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프로젝트 무한’ …첫 안드로이드 XR 헤드셋 주목
애플 M5 칩 ‘비전 프로’로 맞불…메타는 70% 점유로 선점
제조·교육·의료 등 B2B 확산…기업들 “XR 패권 확보 사활”
삼성의 XR(확장현실)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 6일 뒤 베일을 벗는다. 애플도 '비전 프로' 업그레이드 모델을 선보이며 XR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메타가 70%를 장악한 XR 기기 시장에서 후발주자들의 생존 변수로는 비용·착용감·무게·콘텐츠·보안이 꼽힌다.
XR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포괄하는 단어로, 몰입감과 직관성을 갖춰 모바일을 뒤이을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개인이 직접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라는 점에서 고객 접점을 대폭 늘릴 수 있는데다, 다양한 산업에 적용돼 성장 잠재력도 높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2일 ‘삼성 갤럭시 이벤트(Samsung Galaxy Event)’를 열고 안드로이드 XR을 탑재한 첫 제품 ‘프로젝트 무한(Project Moohan)’을 공개한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구글 캠퍼스에서 개발자 대상으로 열린 'XR 언락(XR Unlocked)' 행사에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과 이를 탑재할 '프로젝트 무한'을 소개한 지 10개월 만이다.
안드로이드 XR은 삼성전자, 구글, 퀄컴이 공동 개발한 플랫폼으로, 구글 AI 모델 제미나이(Gemini)가 탑재되며 퀄컴의 스냅드래곤 XR2플러스 2세대 칩셋이 적용된다. 기기 제조는 삼성이, OS(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는 구글이, 반도체·칩셋은 퀄컴이 각각 맡는 협력 구조다.
제품에는 4K 고해상도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미 IT 매체 안드로이드 헤드라인에 따르면 픽셀 밀도는 약 4032PPI로 애플 비전프로(3391PPI)보다 높은 수준이다. 소니 올레도스(OLEDoS)가 탑재되며 추후 삼성디스플레이 자회사 이매진(eMagin) RGB 올레도스 패널을 병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헤드셋 무게는 545g으로 애플 비전프로(600g 이상)보다 가볍다. 배터리 수명은 2시간 30분 정도다.
기기 취지에 걸맞게 고해상도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하며, 음성 제어·멀티태스킹 기능도 지원한다. 가격은 250만원~400만원으로 애플 비전프로(500만원대) 대비 진입 장벽을 낮췄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첫 안드로이드 XR 기반 고성능 헤드셋인 무한은 소니·퀄컴·구글과의 협업 기술을 집약한 결과물로 평가된다. 삼성은 이를 통해 AI·메타버스 시대를 대비한 글로벌 XR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애플은 M5 칩을 탑재한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를 새롭게 공개하며 XR 기기 경쟁에 가세했다. 1세대 M2 모델과 달리, M5 칩 적용으로 앱과 위젯 로딩 속도, 웹 브라우징 반응성 등 시스템 전반의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업그레이드된 비전 프로는 쿠션이 들어간 듀얼 니트 밴드, 새로운 위젯과 페르소나(Persona), 인터랙티브 목성 환경 등 혁신적인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비전OS 26, 지원 언어가 확장된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탑재했다.
고성능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2시간 30분 사용하거나, 동영상을 최대 3시간 시청할 수 있다. 비전 프로는 비전OS를 위해 설계된 3000개가 넘는 앱을 포함한 100만개가 넘는 앱을 지원한다. 가격은 499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싸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XR 기기를 내놓는 것은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국가별 XR산업 동향 및 경쟁력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XR 시장 규모가 2024년 404억 달러(약 57조원)에서 2029년 620억 달러(약 8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회계·경영컨설팅 업체 PWC는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산업의 글로벌 GDP(국내총생산) 창출 규모가 2025년 4764억 달러(676조원)에서 2030년에는 1조5000억 달러(21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는 삼성의 신규 XR 기기가 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지 주목한다. 앞서 삼성은 기어 VR(2014년), 오디세이 플러스(2018년) 등 관련 기기를 출시했으나 별 다른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하드웨어의 기술적 한계, 높은 가격, 콘텐츠 부재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메타, 애플 등 빅테크들이 잇따라 XR 시장에 참전하면서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기업들은 가격, 무게, 콘텐츠, 플랫폼 등 세부 요소를 차별화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XR 성장이 가파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일반 소비자용 뿐 아니라 제조, 교육, 의료, 유통, 문화 등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 활용도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토요타는 차량 디자인, 설계, 시제품 등 자동차 개발 전반에 XR 기술을 적용 중이며, 벤츠는 엔지니어 간 차량 정보 공유 및 고숙련자의 원격 지원에 XR을 활용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XR을 통한 안전 공정 및 정비 교육을, 의료 분야에서는 심리치료, 수술·해부 교육 실습, 재활치료 등에 XR 장비가 적용된다. 소비자용을 넘어 산업 현장 전반으로 확장되는 XR의 폭넓은 적용성을 감안할 때, 기업들로서는 XR 패권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가장 장악력이 큰 곳은 메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점유율은 70%로 소니, 중국의 피코(Pico), 엑스리얼(Xreal), DPVR 등 경쟁사들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메타는 VR 스타트업 오큘러스를 2014년 인수하며 XR헤드셋 시장에 진출한 뒤 2020년 오큘러스 퀘스트2, 2022년 메타 퀘스트 프로 등을 줄줄이 내놨다. 2023년 10월 퀘스트3, 2024년 10월 보급형 ‘퀘스트 3S’를 연이어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중국업체들 역시 AR 기술 스타트업 엑스리얼(Xreal)을 비롯한 샤오미, 오포(OPPO), ZTE 등 다양한 중국 기업들이 AR 글라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엑스리얼은 AR 안경 제품 'Nreal Light(엔리얼 나이트)' 2020년 일반 소비자용으로 출시한 이후 2022년 더 가벼워진 '엔리얼 에어', 2023년 차기작 '엑스리얼 에어2', 2024년 고급형 '엑스리얼 에어2 울트라'를 출시하며 AR 안경 시장의 선두 주자로 부상했다.
경쟁이 높아지는 가운데, 삼성이 차별화를 꾀하려면 디바이스·콘텐츠·플랫폼 전반에서 전략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한계로 지적돼온 콘텐츠 부족, 무게 부담, 착용감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콘텐츠 확대, 착용성 개선, 플랫폼 확장이 동반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산업연구원은 "XR 콘텐츠는 개발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며 고객 경험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으나, 생성형 AI의 활용이 이러한 난점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국내 XR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사업화 성과 창출 및 정책 발굴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꾸준한 정책적 관심과 전략 마련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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