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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온플법' 중복 추진에 속타는 IT업계…정부는 '마이웨이'


입력 2021.11.25 06:00 수정 2021.11.24 20:47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공정위안-방통위안 각각 정기국회 통과 여부 '촉각'

IT업계, 성급한 입법과 중복 규제 부작용 우려…즉각 중단 요구

학계도 나서 "재검토 돼야" 한 목소리

네이버와 카카오 본사 전경.ⓒ각 사 네이버와 카카오 본사 전경.ⓒ각 사

정부와 여당이 온라인플랫폼법안(이하 온플법)의 정기 국회 통과를 서두르면서 IT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주도의 각각의 법안이 함께 통과되는 방향으로 추진되면서, 중복 규제가 우려돼서다. 이와 더불어 성급한 입법 과정에 따른 부작용, 해외 기업과 역차별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2소위원회를 열고 공정위안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공정화법) 논의를 진행했다. 다만 야당 쪽 반대에 부딪혀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정무위는 추후 법안소위 일정을 다시 잡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온플법 통과를 반대하고 있는 IT업계 입장에서는 한숨 돌리게 됐지만 이날에는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전혜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통위안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플랫폼 규제 법안을 각각 발의하고, 관할 부처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법안 처리가 계류됐었다. 하지만 여당이 공정위안과 방통위안의 각 법안에서 중복 규제 우려가 있는 조항을 수정하고 내달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당·정·청 협의를 거쳐 수정된 공정위안 온플법은 규제대상을 당초 대상에서 기준을 10배 높여 중개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원 이상인 플랫폼 중에서 과기부와 협의해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또 역차별 우려에 따라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 모두를 규율 대상에 포함해 네이버, 카카오 뿐만 아니라 구글, 애플 등 국내외 20여개 기업이 규제 적용을 받을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과방위는 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은 방통위를 주무 부처로 하고 플랫폼과 입점업체는 물론 소비자와의 관계도 규율했다. 법 적용 대상을 일반적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구분해 의무를 차등 부과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플랫폼 사업자에게 검색이나 추천 등 콘텐츠의 노출 방지와 순서를 결정하는 기준 공개를 의무화했다. 이용자가 플랫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정보를 자신의 영업활동에 부당하게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이용자에게 서비스 이용 조건과 내용을 고지하지 않거나 과장·기만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공정위안-방통위안 각각 추진에 규제중복 우려…"성급한 규제 부작용 클 것"

이처럼 여당이 빠르게 온플법 처리를 추진하면서 IT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우선 공정위안, 방통위안으로 플랫폼 규제를 각각 적용 받게 되면 사실상 중복 규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또 업계가 온플법을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는 플랫폼 업계와 조율 없는 성급한 법안 처리 과정이다. 엄남현 홍익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빅데이터 기업을 대상으로 법안을 준비하며 45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유럽연합(EU)의 GDPR은 5-6년간의 치열한 논의 끝에 발의됐다"며 "온플법이 향후 10년간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심사숙고와 합의의 과정 없이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이에 온플법이 부처 간 규제 담합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협단체 7개가 모인 디지털경제연합은 지난 23일 성명서를 내고 “충분한 고민 없이, 부처간 규제 담합으로 대한민국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위협하는 온라인플랫폼 법안 추진을 즉시 중단하길 요청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플랫폼 규제가 스타트업 등의 성장을 저해하고 디지털 생태계 산업 발전까지 막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IT업계 관계자는 “세부 디테일 조정이 되더라도 중복 규제 우려는 여전하다”며 “특히 스타트업이 규모가 작기 때문에 법안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향후 성장하는 과정에서 장벽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글, 애플 등 빅테크와 역차별 우려 여전…네이버·카카오 글로벌 성장 막을수도
구글,페이스북,네이버, 카카오 로고.ⓒ각 사 구글,페이스북,네이버, 카카오 로고.ⓒ각 사

업계가 온플법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해외 빅테크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다. 네이버, 카카오가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대표 플랫폼 '공룡'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구글, 애플 등 해외의 빅테크 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다. 이에 불구하고 동일선상에서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규제를 적용할 경우 국내 플랫폼 업계 성장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다.


학계 역시 긴급 간담회까지 열어 성급한 온플법 추진을 반대하고, '자국 플랫폼' 소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원수 한국디지털광고협회 부회장은 지난 17일 개최된 '디지털 산업 육성을 위한 온플법 긴급 간담회에서 "유럽연합(EU)도 이미 미국에 종속되어 있는 상태이나 우리나라는 네이버나 카카 오 같은 회사들이 골목상권을 지키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용케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아 있는 상황이다. 자국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는 것의 중요성을 이미 코로나 상황에서 절감했다"고 지적했다.


또 공정위에서 온플법 수정을 통해 구글, 애플 등 빅테크도 규제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국내 기업을 중점에 두고 있고, 해외 기업은 규제를 우회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역차별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네이버, 카카오가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해외 빅테크 기업과 경쟁에 밀리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규제를 적용할 경우 되려 자국 플랫폼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달 21일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유튜브에 인스타그램, 넷플릭스까지 국내 시장을 점점 잠식하고 있다"며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적극 투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상생 차원에서 규제를 겸허히 받아들여야겠지만 자칫 경쟁이 저해가 돼서 시장을 잃게될까봐 두렵다"고 밝힌 바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여러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막아야하는 것은 성급한 입법"이라며 "올해 국정감사에서 플랫폼이 타겟이 되고 여론이 집중되면서 급하게 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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