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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컵 단속에 종이컵 확대로 응수하는 커피업계


입력 2018.08.07 06:00 수정 2018.08.07 06:03        최승근 기자

플라스틱컵처럼 재활용 불가능하지만 종이컵은 단속 제외 ‘규제 사각지대’

소비자 불만 및 매장 근무자 업무 증가도 종이컵 사용에 한 몫

6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커피전문점 매장. 머그잔이나 텀블러 대신 종이컵에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데일리안 6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커피전문점 매장. 머그잔이나 텀블러 대신 종이컵에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데일리안

정부가 커피전문점 내 플라스틱 1회용컵 사용을 금지하자 또 다른 1회용품인 종이컵 사용이 늘고 있다. 정부의 규제 대상이 플라스틱 1회용컵으로 한정된 만큼 종이컵 사용이 현행 정부 정책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당초 1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무색해진 셈이다.

7일 커피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매장 내 플라스틱컵 사용이 금지되면서 종이컵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당초 정부에서는 플라스틱컵 사용 대신 세척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머그잔이나 텀블러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세척 등의 번거로움이나 소비자 불만 등을 고려해 종이컵 사용을 늘리는 추세다.

종이컵을 사용하고 있는 업체들 중에서는 지난 5월 환경부와 1회용품 감축 자율협약을 체결한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 매장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이들 매장에서 사용하는 컵은 대부분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뜨거움을 방지하고 종이가 젖는 것을 막기 위해 안쪽을 코팅해 재활용 측면에서는 플라스틱컵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정부가 제재 대상은 플라스틱컵으로 한정돼 있어 종이컵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책 시행 1주일도 되지 않아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종이컵을 사용하는 점주들도 할 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매장 내 머그잔을 새로 구비해야 하는 데다 사용 후 수거와 세척 등으로 매장 근무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전에 비해 근무자를 줄이는 상황에서 일거리는 더 늘면서 매장 근무자들도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커피전문점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A씨는 “평일 낮에는 계산대 1명, 음료 제조에 2명 등 매장에 총 3명이 근무하는데 손님들이 몰리면 주문받고 음료를 만드느라 머그잔을 설거지 할 틈이 없다”며 “그렇다고 주인이 아르바이트를 늘려주지도 않는다. 급여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일만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커피전문점 매장. 소비자들이 몰리는 점심시간 미처 세척하지 못한 유리잔들이 쌓여 있는 모습.ⓒ데일리안 6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커피전문점 매장. 소비자들이 몰리는 점심시간 미처 세척하지 못한 유리잔들이 쌓여 있는 모습.ⓒ데일리안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가 제시한 ‘현장상황 확인 시 검토 필요사항’을 보면 각 지자체의 현장 단속 시 적정량의 다회용컵 비치 여부를 확인하게끔 돼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일정 수의 머그잔 비치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며, 매장 규모에 비해 너무 적은 양의 다회용컵이 비치된 경우, 규정 준수 의사가 미흡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점주들은 ‘매장 규모에 비해 적은 양’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입을 모은다. 별 것 아닌 규정일 수 있지만 적발 시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점주들의 입장에서는 규정의 세부사항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머그잔 사용에 거부감을 갖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도 커피업계의 종이컵 사용을 늘리는 데 한 몫하고 있다. 머그잔 세척 등 위생상태에 대한 불신과 함께 플라스틱컵 사용의 편의성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손님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의 경우 커피를 받아서 매장에서 마시다가 회사로 들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머그잔을 이용할 경우 불편하다는 것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일단 머그잔으로 음료를 제공하고, 소비자가 매장 밖으로 나갈 때 플라스틱컵으로 바꿔준다고 제안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렇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머그잔 사용 시 파손, 부상을 우려해 종이컵을 사용하고 있다는 한 프랜차이즈 매장의 안내문.ⓒ데일리안 머그잔 사용 시 파손, 부상을 우려해 종이컵을 사용하고 있다는 한 프랜차이즈 매장의 안내문.ⓒ데일리안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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