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미국·EU…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추가 심사하나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3.02.14 13:53  수정 2023.02.14 14:38

외신 "EU, 고강도 반독점 조사할 것" 전망

상반기 안에 기업결합 마무리 어려울 수도

ⓒ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시계가 더디게 흘러가고 있다. 추가 심사에 들어간 미국에 이어 조만간 발표 예정이었던 EU까지 재심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올해 기업결합을 마무리하고 합병 시너지를 높일 예정이었던 대한항공도 속이 타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EU가 고강도 추가심사에 돌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0일 최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합병 계획이 EU의 전면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당초 오는 17일 예정된 심사 발표에서 EU가 2차 심사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지난달 13일 기업결합 신고서를 EU에 제출한 대한항공 측도 2차 추가심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까지 EU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면서도 "통상적으로 EU의 기업결합 사례를 보면 1차로 끝나는 경우보다 2차까지 가는 것이 절차라고 한다"고 말했다.


EU의 심사가 2차로 넘어갈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올해 상반기 내 마무리 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해 심사 발표가 났어야 할 미국과 영국에서도 아직까지 추가 심사를 진행 중인데다 일본의 기업결합 심사도 아직 남아있어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영국은 3월 중 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고 사실상 승인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의 발표 일정은 아직 미정이며, 일본은 아직까지 따로 얘기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합병 일정이 자꾸만 지연되면서 대한항공도 속이 타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2년을 넘긴 아시아나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고, '메가 캐리어'로 올라서기 위해 합병 후 시너지를 제고할 계획이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역시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하며 올해 아시아나를 품에 안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부채 비율이 1만%를 웃도는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해야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이후 화물 수익이 줄어든 점도 우려 요인이다. 아직까지는 호실적을 기록 중이지만, 항공 화물 시장이 침체되면서 올해 여객 사업이 화물 수익을 대체하지 못하면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대한항공의 지난해 4분기 화물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26% 감소했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여객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독자 생존할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 역시 기업 결합 필요성의 설득력을 약화시킬 요소다. 코로나19 당시 고사 위기에 처했던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인수하는 그림이었으나, 기업 결합 심사가 길어지는 사이 분기 흑자 궤도에 올라선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인수할 필요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결합 심사로 합병 시기가 끝없이 지연되면 아시아나에도, 대한항공에도 좋을 것이 없다"며 "인수 후에도 고용승계 등 해야할 일이 많은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속이 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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