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넘는 '투자 선구안'…AI·로봇 판 키운 ICT 기업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6.04.14 11:17  수정 2026.04.14 11:23

SK텔레콤, 앤트로픽 투자 효과

KT, 현대차·금융 지분 교환 결실

SK스퀘어, 비상장 AI 선제 발굴 전략 성과

네이버, 초기 투자로 유니콘 배출…생태계 확장 기여

지난달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2026)에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양산형 모델이 일반을 대상으로 공개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기업의 투자 판단이 투자 기업은 물론 자사 기업 가치와 산업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ICT 기업들이 수년 전 심어둔 투자 씨앗이 조 단위의 가치 상승이나 글로벌 기술 혈맹으로 돌아오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각되는 흐름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023년 투자한 앤트로픽(Anthropic) 지분 효과가 주가에 반영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SK텔레콤은 2023년 8월 14일 앤트로픽 지분을 약 1321억원에 취득했다. 이후 후속 투자 및 지분 희석 영향으로 2025년 말 기준 지분율은 0.3%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장부가액은 1925억원에서 1조3762억원으로 7배 넘게 뛰었다.


2021년 오픈AI 탈퇴 연구진이 설립한 앤트로픽은 AI 모델 '클로드(Claude)'로 급성장하며 연간 반복 매출(ARR)이 지난해 90억 달러(약 13조원)에서 최근 300억 달러(약 44조원)로 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소프트웨어의 결함(버그) 탐지가 강점인 최첨단 AI 모델 '미토스(Mythos)'를 일부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공개해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몸값 높이기 전략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다.


앤트로픽 기업 가치 상승에 투자 기업 중 하나인 SK텔레콤의 주가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1월 14일 5만4100원이던 주가는 4월 13일 종가 기준 9만2500원으로 뛰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매수 의견을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21% 상향 조정했다. 통신 본업 영업가치 30조원에 앤트로픽 지분가치 3조9000억원을 합산한 결과다.


유진투자증권은 "ARR 3개월 내 3배 급증, 오픈AI ARR 최초 상회, 신규 모델에 대한 긍정 평가 등 잇따른 모멘텀 이벤트가 SKT의 앤트로픽 지분가치 프리미엄을 재부각시키며 주가 랠리로 이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투자 손익비가 우호적이지 않으며 금리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도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앤트로픽 지분과 관련해 SK텔레콤은 현재 활용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중이다. 정재헌 SKT 사장은 지난달 주총 이후 "AI 사업은 여러 방면에서 검토하고 있다. 몇 가지는 방향을 잡고 추진할 예정이나, 다른 기업들과 협력하면서 진행할 부분이어서 그 부분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말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앤트로픽 로고ⓒ앤트로픽

KT도 지분 투자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 사례로 꼽힌다. KT는 현대차그룹과 미래 모빌리티 동맹을 위해 2022년 9월 지분 교환을 단행했으며 같은 해 1월에는 신한금융지주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해 지분을 교환했다.


당시 KT는 현대차 4456억원(221만6983주, 1.04%), 현대모비스 3003억원(138만3893주, 1.46%)어치 자사주를, 현대차그룹은 KT 자사주 7459억원(7.7%, 총 2010만5609주)을 취득했다.


3년 7개월이 지난 현재,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흥행과 주가 급등에 힘입어 KT에 8000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안겼다. 지난 13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각각 47만8500원, 39만1500원으로 마감했다.


현대차가 피지컬 AI 전략을 강화하면서 추가 상승도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아틀라스'를 미국 공장 생산 라인에 투입하며 2030년까지 연간 최대 3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아울러 2022년 1월, 약 4375억원에 취득한 신한금융지주 주식도 4년 3개월 만에 2.5배 상승하며 지분 가치가 6500억원 이상 증가한것으로 나타났다.


디매트릭스 로고ⓒ디매트릭스

SK그룹의 ICT계열 중간 지주사 SK스퀘어는 비상장 투자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떡잎부터 발굴한다' 투자 방식을 통해 후속 투자 기회를 선점할 뿐 아니라 수년 내 기업공개 등을 통해 추가 투자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2023년 하반기 투자한 디매트릭스(d-Matrix, 미국)는 지난해 말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20억 달러(약 3조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는 투자 시점 대비 기업가치가 7배 이상 상승한 성과다. ReRAM 기반 차세대 AI 칩을 만드는 테트라멤(TetraMem) 또한 올해 예정된 새로운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가치가 기존 4억5000만 달러(약 6500억원)에서 2배 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2025년 7월 2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퓨리오사

네이버는 스타트업 양성 조직인 D2SF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2017년 6월 22일 퓨리오사AI에 초기 투자금 5억원을 투입했다.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이 회사의 장부가액은 611억원으로, 투자 원금 대비 122배의 성장세를 보였다.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한국 팹리스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기업가치는 3조원 추정 속에 현재 7500억원 규모 프리IPO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모델 경량화 및 최적화 기술 기업 노타도 네이버 안목이 빛난 사례다. 당시 네이버는 2015년 8월 20일 단돈 5000만원을 투입했다. 10년이 지난 작년 말 기준 장부가액은 211억원이다. 노타는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으며 현재 시가총액은 7000억원 수준이다.


네이버의 선제적 투자가 조 단위 가치의 유니콘 기업으로 키워내는 밑거름이 됐지만, 다른 기업과 달리 주가 상승 직접 견인 보다는 기술 생태계 저변 확대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이 네이버 투자 성과 보다는 검색, 커머스 등 본업 성장 둔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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