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교체' 첫날, 개점 1시간 30분 전부터 오픈런
10시 2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대기 18번
재고 없어 온라인 예약 안내…다른 민원 응대로 현장 혼선도
"유심보호서비스? 모르겠는데, 딸이 가보라고 해서 왔어요."
"교체 예약 해야되는 건가요? 대기가 1만명이라…."
28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2600여개 SK텔레콤(SKT) T월드 매장에서 유심(USIM) 무료 교체 서비스가 시작됐다. '정보 유출' 불안감에 시달린 가입자들은 개점 1시간 30분 전부터 SKT 직영점 앞에 장사진을 쳤다.
강남구 한 SKT 직영점 앞. 기자가 오전 9시 40분에 도착하자, 이미 18명의 가입자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대리점 문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였다.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했는지 묻자 한 가입자는 "그게 뭔가요? 해야되나요?"라고 반문했다. 초조한 얼굴로 뒤에 선 다른 고객은 오늘부터 예약하고 온 것인지 질문하자 "이미 대기가 1만명 넘었다고 하네요"라며 "직접 오는 게 더 빠른 것 같다"고 답했다.
유심보호서비스는 타인이 고객의 유심 정보를 복제 또는 탈취해 다른 기기에서 통신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해 주는 서비스다. SK텔레콤은 유심 재고 부족으로 인한 이용자 불편과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직영점은 오전 9시 51분에 문을 열었다. 두 명의 직원이 차례로 가입자들을 응대했다. 뒤를 돌아보니 대기 행렬은 어느새 30명을 넘어섰다. 번호표는 따로 배부되지 않았다. 줄 뒤편에 선 고객들은 진행 상황을 살피기 위해 수시로 대리점 문을 들락날락했다.
이 직영점은 유심 100여 개를 확보한 상태였다. 한 직원은 "수시로 재고가 들어오긴 하지만, 정확히 얼마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며 "재고가 없을 경우 '교체 예약 시스템'을 통해 예약한 뒤, 안내 문자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SKT는 현재 100만 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500만 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교체 작업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묻자, 직원은 "가입자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답했다.
설명이 끝나자마자 한 고객이 "11시 방문 문자를 받았다"고 말하며 유심 교체를 요청했다. 직원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저희 쪽에서 보낸 문자가 아니라서, 본사 쪽에 문의해보셔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기자가 방문한 직영점은 다행히 유심 재고가 있었지만, 같은 직영점이라도 재고가 없는 곳도 있었다.
송파구의 한 SK텔레콤 직영점에는 유심 물량이 전혀 없었는데, 언제 몇 개가 들어올지도 미정이라고 했다.
이 직영점도 8시 30분부터 유심을 교체하려는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고객들은 재고 부족으로 혼잡이 예상돼 불안한 마음에 일찌감치 줄을 섰다고 전했다.
행렬 가장 앞에 서 있던 고객은 "8시부터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방송에서는 계속 해킹 뉴스가 나오는데 아직까지 SK텔레콤으로부터 문자가 전혀 없다. 더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일찍부터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줄을 서있는 이용자들의 대부분은 노인들이었다. 김경자 씨(77)는 "아들이 유심 교체해야 한다고 해서 9시부터 왔다"면서 "뉴스에서 SK텔레콤의 유심 정보가 해킹 당했고, 대포폰(복제폰)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하길래 유심보호서비스를 등록해놨는데도 좀 불안해서 왔다"고 말했다.
대기 고객들은 10시가 되자 순서에 맞춰 입장했다. 기다리던 고객들이 워낙 많았던 탓에 매장은 곧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매장은 유심 재고가 없던 탓에, 총 3명의 직원들이 각자 고객들을 맡아 온라인 예약 등록을 도왔다.
고객들 휴대폰으로 온라인 예약 페이지에 접속해 예약 서비스를 등록하고, 유심 교체 차례가 오면 문자 메시지를 보낼테니 매장을 다시 방문해달라고 안내하는 식이다.
SK텔레콤이 유심 교체 예약 신청을 받고 있는 온라인 사이트는 예약자가 몰리면서 한때 대기 인원이 9만명 가까이 생기는 등 접속 장애를 빚었다. 유심 교체 예약은 웹페이지 주소로 들어가거나 검색 포털, T월드 홈페이지 내 초기 화면 배너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접속 이후에는 본인 인증을 거쳐 교체 희망 매장을 선택하면 된다.
정영숙 씨(59)는 "순천에 거주하고 있는데 딸네 집 왔다가 지방보다는 서울이 재고량이 더 많을 줄 알고 아침부터 왔다"며 "10시부터라고 해서 빨리 방문하면 금방 교체하고 왔을 줄 알았는데 재고가 아예 없다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두 명은 내부에서 고객들 온라인 예약을 돕고, 한 직원은 매장 바깥에서 QR 등록을 안내했다. 이 직원은 "정말 죄송합니다", "순번 기다려주세요", "추후에 예약 문자 받고 다시 와주세요" 등의 말을 반복했다. 이에 일부 고객은 "기다리는 사이에 내 정보 털리면 SK텔레콤이 전부 책임질 거냐", "다 털리고 바꾸면 끝이냐"고 날 선 모습을 보였다.
턱없이 부족한 직원 수 탓에,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매장을 찾은 고객이 난데없이 내쫓길 뻔한 상황도 벌어졌다. 매장을 방문한 한 고객은 "순서에 맞게 들어와달라"는 직원 응대에 "전 유심이 아니라 로밍 해지하러 왔다"고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유심 교체 응대에 기존 대리점 업무까지 겹치면서, 업무 난이도가 크게 높아진 모습이었다.
아파트촌과 오피스 빌딩이 공존하는 강서구 역시 지역 거주민들과 직장인들이 유심칩을 찾아 헤매긴 마찬가지였다.
염창동의 한 대리점에는 아침 일찍부터 유심칩 재고가 모두 소진됐고, 매일 오전 11시에 유심칩이 20장씩 입고돼 해당 매장 구매자에게만 선착순으로 변경해주고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특히 자급제 구매고객에게는 SK텔레콤 직영대리점(PS&M)을 방문하라고 안내했다.
이 대리점은 통상 개점 시간인 10시를 20분이나 넘긴 뒤에도 문을 열지 않았다. 앞에는 인근 주민들로 보이는 20여명이 줄지어 있었다. 주로 노년층이었다.
맨 앞에 선 70대 여성에게 "안내문을 보셨냐, 여기서 휴대폰을 구입하셨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한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바꿔 주겠죠."
헛고생 할까 싶어 이 매장에서 구입하지 않은 사람은 교체해 주지 않는다고 말해줬더니 기자를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며 고개를 홱 돌린다.
인근의 다른 대리점은 상황이 좀 나았다. 외부로 줄이 늘어서진 않았고, 내부에만 10여명이 앉거나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는 번호표를 들고 있었고, 뒤늦게 들어선 이들은 오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22번 번호표를 든 50대 여성은 "문 열기 전 일찌감치 와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만 대기표를 받았고, 뒤쪽으로는 유심칩이 떨어져 오전 중에는 교체가 안된다고 하더라"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오후 2시쯤에 유심칩이 들어온다는데, 몇 개가 들어올지는 이분들도 모른다더라"고 설명했다.
이 여성은 아침 8시 30분께부터 한 시간 반 가량 대리점 앞에서 기다렸는데, 그때 이미 줄이 길게 있었다고 했다. "아침에 남편이 출근하면서 사람들 줄서 있다고 빨리 나와 교체하라고 해서 부랴부랴 나왔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뒤늦게 온 사람들에게 이 여성이 상황 설명을 해주면서 불필요하게 줄이 길어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두 대리점에서 2km가량 떨어진 SK 직영점을 찾았다. 이곳 역시 동네 주민들로 보이는 2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직영점이라 대리점보다는 유심칩 보유량이 많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조금 더 나은' 정도였다. 15번 번호표를 든 70대 남성은 "아침 8시 50분에 왔는데 (10시에) 문 열자마자 35명까지 번호표를 주고 갔다"면서 "괜히 기다리느라 고생하지 말고 여기 안내문 보고 예약했다가 오라고 할 때 오라"고 충고해줬다.
직영점 입구에는 '번호표 마감 후에는 예약하신 순서대로 교체해드릴 예정이니 번호표를 받지 못하셨다면 우측 QR코드로 예약을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현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은 유심 정보 유출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을 인지하기보다는 주로 자녀 등 가족의 권유로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로 노년층이었다는 점은 감안해야겠다.
직영점 대기줄에 있던 70대 남성은 "딸내미가 빨리 교체해야 된다고 해서 왔다. 뭐가 문제가 있으니 다 바꿔준다고 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번호표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던 60대 여성은 "심각한 건 아닌거 같은데 해킹을 당했다고 하니 찜찜해서 나왔다. 어차피 무료로 바꿔준다고 하지 않느냐"면서 "QR 코드로 예약을 했는데 연락을 받으면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SKT)은 28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2600여 개 T월드 매장에서 유심(USIM)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4월 18일 24시 이전 SK텔레콤에 가입한 이동통신 고객이다.
회사 측은 서비스 시행 첫날 고객이 매장에 몰릴 경우 혼잡이 예상된다며, '유심 무료 교체 예약 시스템'을 이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유심 무료 교체 예약 시스템은 웹페이지 주소나 검색 포털 사이트, T월드 홈페이지 내 초기 화면 배너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본인 인증을 거쳐 교체 희망 매장을 선택하면 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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