직원만을 채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2.6%에 그쳤다.


대졸 청년 구직자의 53.9%는 취업 진입장벽으로 ‘경력 중심의 채용’을 지목했고 33.5%는 ‘인사적체로 신규채용여력의 감소’를 꼽았다. ‘AI 등 자동화로 인한 고용규모 축소’라는 응답도 26.5%에 달했다.


기업은 실전에 바로 투입할 인력을 원하고 있지만 대졸 청년 구직자들은 직무를 쌓을 기회가 적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청년 구직자의 53.2%는 ‘대학 재학 중 직무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새로운 국제질서와 AI 폭풍 등 변화의 방향과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기업들의 채용도 공개채용보다는 수시로, 신입보다는 중고신입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정부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청년일경험사업'과 ‘일학습병행제’를 확대하는 한편, 참여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특징은 구직자와 구인기업간 연봉 미스매치다. 상반기 대졸 청년 구직자의 희망 연봉수준은 평균 402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입을 원하는 구인기업 채용공고상 평균 연봉수준인 3708만원보다 315만원 높은 수준이다.


이들의 62.2%는 “중견기업(33.8%)과 대기업(28.4%) 취업을 희망한다”고 답한 반면, “중소기업(11.4%)이나 벤처 스타트업(3.5%) 취업을 원한다”는 응답은 14.9%에 불과했다.


마지막 특징은 청년들의 비수도권 취업에 대한 인식 변화 조짐이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거주 신규 구직자의 63.4%는 “좋은 일자리가 전제된다면 비수도권에서도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비수도권 취업을 위한 조건으로 ‘높은 급여 수준’(78.9%)이 가장 높았고 양질의 복지제도(57.1%), 워라밸 실현(55.8%), 고용 안정(42.5%), 커리어·직무역량 개발(29.1%)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윤정혜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청년들의 비수도권 취업의향은 수도권 취업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지방취업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기업을 끌어들일 파격적인 규제혁신과 과감한 인센티브, 글로벌 정주여건, AI 인프라 등을 조성해 기업을 유인하고 민간주도형 글로벌 도시에서 청년들이 밝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터전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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