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율 87%, 기존 시스템과 유사
얼음결합 단백질이 얼음에 달라붙은 모습. ⓒ극지연구소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 이하 극지연)는 얼음을 이용해 단백질을 정제하는 신기술 ‘얼음 친화 정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극지연에 따르면 단백질 정제는 생명과학 연구에서 특정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 단계다. 인슐린이나 인터페론 같은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 개발과 생산 과정에서 필수 공정이다.
자연에는 얼음에 달라붙는 성질을 가진 얼음결합 단백질(IBP)이 존재한다. 특히 극지에서 많이 발견된다.
도학원 박사 연구팀은 북극 영구동토에서 찾은 미생물에서 유래한 DUF3494 계열 얼음결합 단백질(이하 DUF)에 주목했다. 높은 열 안정성과 얼음결합 활성 덕분에 얼음의 성질을 왜곡시키지 않고 결합할 수 있어서, 산업 공정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했다.
재조합 단백질은 대량 생산 시 목적하는 단백질을 뒤섞인 다른 물질과 분리, 정제하는 과정을 거친다. 연구팀은 DUF 단백질을 꼬리표, 태그(tag)처럼 활용하는 얼음 친화 정제(IAP) 시스템을 설계해 이 과정에 적용했다.
DUF 단백질의 얼음 결합 특성을 이용해 목적 단백질만 얼음에 부착시키고 불순물은 씻어내 고순도의 단백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얼음 친화 정제 시스템 회수율은 87%로 기존 고성능 정제 시스템과 비교하면 약간 낮거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연구팀은 실험 규모를 키워서 대량 정제 공정에 적용하면,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자연에서 유래한 단백질과 얼음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성과 안전성이 우수한 것도 장점이다. 기존 공정은 고가의 독성 합성 물질을 사용해 비용과 환경 부담이 컸다. 정제 과정에서 목적 단백질이 손상될 가능성도 있었다.
극지연은 이번 연구 결과를 특허 출원 중이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이번 연구는 극지 유래 생물자원의 산업적 가치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며 “얼음결합 단백질 기술은 단백질 정제 태그뿐 아니라 냉동 보존, 생명소재, 친환경 바이오소재 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으며, 특히 산업용 단백질 생산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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