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채권 〉 충당금' 역전…리스크 대응 '고삐'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3.07.26 06:00  수정 2023.07.26 06:00

NPL 커버리지비율 100% 아래로

고금리 위험 확산 대응에 '총력전'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저축은행들이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 규모가 여신 리스크에 대비해 쌓아둔 충당금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역전 현상이 벌어진 건 4년여 만의 일로, 그 만큼 부실채권이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모습이다.


저축은행업계의 과거 상황과 비교해 봤을 때 당장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중심으로 부실이 더 확산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위험 관리에 보다 고삐를 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79개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비율은 평균 99.4%로 지난해 말보다 14.7%포인트(p) 떨어지면서, 2019년 말 이후 4년여 만에 100%를 밑돌게 됐다.


이는 저축은행업계가 여신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준비해 둔 충당금보다 부실채권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로, 향후 잠재적인 부실에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축소됐다는 뜻이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금융사가 보유한 부실채권을 가리키는 고정이하여신 잔액과 비교해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자산 기준 10대 저축은행을 살펴보면 상상인저축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이 67.4%로 제일 낮았다. 이어 ▲페퍼저축은행(81.3%) ▲애큐온저축은행(82.0%) ▲한국투자저축은행(93.2%) ▲다올저축은행(98.8%) 등의 해당 수치가 두 자릿수 대에 머물며 낮은 편이었다.


반면 ▲모아저축은행(103.2%) ▲SBI저축은행(115.1%) ▲OK저축은행(120.9%) ▲웰컴저축은행(122.9%) ▲신한저축은행(141.3%) 등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100%를 웃돌았다.


10대 저축은행 NPL 커버리지비율.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저축은행들의 여신 위험 대응력 지표가 나빠진 건 그 만큼 부실채권이 많이 늘어서다. 저축은행업계의 NPL 총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5조790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는 23.4%, 1년 전보다는 60.6%나 늘었다. 이 금액이 5조원을 넘어선 건 2014년 상반기 말 이후 처음이다.


다만 아직 그렇게 걱정할 정도로 저축은행들의 부실 대응 여력이 악화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축은행업계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100%에 미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오히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굉장히 여유가 있는 수준이다. 2020년 이전까지 저축은행들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2015년 말 60.5% ▲2016년 말 72.0% ▲2017년 말 89.2% ▲2018년 말 94.1% ▲2019년 말 99.5% 등으로 꾸준히 상승해 왔다.


문제는 향후 부실채권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가장 큰 원인은 고금리 여파다.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축은행 대출을 상환하는데 곤란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특히 제 1금융권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2금융권을 찾은 고객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저축은행의 대출 부실 우려는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저축은행업계가 파이를 키워 온 부동산 PF 대출도 문제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그런데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를 둘러싼 PF 대출 리스크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들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안정적인 상황"이라면서도 "여신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한 흐름인 만큼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 수요는 더 확대돼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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