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내년 보조금 수혜 5조 전망
강성 UAW 가입자 늘어 비용 상승 압박 커져
"캐즘에 더해 IRA 효과 감소될까 우려"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의 장기화에도 미국 진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에 3사의 내년도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보조금 수혜 규모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최근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행보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9일 증권가 및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내년도 AMPC 수령 규모는 약 5조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전망치인 약 1조8000억원보다 세 배 가까운 규모다.
AMPC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정부가 자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에 주는 보조금이다. 배터리 셀은 1kWh(키로와트시)당 35 달러, 모듈은 1kWh당 10 달러를 지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합작해 짓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30GWh)을 올해 말 가동한다. 내년엔 미국 오하이오주 혼다 합작 공장(40GWh), 캐나다 온타리오주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49GWh)의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선 주요 생산 라인을 북미로 결집시킨 LG에너지솔루션의 AMPC 수령 규모를 약 2조7000억원으로 추정한다. 이는 올해 AMPC 전망치(1조3000억원) 대비 두배 규모로 늘어난 수치다.
삼성SDI는 올해 약 700억원 수령이 예상된다. 아직 미국에 셀 공장이 없지만, 모듈(팩)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으로 보조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내년부터 인디애나주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33GWh)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셀 생산분에 대한 AMPC 수령도 예상된다. 증권가는 내년 삼성SDI의 AMPC 규모가 최대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SK온 역시 AMPC 규모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는 SK온의 내년도 보조금 규모를 약 1조84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올해 전망치(약 4430억원)의 4배 규모다. 미국 조지아주 단독 공장(22GWh)에 더해 내년 포드와의 합작 켄터키주 1공장(43GWh), 테네시주 2공장(43GWh)의 가동이 예정돼 있다. 내년부터 조지아주 현대차 합작 공장(35GWh)의 일부 생산도 시작된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북미 내 생산능력 확대로 인한 경쟁력 상승과 보조금 수혜를 기대하면서도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합작 공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을 부추기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현지 근로자를 고용해 사업을 진행하려면 노조와의 관계 설정은 불가피하지만, 배터리 생산법인 근로자들이 미국 내에서도 최대 강성으로 꼽히는 UAW에 가입하는 것은 상당한 잠재적 리스크로 꼽힌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테네시 2공장 직원 대다수가 UAW에 가입하기 위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측은 대표교섭 지위를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얼티엄셀즈 오하이오 1공장은 지난 2022년 12월 노조를 결성한 뒤 북미 최초로 UAW에 가입해 사측과 입금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올 6월 1공장은 임금을 3년간 30% 인상하는 협상안을 타결했다.
UAW는 포드와 SK온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공장에서도 노조 결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의 인디애나주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 역시 내년 가동을 앞두고 있어 노조 결성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우선 업계는 북미 내 노조 설립은 현지 법인과 노조 간의 일이라며 한발 물러선 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대응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인건비 상승 등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임금 인상 등이 결정된 사례도 있다. 보릿고개를 지나는 마당에 국내도 아닌 미국 현지에서 리스크가 커지는 건 큰 우려"라면서 "향후에 강성 노조를 통해 생길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 11월 치뤄질 미국 대선까지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IRA 제도에 우호적인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문제가 적겠지만, 보조금 축소를 내건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타격일 것"이라면서 "UAW의 세가 확장되어 비용 부담이 커지는 일까지 생길 텐데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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