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액만 12조인데…대선 후보들 게임 공약에, 업계 "알맹이 어딨나"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입력 2025.05.29 15:53  수정 2025.05.29 16:32

후보 TOP3 '게임 심의 자율화·세액 공제' 한뜻

이재명·이준석, 게임 질병코드 도입 유보

P2E 게임 합법화는 후보마다 입장 갈려

업계 "실효성 있는 정책 부재, 구체성도 낮아"

(왼쪽부터)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제 21대 대선이 닷새 남은 가운데, 각 정당의 후보들이 게임 산업 관련 공약 제출을 마쳤다. 게임 등급분류 제도 개편, 게임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신설 등 업계 이슈를 주워 담는 성의는 보였으나 산업 육성 및 진흥을 위한 핵심적인 내용은 부재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최대 화두인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보인 후보가 없고, 업계 요구가 높은 P2E(Play To Earn, 플레이하면서 돈 벌기) 게임이나 글로벌 진출 지원,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 등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29일 지지율 '톱3'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개혁신당 대선 후보들 공약집 및 게임 기자단 공동 질의서 회신을 분석한 결과, 주요 대선 주자들의 게임 관련 공약은 크게 ▲게임 등급분류 제도 개편 ▲세액 공제 확대 ▲e스포츠 진흥 등으로 구성된다.


우선, 게임 등급분류 제도 개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폐지 또는 개편해 새로운 게임 전담 조직이 사행성 게임을 제외한 게임들의 사후 관리 기능만 담당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불투명한 사전 심의를 배제하고, 정부 주도의 심의 제도로 민간 자율심의를 거쳐 신고제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게임 등급분류제를 완전 민간자율화해 자유로운 게임창작 여건을 마련하고, 소비자 편의를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준석 후보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내 게임 산업 전담 조직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게임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에는 세 후보 모두 뜻을 같이 했다. 현재 게임은 영상 콘텐츠 등과 달리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세부적으로 이재명 후보는 지역 기반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예산 집행을 고려하겠다고 했고, 이준석 후보는 개발비 외에 글로벌 진출을 위한 간접 비용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스포츠 산업 성장에는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민주당 게임특위는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모태펀드 내 게임·e스포츠 특화 계정을 운영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지역 거점 경기장 활성화, 생활 e스포츠 저변 확대 정책을 내놨다. 게임특위 정책 제안 내용은 이 후보 당선 시 국정과제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준석 후보는 경기장과 리그제도 개선, 은퇴 선수 진로 지원 등을 제안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유보해야…P2E 게임 찬반 엇갈려

업계 주목도가 가장 높은 게임 이용장애(게임 과몰입)의 국내 질병코드 체계 편입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명확한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은 게임을 중독이나 질환 등으로 인식해 부정적인 선입견이 강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업계에서 반대해 왔다.


다만,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객관적인 근거가 확보되기 전까지 질병코드 도입을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다.


김문수 후보는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에 대한 입장을 따로 내지 않았다. 그러나 공약집을 통해 '아동 청소년기의 사행성 게임'을 도박, 마약, 알코올과 함께 '중독 예방 및 치료 대상'으로 묶어 제시했다.


P2E 게임 합법화에 대해서는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민주당 게임특위는 P2E 게임 합법화 반대 노선을 분명히 했고, 이준석 후보는 사행성이 아닌 창작과 생태계 기여에 기반한 보상 구조를 갖춘 P2E 모델은 합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후보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P2E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게임을 즐기며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이다. 국내에서는 사행성 문제로 서비스가 금지돼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P2E 게임을 미개척 영역으로 보고 이를 육성하고 있으며, 최근 국내 게임사들도 흐름에 따라 웹3 영역에서 여러 게임과 플랫폼을 개발해 해외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2024년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국내게임쇼 '지스타 2024' 현장.ⓒ데일리안DB
업계 반응 냉담…글로벌 진출 분주한데 실질적 지원책 부재

세 후보가 밝힌 공약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미적지근하거나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침체기에 빠진 게임 산업계를 진흥하기 위한 핵심적인 지원책이 부재하고, 공약들의 구체성이 낮다는 이유가 주를 이뤘다.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뚜렷한 입장을 보인 후보가 없고, 플랫폼·장르 다변화를 앞세워 글로벌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업체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은 빠졌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형 게임사들조차 PC나 모바일 게임 외에 콘솔 게임은 출시를 거의 안 하다시피 했으니 글로벌 게임사들에 비해 출시나 서비스 노하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에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분야의 글로벌 업체들과 협업 물꼬를 터주는 등 게임사들이 새 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저변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는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후보들이 제시한 개발비 세액 공제 등 진흥책의 지원 규모나 범위 등이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게임사들을 대변하는 게임산업협회에서 정당에 제안한 주52시간제 완화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 정부는 산업 진흥보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 중심의 게임 정책을 유지해 왔다. 물론 이용자 보호도 중요하나 업체 성장을 위한 정책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주52시간제의 경우 그 뒤에 일어나는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게임 개발은 결국 사람이 하는 작업으로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할 시기가 있는 건데, 업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지 않나 싶다"고 토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수출 규모만 12조가 넘는 글로벌 산업인데, 이를 더 육성할 만한 실질적인 공약은 잘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PC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고, 웹3 시장은 국내 게임사들이 새 성장의 기회로 엿보고 있는 곳인데 무작정 금지보다는 관련해 가이드라인이나 규제를 촘촘히 마련해주는 방안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매 대선마다 게임의 주 소비자인 청년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이벤트성 공약 발표가 반복됐지만 실제 이행률은 떨어졌던 만큼,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다수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단발적으로 2030 표심 잡기 목적으로 게임 관련 공약을 냈다가 이후엔 잘 이행되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말 산업에 깊은 이해도를 가지고 낸 공약들인지 후속 행보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