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 KBL 개막] 제2의 원년, 새로운 출발
‘2007-08 SK텔레콤 T 프로농구’가 18일 울산 모비스-대구 오리온스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새로운 시즌의 화려한 축포를 쏘아 올린다.
올해는 서장훈(KCC)-이상민(삼성) 등 대형선수들의 자리이동, 드래프트제 부활로 인한 외국인선수들의 하향평준화, 재능 있는 신인 ‘황금세대’의 등장 등 각 구단의 전력이 평준화돼 그 어느 시즌보다 드라마틱한 예측불허의 접전이 예상된다.
KCC-KTF-동부 ‘3강’을 주목하라
10개 구단의 전력이 평준화됐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KCC-KTF-동부를 유력한 상위권 후보로 점찍고 있다.
KCC와 동부는 지난해 PO에 탈락했지만, 올해는 전체적으로 외국인선수들의 수준이 낮아진 가운데 각각 서장훈-김주성이라는 최고의 토종빅맨을 보유,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높이싸움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
두 팀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수준급 센터로 꼽혔던 브랜든 크럼프(KCC)와 레지 오코사(동부)를 확보하며 ‘트윈타워’를 가동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주전에 비해 벤치의 무게가 떨어진다는 게 유일한 약점.
지난해 준우승팀 KTF는 10개 구단 중 가장 두꺼운 국내 선수층을 자랑한다. 각 포지션별로 2명 이상의 수준급 가용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유일한 약점이던 외곽에는 베테랑 슈터 양희승이 가세해 전력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지난해 창단 이래 처음으로 결승까지 진출한 경험과 자신감, 장기레이스에서 유리한 두꺼운 선수층의 힘은 KTF의 상승세를 기대케 한다.
뉴 제너레이션의 등장
올 시즌이 가장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1998년 이후 최고로 꼽히는 특급 신인들이 대거 등장하며 ‘황금세대’ 탄생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기 때문. 김태술(SK), 이동준(오리온스), 양희종(KT&G), 정영삼(전자랜드), 함지훈(모비스)등은 이미 출중한 실력에 준수한 외모와 스타성까지 겸비하고 있어 시범경기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예년에 비해 올해 신인들은 대부분 팀 사정상 선배들과 별다른 포지션 경쟁 없이 주전에 무혈입성하며 즉시 전력감으로 활약할 수 있게 된 것도 행운.
특급신인들의 등장이 주목받는 것은 최근 몇 년간의 프로농구가 그만큼 ‘뉴스타 기근에 시달렸음을 입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프로농구 초창기부터 리그를 이끌어왔던 ‘농구대잔치 세대’는 이미 노쇠했고, 김승현(오리온스)-김주성(동부) 등도 이제 서른 문턱에 접어들었다.
프로화 이후 탄생한 첫 ‘황금세대’로 평가받는 올해 새내기들이 선배들의 아성을 뛰어넘는 한국농구의 새로운 중추로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이상민의 삼성, 서장훈의 KCC? 이적생들의 활약
여름 에이컨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이상민과 서장훈의 이적파동은 숱한 화제와 논란을 남겼다. 프로 입단 이후 처음으로 팀을 이적한 이상민의 가세는 삼성을 높이에서 ‘스피드의 팀’으로 탈바꿈시켰고, 더불어 전국구 인기구단이라는 마케팅 효과까지 보너스로 안겼다.
서장훈은 지난해 최하위에 그치며 ‘몰락한 명가’ KCC를 한 시즌 만에 다시 우승후보로 탈바꿈시키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국농구 역대 최고의 신구 스타플레이어로 꼽히는 허재 감독과 서장훈이 과연 잘 어우러질지도 관심사다. 고려대 시절 특급 콤비 신기성과 재회한 베테랑 슈터 양희승(KTF)이 지난해 KTF의 못 다한 우승의 꿈을 완성해줄 수 있을지도 눈길을 모은다.
감독 파워가 코트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해 시즌중반 무너지던 KT&G를 맡아 팀을 일약 6강 플레이오프에 끌어올렸던 최연소 유도훈 감독은 이제 초보딱지를 떼고 2년차를 맞이한다. 6년간 오리온스를 신흥명문으로 끌어올린 ‘코트의 신사’ 김진 감독은 이제 5년 연속 PO진출에 실패한 ‘감독들의 무덤’ SK에서 또 한 번의 신화를 꿈꾼다.
7년간의 야인생활을 청산하고 프로농구 코트에 복귀한 ‘슛도사’ 이충희 감독이 오리온스에서 김진의 빈자리를 메우며 명예회복 할 수 있을지도 눈길을 끄는 대목.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친 허재 감독은 올해 숱한 비난과 조롱을 넘어 다시 우승전력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반면, 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일궈냈던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김동우-윌리엄스 등 주력선수들이 대거 빠진 공백 속에서 다시 한 번 팀의 리빌딩을 이끌어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외국인선수 수준, 과연 하향평준화 됐나?
이번 시즌 가장 논란을 불러온 것은 외국인 선수선발제도의 변화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한국농구의 특성상 드래프트제의 부활로 인한 외국인선수 수준의 갑작스런 하락이 과연 KBL의 자체적인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몇몇 팀들은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드래프트로 뽑은 외국인선수들을 모두 교체하는 등 후유증을 겪어야했다.
테렌스 섀넌(전자랜드), 마퀸 챈들러(KT&G), 브랜든 크럼프(KCC) 등 몇몇 선수들은 자유계약제도 시절의 선수들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준수한 기량을 지닌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몇몇 선수들의 수준이 떨어졌다고 해도 당장 토종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팀별 외국인선수 수준의 격차는 더욱 커졌으며 선택의 폭은 좁아졌다. 외국인선수들의 수준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선수들이 그만큼 뭘 더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한국형 농구만의 흥미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야구나 축구에 이어 프로농구에서 ‘스포엔터테인먼트’의 강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프로스포츠는 하나의 거대한 쇼비즈니스다. 팬들의 감동과 재미를 끌어낼만한 요소가 없다면 ‘프로’라는 이름을 붙일 이유가 없다.
서울 SK의 `별명 유니폼´과 창원 LG의 `농구장 생맥주 판매´ 같은 새로운 콘텐츠의 도입은 스포엔터테인먼트를 향한 하나의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단위보다는 지역 중심으로 연고지 개념의 확실한 정착, 선수-구단 간 라이벌 의식의 강화, 새로운 스타들의 등장은 정체되어있는 KBL에 새로운 피를 흐르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경기 내적으로도 외국인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토종 선수들의 능력과 자질을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전술과 제도에 대한 연구가 요구된다. NBA나 유럽농구와는 또 다른, KBL만의 개성과 재미를 보장할 수 있는 독자적인 콘텐츠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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