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수의 시시비비] 거세지는 금융권의 빅테크 견제, '밥그릇 지키기' 아닌가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입력 2021.07.26 07:00  수정 2021.07.26 04:59

네이버, 카카오 향한 금융권 '특혜' 비판은 과도한 기득권 견제

각종 반발에 고객 편의 위한 혁신 서비스 발전 뒷전

시대 변화 인정하고 디지털 전환으로 혁신 경쟁력 갖춰야

카카오페이 이미지.ⓒ카카오페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변 지인 결혼식이나 장례식 참석이 어려워졌지만 민망하게 계좌번호를 물어볼 필요가 없다. 친구들과 모임 후에도 더치페이(각자 계산하는 것) 기능으로 쉽게 정산된다. 모두 카카오톡 덕분이다. 온라인 쇼핑할 때는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니 간편하고 적립금도 쏠쏠하다.


이런 간편송금, 간편결제와 같은 작지만 필요한 서비스들은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IT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해 '메기 역할'을 하면서 가능해졌다.


이처럼 점차 금융업과 IT업권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면서 양 업권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작년에는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데이터 활용 범위를 두고 빅테크와 금융권이 공방을 벌였다. 또 ‘페이사 소액 후불결제 금액’ 기준은 당초 50만원 안팎이 유력시 됐으나 카드업계의 반발로 30만원으로 줄었다.


올해에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금융권 노조가 '네이버 특혜법'이라 명명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달에는 시중은행들이 정부가 오는 10월 출시 예정인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토스나 카카오페이와 같은 플랫폼에 수수료를 내면 은행권이 종속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은 네이버와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지닌 빅테크 기업들이 은행이나 카드사와 같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규제는 피해간다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 주장만 보면 빅테크 공룡들의 플랫폼을 앞세운 횡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밥그릇을 뺏기기 싫은 기득권의 핑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자 마진 기반으로 사업을 펼쳐온 은행들이 IT기업들의 혁신 기술을 따라잡기 역부족인데다가 젊은 세대들은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열광하고 있으니 말이다.


짚어보면 현재 표류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과 같은 전자금융업자들을 이용자예탁금수취업자로 규정해 은행과 같이 계좌 개설이 가능해지는게 골자다. 이들이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에서는 제외되는 걸 두고 '동일기능, 동일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금융권 주장이다.


동일규제를 위해서는 동일기능이 기반돼야 한다.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지정되더라도, 은행처럼 대출을 통해 이자를 얻을 수 없다. 오히려 핀테크 업계 입장에서 규제를 조이게 되는 셈이다.


IT기업들은 전금법 개정안 표류와 금융권의 견제로 각종 사업이 지연되면서 뚜렷한 서비스 모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사업 진출도 막히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금융권이 '고객 편리함'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의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패러다임이 됐다. 정부가 혁신 금융 정책에 힘을 싣고, 은행장들이 일제히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며 오픈뱅킹, 오프라인 점포 줄이기 등으로 위기 의식을 보이고 있는 것도 그렇다.


빅테크 기업들이 빠르게 금융업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까진 소비자 관점에서 과연 금융사들이 빅테크에 맞설 수 있는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지 의문이다.


밥그릇 싸움에 밀려 소비자 편의를 위한 혁신 서비스들이 뒷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입으로만 혁신을 외치고 금융당국에 볼멘소리를 내기 보다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발전과 합의에 나섰으면 한다. 땅 짚고 헤엄치는 이자 놀이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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