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불법 매크로 돌려 수백억 수익 창출
경제 생태계 파괴해 이용자 이탈 타격 줘
게임산업법 전면개정안에 내용 담겼지만
미성년자 제재 등 보완해 통과 서둘러야
ⓒAI 이미지
엔씨소프트의 신작 '아이온2'에서 불법 매크로(봇) 문제가 확산되며 이용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회사가 계정 제재에 이어 형사 고발이라는 강경 대응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매크로 이용이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이용자 이탈 우려를 낳고 있다.
불법 프로그램을 차단하기 위한 게임사들의 기술적 대응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으나, 게임 내 경제 훼손과 플레이 경험 저하를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게임사들이 불법 이용자들을 직접 처벌할 수 있도록 게임산업법 개정과 함께 관련 사례 축적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16일 회사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 12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불법 프로그램(매크로)를 사용한 이용자 5인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했을 뿐 아니라, 계정 판매와 게임 재화 유통 등 사익을 목적으로 게임 공정성과 경제 시스템을 침해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들이 정상적인 게임 서비스 및 운영을 방해한다고 판단해 형사 고소를 단행했다.
매크로는 미리 프로그래밍된 방식으로 게임 캐릭터가 자동으로 사냥과 재화 획득을 반복하는 불법 프로그램이다. 반복적인 플레이가 필요한 RPG(역할수행게임)에서 특히 기승을 부린다. 게임 내 재화가 과도하게 공급되며 경제 시스템이 무너지고, 일반 이용자들의 성취감이나 게임 몰입도를 저해해 게임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로 지목된다.
엔씨소프트는 게임 출시 후 약 한 달간 총 23회에 걸쳐 운영 정책을 위반한 계정 7만2621개에 대한 이용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이처럼 촘촘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불법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이에 따른 일반 이용자 피해가 누적되자 개별 이용자에 대한 고소라는 이례적으로 강한 조치를 선택했다. 엔씨소프트가 이용자를 직접 고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법 매크로로 인한 피해는 엔씨소프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넥슨, 크래프톤,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등 대형 게임사는 물론이고 중견 게임사들까지도 불법 프로그램에 따른 일반 이용자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내부 매크로 탐지 및 차단 기술 자체는 이미 상당 수준 고도화됐지만, 제대로 된 처벌 사례가 없어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5만3002건의 불법 사설서버를 적발했고, 이중 4만7768건에 대해 행정조치를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매크로는 인게임 경제 생태계를 크게 무너뜨릴 뿐 아니라 일반 이용자들의 사기까지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문제는 이를 처벌하는 단계에서 난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게임사들이 직접 불법 이용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촘촘히 마련되고, 이후 처벌 사례가 쌓인다면 매크로를 시작으로 다른 불법 프로그램 단속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법 매크로 문제가 게임사를 갉아먹는 난제로 자리 잡은 배경으로는 운영 주체의 조직화·대형화와 함께 관련 법 체계의 빈약함이 거론된다. 불법 서버 운영자나 불법 프로그램 판매자는 해외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가 쉽지 않다. 잡더라도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 수준이라 수사기관 개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도 구조적 한계로 꼽힌다.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은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작 및 배포하는 행위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얻는 수익이 수백억에 달하는 사례를 감안하면, 5000만원의 벌금은 실효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이용자를 직접 처벌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 제도적 공백으로 남아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밀집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판교테크노밸리 전경.ⓒ판교테크노밸리
불법 프로그램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게임산업법 내 이들을 제재할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 커지면서 지난 9월 불법 프로그램을 상습적으로 사용하는 이용자까지 처벌 대상으로 포함한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 제26조 제1항 제8호에 따르면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 및 이를 상습적으로 사용해 다른 이용자의 게임 이용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항이 실제 국회 문턱을 넘을지 여부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이용자를 직접 처벌하는 개정안이 여러 차례 제안됐으나 모두 법제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지난달 17일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문체부는 해당 조항을 두고 "불법 프로그램 이용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은 미성년 게임 이용자에게 법 위반 경력을 남길 가능성이 높으므로, 직접 제재보다는 예방교육 강화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대목에서 발의된 개정안을 좀 더 촘촘히 보완해 게임산업법으로 이용자 처벌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종일 법무법인 화우 센터장은 "게임에서 상습적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 일반적인 형법을 적용하기보단 게임법 별도로 규정해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 좋은 접근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아직 개정안 발의 초기 단계로, 우선 국회 문턱을 넘은 후 실제 사례들이 쌓여야 한다"며 "게임사 자체적으로 참고할 만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정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 C씨는 "매크로 확산 속도와 게임사들이 입는 피해 속도에 비해 법적 근거 구비가 느리다"고 토로했다.
불법 프로그램 상습 이용 행위 자체가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되는 것만으로도 인식 전환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처벌의 현실성과 별개로 매크로 사용이 단순 편법이 아니라 법적 리스크를 동반한 행위라는 점이 뚜렷해지면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 D씨는 "모든 매크로를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나 최근 AI 기반 탐지 등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 작업장 계정을 이전보단 빠르게 탐지 및 제재하고 있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불법 프로그램 상습 이용자에 대한 법적 처벌 근거를 마련했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비인가 프로그램 상승 이용에 대한 억제 효과도 일정 부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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