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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톡 대신 구글·위챗 쓰는 세상이었다면 [김은경의 i티타임]


입력 2021.11.22 07:00 수정 2021.11.22 05:05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구글·애플에 넷플릭스까지 ‘배짱’…플랫폼 종속 후 그려지는 미래

반향 검증 안 된 ‘온플법’ 국회 통과 임박…“신중한 재검토 필요”

왼쪽부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왼쪽)와 제주도 카카오 본사.ⓒ각사 왼쪽부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왼쪽)와 제주도 카카오 본사.ⓒ각사

2030년. 네이버가 사라진 세상. 결국 구글이 국내 검색포털 점유율 99%를 차지하게 됐다. 카카오도 규제로 설 자리를 잃게 되자 무너지기 시작했고 중국 자본에 매각됐다. 이게 국민 대다수가 ‘카카오톡’이 아닌 중국 메신저 ‘위챗’을 쓴다.


말도 안 되는 망상처럼 보이지만 바로 옆 나라 일본 국민 대다수가 자국 기업이 아닌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을 쓴다는 걸 떠올려보면 그렇지도 않다.


어느 나라 기업 서비스든 이용자 입장에서 편하기면 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건 최근 불거지고 있는 넷플릭스 망 이용료 논란과 인앱결제 수수료 강제 사태를 보면서다.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트래픽 발생 상위 10개 사이트 중 해외 사업자의 발생 비중은 78.6%에 달한다.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상당수가 해외에서 유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망 이용료 계약을 체결한 국내 사업자와는 달리 넷플릭스는 돈 한 푼 내지 않고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조치조차도 외면하고 있다.


이에 김상희 부의장은 해외 CP의 망 이용료 계약 규정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국내 망 이용료 계약 회피 방지법’을 대표발의했다.


그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연간 수백억 원 이상의 망 이용료를 납부하고 안정적인 망 관리와 망 증설에 협력하고 있다”며 “넷플릭스, 구글 등 독점 콘텐츠를 가진 글로벌 CP와 비교해 협상력이 약한 국내 CP로서는 불공평한 상황에 놓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돼도 해외 사업자들이 ‘배짱’을 부리고 있어서 문제다. 구글과 애플은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에도 수수료를 ‘우회’해서 받으려고 하거나 법을 지키지 않으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해외 사업자에 플랫폼이 종속된 세상. 자국 기업도 아닌 나라에서 과연 법 제대로 지키고 이용자 후생 제대로 챙길까. 위의 사례들이 미래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그럼 네이버 카카오가 왜 갑자기 사라질 걱정을 해야 하느냐.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온플법) 국회 통과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현재 온플법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각각 계류돼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정무위에 오른 법안은 연 매출 100억원, 중개 거래액 10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필수기재사항을 명시한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계약 내용 변경 시 사전통지 의무 ▲거래상 지위남용행위 금지 등의 조항을 두고 있다.


과방위에 계류된 법안은 입점업체에 대한 소비자 불만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까지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다. 소비자 보호에 대한 기존 법안과 중복 규제로 기업 부담이 커지고 각 플랫폼의 알고리즘 구동방식이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마저 플랫폼에 대한 무분별한 사전규제로 인해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 매출 규모를 보면 스타트업이 성장할 기회를 박탈하는 법안이 될 소지가 크다.


신원수 한국디지털광고협회 부회장은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연합(EU)도 이미 미국에 종속된 상태지만 우리나라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회사들이 골목상권을 지키고 있다”며 “실제로 보면 미국과 중국 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용케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자국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는 것의 중요성을 백신 증명 등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절감했다”며 “만약 유럽이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이런 요청을 했다고 하면 협력을 받을 수 있었을까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이 정쟁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해외 사업자와 비대칭 규제로 국내 플랫폼은 손발을 묶어놓고 싸움을 시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안 일단 통과되면 나중에 문제 생겨도 돌이키기 정말 어렵다. 성급한 법안 통과 이전에 피해 사례를 고려해 신중한 검토와 충분한 시뮬레이션이 진행됐는지 먼저 짚어봐야 할 때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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