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 상공 폭발음”…트럼프, 국방장관·합참의장과 긴급회의
"이란, 美·카타르에 공격 시간과 목표 미리 통보" 상황 관리
이란이 23일(현지시간) 카타르와 이라크의 미군기지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미국이 전날 새벽 이란 포르도 등 주요 핵시설에 3만 파운드(약 13.6t)에 달하는 초대형 폭탄 벙커버스터로 폭격을 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다.
특히 중동 정세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확전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이란은 공격 직전 관련 사실을 미국과 카타르에 알리는 등 수위를 조절하며 ‘상황 관리’를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오후 카타르와 이라크의 미군 기지를 겨냥한 이란의 미사일 작전이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카타르 주둔 알 우데이드 미 공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카타르는 방공망이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카타르에 본부를 둔 알자지라방송도 “카타르 도하 상공에서 큰 폭발음이 들리고 화염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알 우데이드 공군 기지는 중동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로 미 중부사령부의 지역 본부 역할을 한다. 약 1만 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다양한 방공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만큼 미국의 주요 항공 작전 거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란군은 이와 함께 미군 병력이 주둔하는 이라크 기지를 향해서도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AP통신은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다만 이란의 보복 공격은 이라크보다는 카타르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서부 아인알아사드 공군기지나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국제공항, 북부 쿠르드 자치구역 아르빌(에르빌)의 연합군 기지 등도 아직 공격당하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백악관과 그 동맹에 전하는 이 단호한 행동의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이란은 영토 보전과 주권 및 국가 안보에 대한 어떤 침범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이번 보복 군사작전이 ‘승리의 전령’(herald of victory)으로 명명됐으며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와 이란군 하탐알안비야 중앙사령부의 지휘로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실행했다고 전했다.
미 백악관과 국방부는 이 같은 공격 사실을 알고 있으며,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백악관 당국자가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과 상황실에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미 CNBC방송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미군기지를 공격하기 전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등에 계획을 미리 알리고 조율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이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도 이란이 미국에도 미군 기지 공격 사실을 미리 알렸다고 전했다.
이란이 미국에 보복하는 모습은 연출하되, 모든 당사국들에 출구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란 측 설명이다. 이란은 2020년 미국이 이란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하자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했지만, 이때도 공격 계획을 이라크 정부에 미리 알린 바 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는 공격 직후 성명을 내고 “이란의 강력한 군사력으로 겨냥한 기지는 카타르의 도시 기반 시설이나 주거 지역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며 “이번 조치는 우리의 우호적이고 형제 같은 나라인 카타르와 그 고귀한 국민에게 어떤 위험도 초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사일 공격에 의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 외교부 대변인 마제드 알 안사리는 “카타르의 공군 방어 체계가 이란의 미사일을 차단했다”며 “이미 기지 내 인력이 대피한 상황이었고 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알 우다이드 공군기지에서 미국 측 사상자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미사일 14발을 발사했는데 13발은 격추됐고 한 발은 위협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날아갔다”며 “이란이 조기에 (미사일 발사를) 알려준 덕분에 아무런 사상자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증오는 없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앞서 22일 오전 2시10분쯤 세계 최강 스텔스 전략 폭격기로 불리는 B-2 스피릿 등과 벙커버스터로 이란 핵 시설 주요 지점 세 곳을 폭격하는 ‘미드나이트 헤머’ 작전을 펼쳤다.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과 그 대리 세력인 이스라엘의 침략에 대한 대응 시기, 방식, 규모는 전적으로 이란군이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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