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2007-08시즌 프리뷰①] 서울 SK
서울 SK는 서장훈(KCC)과 조상현(LG)이 마지막으로 활약했던 2001-02시즌 준우승 이후 지난 5년간 한 차례도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단일시즌 최다연속 PO진출 실패라는 불명예 기록은 98년 창단이후 3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며 신흥명가를 자부했던 서울 SK로서는 치욕적인 성적표.
아이러니하게도 SK는 플레이오프와 인연이 없던 지난 5년간도 매년 우승후보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전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정작 고비마다 계속된 주전들의 줄부상, 개성강한 스타들로 인한 조직력의 부재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초호화멤버로 불리며 우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까지 여겨졌던 지난 2006-07시즌 막판 또다시 슬럼프에 빠지며 24승30패의 성적으로 PO행에 실패한 것은 SK로서는 큰 충격으로 남았다.
이상윤, 김태환 등 어느덧 ‘감독들의 무덤’이 되어버린 SK에서 명가 재건의 꿈을 이어받은 것은 지난 5년간 대구 오리온스의 지휘봉을 잡아온 ‘코트의 신사’ 김진이었다.
김진 감독은 지난 2000-01시즌 도중 감독대행으로 대구 오리온스를 이어받아 실질적인 데뷔 첫해였던 2002년 오리온스를 창단 첫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챔피언전 상대가 바로 서울 SK였다.
2002년의 오리온스와 지금의 SK는 여러모로 닮은 부분이 많다. 당시 오리온스는 김진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이전까지 리그 꼴찌 2회 포함,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탈락했다. 특히, 1998-99시즌에는 단일시즌 32연패라는 치욕을 당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김병철, 전희철 등 스타급 선수는 많았지만 조직력과 효율성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던 팀 전력을 추스르고, 팀내 패배주의를 극복하며 다음 시즌 ‘꼴찌에서 우승으로’ 환골탈태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일궈냈다.
오리온스는 김진 체제하에서 단일팀 최다인 6년 연속 PO진출-1회 우승과 준우승-4강 이상 4회라는 화려한 성적을 올렸다. 당시 미완의 대기에 지나지 않았던 루키 김승현을 오늘날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일급 가드로 키워낸 것도 김진 감독의 작품 중 하나다.
현재의 SK 역시 선수구성은 10개 구단 중 최상위권이라 할만하다. 어느덧 한국농구 간판슈터로 성장한 3년차 방성윤을 필두로, 여전히 한방이 있는 베테랑 문경은과 전희철이 건재하다. 비시즌간 FA로 이적한 가드 임재현의 공백은 신인 드래프트 1순위 김태술이 메울 전망이다.
지난 시즌까지 SK의 최대약점은 기복심한 경기내용과 수비 조직력 부재에 있었다. SK는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84.0점(4위)으로 공격력은 손색이 없지만 실점이 84.9점으로 전체 9위에 그쳤다.
지난 시즌 최다 역전패 기록에서 보듯, 따낸 점수보다 허용한 점수가 더 많았고 결정적으로 외형적인 화려함에 비해 내실이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19일 삼성전에서는 27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 당한 경우도 있었다.
루 로와 키부 스튜어트같은 좋은 빅맨들을 보유하고도 지나치게 외곽공격과 개인플레이에 의존하는 극단적인 공격패턴, 확실한 포인트가드의 부재로 위기관리 능력 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한 SK는 공수의 불균형을 극복하는데 이번 시즌 성패가 달려있다. 김진 감독도 최근 포틀랜드 전지훈련을 통해 도움수비와 더블팀 등 수비조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 에이스는 역시 방성윤이다. 방성윤은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19.31점-3점슛 2.72개를 기록, 국내 선수 중 전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폭발적인 득점력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에게도 밀리지 않는 탄탄한 하드웨어,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은 리더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고비에서 다소 슬럼프에 빠지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김진 감독은 올해야말로 한층 성숙해진 방성윤이 팀의 에이스로서 확실히 자리잡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올여름 미국 재진출 실패이후 5월 손가락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달렸던 방성윤은 지난달부터 훈련을 재개하며 부활을 노리고 있다. 문경은과 전희철이 어느덧 노쇠한 지금, 방성윤이 다음 시즌에는 외곽에만 치중하기보다 좀 더 다양한 공격옵션으로 팀 오펜스를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또한 ‘제2의 김승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특급 루키 김태술의 활약은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정통 포인트가드의 부재로 애를 먹었던 SK로서는 방성윤, 문경은 등 개성강한 슈터들의 공격템포를 조율해줄 김태술의 존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강동희-이상민-김승현의 계보를 잇는 한국농구 포인트가드 ‘6년 주기설’의 적자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하드웨어와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모든 팀이 마찬가지지만, SK 역시 최대 변수는 ‘외국인 선수 농사’다. SK는 최근 몇 년간 이름값에 비해 외국인 선수선발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게이브 미나케, 리온 트리밍햄, 루 로, 키부 스튜어트 등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이 SK를 거쳐 갔지만, 개인기량에 비해 팀컬러나 동료 선수들과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부상악재도 많았다.
SK는 올 시즌 이름값보다는 팀플레이를 도와줄 수 있는 젊고 빠른 선수들을 선택했다.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선정된 래리 스미스(25. 199cm)는 지난 2006년 한중 올스타전에 중국대표로 출전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지명한 트래비스 개리슨(23. 200cm)은 2006년인 대학졸업이후 KBL이 해외리그 첫 경험인 새내기 유망주다.
각 구단들이 시즌 전부터 외인 교체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SK는 일단 두 선수를 믿고 간다는 입장. 오리온스 시절부터 외인 선발에 있어서 ‘쪽박 아니면 대박’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오고갔던 김진 감독의 선택이 SK에서는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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