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민족주의 우파 성향의 야권 후보인 무소속 카롤 나브로츠키(42)가 당선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폴란드 선거관리위원회는 2일(현지시간) 나브로츠키 후보가 50.89% 득표율을 기록하며 친유럽 자유주의 성향인 집권 여당 시민플랫폼(PO)의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53) 후보(49.11%)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은 유럽연합(EU)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해온 여당과 폴란드의 국익을 우선으로 보는 민족주의 우파 야당 법과정의당(PiS)의 맞대결 구도로 주목을 받았다. 나브로츠키 당선인은 무소속이지만 PiS의 지지를 받았다. AP는 “이번 대선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새로운 대통령 하에서 폴란드가 더욱 민족주의적인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됨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아마추어 복서 출신이자 범죄조직 연구에 관심이 많은 보수 역사학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나브로츠키 당선인은 민족주의적 역사 서술을 주도하는 폴란드 국가기억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그는 폴란드 헌법이 유럽법에 우선한다며 유럽 난민협정에서도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적극 협력해 안보 불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는 등 반유럽·친트럼프 정책을 내걸었다.
그는 이달 초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국가기도의 날 행사에 찾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고 이를 선거전에 대대적으로 활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당신이 이길 것”이라는 응원을 하기도 했다. 나브로츠키 당선인은 폴란드 안보가 미국에 달려 있다며 미국과 협력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안보 불안을 잠재우겠다고 공약했다.
지난달 실시된 1차 투표에서는 13명이 출마했지만,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어 1위인 트샤스코프스키 후보(31.36%)와 나브로츠키 후보(29.54%)가 1일 결선을 치렀다. 나브로츠키 후보는 1차 투표에서 트샤스코프스키 후보에 소폭 뒤처졌지만 갈수록 격차를 좁히면서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그는 결선투표 직전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도 트샤스코프스키 후보에게 1%포인트 안팎 차이로 오차범위 안에서 뒤졌다.
이번 폴란드 대선 결과는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중도·자유주의 연정 정부에는 타격이 될 전망이다. 폴란드 대통령은 형식상 상징적 역할이 크지만, 외교·국방 정책에 영향력을 미친다. 특히 대통령이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해 갖는 거부권 권한으로 사법개혁 등 투스크 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정책이 좌초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나브로츠키의 승리에 대해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친EU 정부에 대한 타격”이라며 “폴란드의 현재 정치적 교착 상태를 장기화하고 유럽에서의 입지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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