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를 ‘작물 맞춤형 발효액비’로…비료비용↓, 생산성↑[축산업 혁신⑥]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05.26 07:00  수정 2025.05.26 11:36

여름철 분뇨 수거 막힌 틈, 작목별 맞춤형 발효액비로 해소

살포시간 3분의 1 단축, 화학비료 70% 감축…비용 부담↓

축산·경종 연결하는 순환 구조 구축…정부 장비 지원 절실


맞춤형 발효액비 공급 모습. ⓒ여주시 농업기술센터

현재 축산업은 생산성 향상과 환경 지속 가능성 확보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비롯한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 예방, 국제 곡물가 상승, 축산농가 노동력 부족 문제 등에 부딪히고 있다. 더욱이 축산 냄새 발생, 수질오염 토양 양분과잉 등 환경문제는 축산업 성장을 제약하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도 축산업 생산성 향상과 환경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정책과 산업 전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축산TF는 ‘한우, 젖소, 한돈, 경축순환, 조사료 생산, 축산물 품질 차별화, 축산스마트팜 기술’ 7개 부분에서 혁신 사례를 선정한 바 있다. 기술·경영 혁신을 통해 생산비 절감, 품질 향상, 환경문제 등의 문제를 해결한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발굴됐다. 데일리안은 7개 혁신 사례 현장을 직접 찾아 축산업이 놓인 현실,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맞춤형 발효액비 살포 모습. ⓒ여주한돈협회 영농조합법인

경축순환이란 농업과 축산업이 유기적으로 순환하는 구조를 말한다. 지역 내 가축분뇨를 수거해 양질의 퇴비·액비를 생산하고 지역 내 경종 농가에 공급해, 농작물 생산에 활용함으로써 환경친화적 순환 농업을 뜻한다.


경축순환 농업은 가축분뇨 적정처리를 통한 토양, 수질 등 환경 오염을 방지한다. 가축분뇨 퇴비·액비 생산·활용으로 화학비료 절감과 친환경농업 육성도 도모할 수 있다.


특히 축산 규모화로 인해 분뇨 배출은 늘고 있지만 처리시설 등은 기피 현상 등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수입의존도가 높은 비료·사료 대체제 마련을 위해서라도 경축순환을 통한 퇴비·액비 생산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여주한돈협회 영농조합법인은 2012년부터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사업에 선정돼 현재까지 추진 중이다. 액비 제품 다양화로 작물 재배 농가 생산성 향상과 화학비료 감축에 기여해 농어업위 혁신사례 경축순환농업 분야에 선정되기도 했다.


맞춤형 비료액비 살포 모습. ⓒ여주한돈협회 영농조합법인
작물별 맞춤형 발효액비 개발…여름철 분뇨 수거 안정화


양돈농장에선 매달 가축분뇨가 발생한다. 가축분뇨를 방치하면 악취 등 환경 문제가 발생하기에 매달 수거해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작물이 이미 밭에 심어져있어 밑거름(기비)용 액비를 사용할 수 없다. 여름철엔 액비를 뿌리지 못하니, 농민들의 액비에 대한 수요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액비 수요는 하락하는데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분뇨는 지속 발생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여주한돈협회 영농조합법인은 비수기에도 분뇨 수거가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추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작목 맞춤형 발효액비 제품을 개발했다. 맞춤형 발효액는 부족한 성분을 작목별로 화학비료나 유기질비료로 보충해준다.


이용복 여주한돈협회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매달 분뇨는 발생하는데 여름철엔 액비를 사용하지 않으니, 여름철 분뇨는 수거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비용 액비를 만들어 비수기에도 분뇨 수거가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추비용 액비 공급이 1년에 7000t 정도 시설하우스, 골프장 등에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으로 반입되는 분뇨는 연간 4만t 수준이다. 2022년 분뇨 반입량은 4만 4758t, 2023년 4만 2710t, 2024년 3분기까지는 3만 1986t인 것으로 집계됐다.


액비 살포량은 2022년 4만 1947t, 2023년 3만 9642t, 2024년 3분기 누적 2만 3399t을 기록했다. 이 중 맞춤형 발효액비는 2022년 7537t, 2023년 7745t, 2024년 3분기 6131t으로 파악됐다.


또 법인은 여주시 농업기술센터, 상지대학교와 함께 민·관·학 협력 체계를 구축해 총 34종 작목별 맞춤형 발효액비를 개발했다. 이 중 벼·고추·감자·고구마 등 약 20개 맞춤형 발효액비가 지역에 공급되고 있다. 액비를 사용하는 경종농가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500 농가다.


ⓒ여주한돈협회 영농조합법인
작목별 맞춤형 발효액비, 살포시간 3분의 1로…생산량·품질도↑


작목별 맞춤형 발효액비 사용 시 살포 시간이 단축되며, 상품성 향상 및 경영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은 시범 사용 농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액비를 사용했을 때 살포 시간이 월 30시간에서 10시간으로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작목별 맞춤형 발효액비 사용효과 검증을 위해 벼 실증시험을 한 결과, 맞춤형 발효액비를 사용했을 때 발효액비보다 생산량이 약 120kg(10a 기준)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구마도 실증시험한 결과 맞춤형 발효액비를 사용했을 때 발효액비보다 약 100kg(10a 기준)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학비료와 비교했을 땐 약 200kg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품성의 경우 복숭아 기준 과중이 8%, 당도 4%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맞춤형 발효액비 사용에 따른 경영비 절감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부추는 화학비료 대신 맞춤형 발효액비를 사용하면 경영비가 연 35만 4400원 절감된다고 법인 측은 설명했다. 복숭아는 23만 6803원, 고구마 20만 1000원, 시설 가지 15만 1900원, 벼 7만 4700원 등의 경영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얘기했다.


맞춤형 발효액비를 사용하면 화학비료가 최대 70% 절감되며, 노동력은 최대 80% 줄어들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용복 대표는 “맞춤형 발효액비로 화학비료 사용량이 줄고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며 “추가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 노동력도 줄고, 경영비도 감소한다. 여기에 자원순환농업까지 실현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이득”이라고 밝혔다.


이용복 여주한돈협회 영농조합법인 대표.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축산과 경종을 잇는 순환경제…맞춤형 발효액비로 상생 실현


경종 농가와 동반관계를 통한 경제적 이익과 환경적 책임도 공유하고 있다.


법인은 경종 농가 대상으로 자원화한 액비를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 분뇨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돈농가 회원들에게 수거비용을 받고 이를 맞춤형 발효액비화해 관내 경종 농가에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양돈농가 회원들에게 받는 수거비용도 타지역 처리비용보다 t당 1만원을 더욱 저렴하게 받고 있다. 분뇨 처리 비용을 납부해야 하는 양돈농가 입장에서도 비용적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러한 순환 시스템에 대해 농업기술센터와 법인 측은 ‘지속가능한 농업의 핵심 구조’라고 강조했다.


김상민 여주시 농업기술센터 축산미생물팀장은 “가축분뇨가 액비로 만들어져 경종농가에 공급되고, 그 과정이 끊기지 않고 순환되는 구조가 유지돼야 한다”며 “이 순환 고리가 단절되면 결국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된다. 분뇨를 처리해야 하는 축산농가는 처리비용이 늘어나고, 비료를 써야 하는 경종농가는 비용 부담이 커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축산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순환경제”라며 “앞으로도 축산·경종 간 자원 순환 체계를 정착시키는 것이 농업 지속가능성과 상생을 위한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도 “지역 내 양돈농가를 위해서라도 가축분뇨를 이용한 맞춤형 발효액비 제품 생산은 지속돼야 한다”며 “단순히 분뇨를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서, 바이오플랜트나 퇴비화 시설까지 갖춰 자원화하는 구조로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코로나 이후 정부의 시설·장비 지원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현장에서는 내구연한 5년인 차량을 15년째 수리해 가며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분뇨를 즉시 수거해 외부 현대화 시설에서 슬러지 상태로 100% 처리하고, 퇴액비화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면 축산 농가의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농가는 분뇨 처리 걱정 없이 사육에 전념하고, 악취 민원이나 오염 우려 없이 자원 순환도 실현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데일리안과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공동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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