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박정림·NH 정영채 임기 만료 앞두고 중징계로 고심
가처분 인용시 연임 도전 가능…승소 사례 참고 여부 관심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 결정을 앞두고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서 소송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앞선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승소 사례를 참고로 동일한 과정을 밟는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정림 사장과 정영채 사장이 취업 제한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서 고심이 깊어진 가운데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대응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제21차 정례회의에서 지난 2019년 라임·옵티머스 펀드의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박정림 사장과 정영채 사장에 대해 각각 직무정지 3개월과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박 사장과 정 사장이 받은 직무정지와 문책경고는 각각 4년과 3년간 연임 및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이로써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박 사장과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정 사장 모두 연임이 불가능해졌다. 박 사장은 앞선 KB금융지주 경영 승계 과정에서 최종 후보군에 포함됐을 정도로 계열사의 핵심 수장으로 꼽혀왔지만 이번에 사실상 최고 수위의 제재를 받으면서 불명예 퇴진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제재를 수용하면 그대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만큼 행정소송 제기 가능성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본안 소송 전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일단 연임 도전 자체가 물거품되는 것은 막을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소송은 통상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3~4년이 소요된다. 이에 보통 징계 등 행정명령에 대한 효력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멈추게 해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함께 낸다. 법원에서 가처분이 인용되면 본안소송(행정소송)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징계의 효력이 정지되는 만큼 연임에 도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참고할 만한 시나리오도 있다. 금융당국의 징계에 반발해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인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0년 3월 손태승 전 회장에게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 중징계를 결정했다. 그러나 손 전 회장은 문책경고를 두고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뒤 대법원 재판에서 최종 승소했다.
당시 손 전 회장은 금감원의 중징계안이 통보되자마자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및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해당 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손 전 회장에 대한 징계는 행정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효력이 멈췄다. 이후 손 전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됐고 금감원과 본안소송을 두고 법정 공방을 이어갔다.
지난 2021년 8월 1심 재판부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아닌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즉각 항소했지만 지난해 7월 2심 재판부도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해 12월 대법원도 금감원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박 사장과 정 사장의 중징계 확정에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불완전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손 회장과 비슷한 사례라는 점에서 박 사장과 정 사장도 징계 취소·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다만 금융당국과 대립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또 연임을 위해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회사와 금융지주사에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는 선택이어서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KB은행은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을 가장 많이 판매해 금감원이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며 “금융당국이 앞서 손 전 회장의 판례를 통해 내부통제 법리 싸움을 더 공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