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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경찰' 왜 군인인데 경찰인척 하나 알고 보니...


입력 2015.06.28 10:08 수정 2015.06.28 10:09        김정욱 기자

정전협정 비무장지대에 군인 출입금지 조항 있어

북도 '민경대' 마크 붙이고 '경무' 완장 채워

“의무경찰, 전투경찰, 해양경찰, 교통경찰, 청원경찰, 사복경찰은 들어봤는데 민정경찰은 뭐지?”

대학생 안지연(22)씨는 얼마 전 서울 지하철에서 휴가를 나온 것으로 보이는 한 군인의 상의에 ‘민정경찰’이라는 마크를 보고 궁금증이 생겼다. 민정경찰이라는 단어도 생소한데 군복에 경찰 마크를 달고 있으니 과연 군인인가 경찰인가도 의문이었고, 도대체 민정경찰이 뭔지도 궁금했다.

서울역과 청량리역, 강원도지역의 버스터미널 등에서는 휴가를 나오거나 부대로 복귀하는 군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들 가운데 간혹 왼쪽 가슴에 ‘민정경찰(DMZ POLICE)’이라는 마크를 붙인 군인이 있어 눈길을 끌면서 안씨와 같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여성들은 물론 군대를 갔다 온 남성들도 민정경찰이 뭐하는 사람들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군복을 입은 군인이 왜 ‘경찰’이라는 표식을 달고 있고, 이들은 누구일까? 일단 민정경찰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민정경찰은 민사행정경찰의 줄인 말로 육군 소속인 군인이다. 이들은 전방에서 근무를 서는 군인들 가운데 비무장지대(DMZ)안에서 수색·정찰·매복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이다. 판문점 근무 군인들과 함께 국토방위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이 바로 민정경찰이다.

경기도 연천군 중서부전선 육군 28사단 비무장지대(DMZ)에서 근무하는 한 군인의 가슴에 민정경찰이라는 마크가 붙어있다.ⓒ연합뉴스 경기도 연천군 중서부전선 육군 28사단 비무장지대(DMZ)에서 근무하는 한 군인의 가슴에 민정경찰이라는 마크가 붙어있다.ⓒ연합뉴스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하는 민정경찰의 임무는 다양하다. 북한과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서 수색과 정찰, 매복, 경계 등의 기본임무 외에도 비무장지대의 생태를 조사하는 민간인이나 진지 건설 등 특정 작업을 위해 비무장지대에 들어오는 일반 군인의 경호도 민정경찰이 맡는다.

이들이 민정경찰이라는 표식을 붙이는 이유는 1953년 7월 맺어진 정전협정 때문이다. 당시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각 각 2km씩 폭 4km의 비무장지대가 생겼다. 비무장지대에서는 말 그대로 어떠한 무장도 할 수 없는 곳이다.

정전협정 제1조는 비무장지대에는 군인은 들어갈 수 없고,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에 관계된 인원과 군사정전위원회의 허가를 받은 사람만 출입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남북한 모두 비무장지대에서 근무를 설 수 있는 사람은 군인뿐이다. 따라서 남한과 북한은 정전협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비무장지대에 군인을 들여보내는 묘안을 짜낸 게 군인을 경찰로 위장시키는 것이었다.

이에 남한은 ‘민정경찰’, 북한은 ‘민경대’라는 마크를 붙여 군인을 비무장지대에 투입시키고 있다. 남한의 민정경찰은 팔에 ‘헌병’이라고 적힌 완장을, 북한 민경대는 ‘경무’라는 완장을 찬다.

비무장지대에서는 무장을 할 수 없지만 남북한 간 일촉즉발의 상황이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최전방의 현실 때문에 민정경찰은 중무장에 가까운 무기를 소지하고 비무장지대에 들어간다. 북한의 민경대 역시 마찬가지다.

민정경찰들이 비무장지대를 수색·정찰할 때는 방탄조끼를 입고 수류탄을 소지하며, 실탄이 장전된 소총으로 기본 무장을 한다. 매복근무 때는 그 이상의 무장을 하게 된다. 민정경찰은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북한군과의 총격전을 벌일 때도 있어 이들의 근무는 그야 말로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다.

민정경찰과 민경대가 무장을 하고 DMZ를 수시로 드나드는 현실이다 보니 정전협정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온다.

군인이지만 경찰인 척 해야 하는 민정경찰은 육군에서도 2% 이내 정도의 소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관계자는 “민정경찰에 대한 규모는 군사보안에 해당돼 정확한 병력의 숫자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 수는 육군 전체에서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 “이들은 육군의 자존심 중 하나이며, 최전방을 지키는 일에 대한 긍지가 높다”고 전했다.

민정경찰은 강원도 지역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으며, 강원도 지역 예비 사단 등 후방군부대 장병들 중 일부는 민정경찰을 동경하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민정경찰을 마크를 달고 있으면 시쳇말로 군인으로서 폼이 나기 때문이다.

얼마전 육군을 제대한 오성필(24)씨는 “나도 전방에 있긴 했는데 비무장지대를 들어가는 민정경찰은 아니었다”면서 “가끔 마주쳤던 민정경찰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후방부대 군인들은 휴가를 나갈 때 자신이 직접 민정경찰 마크를 달기도 한다. 서울 청량이역이나 용산역 인근 군인용품을 파는 가게에서는 1만원 안팎의 돈이면 민정경찰 마크를 달아준다.

민정경찰 마크를 스스로 붙이는 것은 휴가 나온 현역 군인뿐만이 아니다. 전역자들 중 일부도 예비군 훈련 때 멋있어 보이기 위해 군인용품 판매점에서 민정경찰 마크를 붙이는 경우가 있다.

육군 후방부대에서 중대장을 지냈던 박인철(40)씨는 “소대장 시절 병사 한 명이 휴가를 갔다 왔는데 군복에 뭔가를 붙였다 떼어낸 박음질 자국이 있었다”면서 “알고 보니 그 병사가 멋있어 보이기 위해 휴가 기간 중 민정경찰 마크를 붙였다 부대에 복귀하면서 떼어낸 것이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연예인을 비롯한 일부 유명인들 가운에 민정경찰 출신이 더러 있다. 지난 달 전역한 탤런트 송중기도 육군 22사단의 민정경찰 출신이다.

북한 민경대 출신으로는 책 ‘DMZ의 봄’ 저자인 주성일씨가 있다. 주씨는 2002년 도라산 전망대를 통해 귀순한 북한군으로 민경대에서 근무했다.

민정경찰들의 자부심은 어떤 특수부대원들 못지않으며, 이들은 전역 후 민정경찰 전역자 모임 등을 통해 전우애를 이어가고 있다.

민정경찰 출신의 한 회사원은 “군복무 시절에는 매우 힘들었으나 당시 소수의 인원만이 민정경찰 마크를 달고 복무한다는 것에 자부심도 대단했다”면서 “가끔 군시절을 함께했던 전우들과 모임을 갖는데 우리 모두 앞으로도 민정경찰 출신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은 계속 가지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kj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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