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의 새싹

입력 2008.05.04 09:51  수정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꿔

“어! 이제야 새싹이 나오는 나무도 있네.”
다른 나무들은 모두 다 이파리가 제법 커져서 가지나 나무 기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해졌다. 봄에 꽃을 피워내는 것들은 이제 지고 있는 시점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야 새싹을 틔어내고 있는 나무가 있으니, 자연 눈길이 갔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대추나무였다. 갈색의 나무 가지에 이제 갓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우리는 빨리빨리 병에 걸려 있다고 한다. 무엇이든지 빨리 해내지 않으면 참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이제는 민족성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저렇게 더디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참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빨리빨리 병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일제의 식민지 시기는 우리 역사에 있어서 치욕의 기간이었다. 거기에다 6.25 전쟁은 우리는 더욱 더 낭떠러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보릿고개를 넘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을 극복해내야만 하였다. 그 어떤 희생을 하더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문화가 바로 ‘빨리빨리’였다. 낮에만 일을 해가지고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해야만 하였다. 여유를 부리거나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그래서 서두르는 것이 흉이 아니게 되었고 그 것이 점점 문화로 자리를 잡아버린 것이다. 급기야 병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추나무


물질적 풍요를 어느 정도 확보하게 되니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우리 민족은 원래 빨리빨리 서두르지 않았다. 은근과 끈기로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슬기로운 민족이었다. 서둘러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어리석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조급하게 서둘러서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파트 앞 화단에 심어져 있는 대추나무가 이제야 새싹을 틔우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는 빨리빨리 병을 치료해야 할 때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시차를 두고 싹을 틔어냄으로서 세상은 더욱 더 아름다워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원의 모습이 대추나무의 새싹으로 인해 더욱 더 빛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아름다운 세상


이슬 한 모금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면 빨리빨리 병은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 빨리 삭을 틔우는 나무와 늦게 싹을 틔우게 하는 나무들은 저마다 독특함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하게 된다면 세상은 훨씬 더 아름다워질 것이 분명하다. 대추나무의 싹을 바라보면서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꿔본다.<春城>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