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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트로트 전성시대①] 수모 당하던 트로트, 대중문화 전면에 나서기까지

  • [데일리안] 입력 2020.03.24 10:48
  • 수정 2020.03.27 09:07
  •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성인 가요'로 인식되던 트로트, 젊은 세대까지 함께 즐기는 장르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이 이끈 트로트 열풍

ⓒ영화 ⓒ영화 '복면달호' 스틸컷

2007년 개봉한 영화 ‘복면달호’의 주인공 달호는 트로트 가수로 나서게 된 처지를 부끄럽게 여겨 복면을 쓰고 무대에 올랐다. 당시 트로트는 주류에서 인기를 얻지 못한 가수들의 차선책으로 꼽혔다. 실제로 아이돌 가수를 준비 혹은 데뷔한 후에 실패한 가수들이 트로트로 방향을 바꾼 이유도 비교적 경쟁이 덜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긴 수모의 시절을 지나 트로트 가수들이 양지로 나왔다. 한때는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트로트가 속칭 ‘뜨기’ 시작했다. 최근 가장 ‘핫’한 인물을 꼽으라면 트로트 가수 송가인과 유산슬(MC 유재석의 부캐)이 언급된다. 또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조선 ‘미스터트롯’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이 방영되거나, 방영을 준비하고 있다.


◆트로트의 시작, 짧은 인기 후 덮친 암흑


트로트라는 장르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사랑을 받을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1920년대에 등장한 트로트는 ‘엔카’와 닮았다는 이유로 왜색이 짙은 음악으로 치부됐다. 트로트는 7음계 중 ‘라시도미파’의 단조 5음계를 사용하거나, ‘도레미솔라’의 장조 5음계에서 ‘라’의 비중을 높여 사용하는 독특한 음계를 지녔다. 이는 일본 대중가요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양식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1930년대 중반에는 국내 창작이 본격화되면서 정착된 대중가요 양식으로, 신민요와 더불어 일제강점기 대중가요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다. 당시의 트로트는 주로 애절한 슬픔의 노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행복할 수 없는 처지에 대한 비관, 고향을 떠나 정착하지 못하는 나그네의 고통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도 트로트를 생각하면 ‘애환’ ‘한’이 있다고 말하는 게 이 때문이다.


195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미국 대중음악의 영향을 받은 노래들이 점차 새로운 인기몰이를 시작했고, 1960년대 초 새로운 미국식 대중가요인 스탠더드팝이 주류 양식으로 안착하면서 상대적으로 트로트는 대중가요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쇠락하는 조짐을 보였다.


1964년에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를 계기로 트로트의 인기는 부활해, 1970년대 초까지 다시 인기를 누렸다. 이 시기에는 이미자를 비롯해 ‘돌아가는 삼각지’의 배호, ‘바다가 육지라면’의 조미미, ‘가슴 아프게’의 남진, ‘사랑은 눈물의 씨앗’의 나훈아, ‘물새 한 마리’의 하춘화 등 지금까지도 익히 알려진 노래들이 대거 탄생했다.


그럼에도 트로트는 ‘왜색’ ‘일제 잔재’ 등의 이유로 청산의 대상이 됐다. 1960년대 후반 ‘동백 아가씨’ 등의 적지 않은 곡이 ‘왜색’이라는 이유로 금지됐고, 1984년에는 음악 전문지와 일간지를 넘나들며 트로트의 일본색에 대해 논쟁한 이른바 ‘뽕짝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속칭 ‘뽕짝 메들리’라고 불리는, 옛 인기 트로트 곡을 같은 속도로 단순하게 연주되는 전자악기 반주에 맞춰 끊임없이 이어 부르는 방식의 음반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모았다. 이전까지 트로트 인기의 중심에 서 있던 단조 트로트의 비극성이 퇴조하고,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지닌 장조 트로트가 새롭게 인기를 모으게 된 것이다. 주현미, 현철, 문희옥 등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트로트 장르에 진짜 암흑기가 찾아왔다.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등이 가져온 댄스뮤직 문화와 싱어송라이터 유재하, 이문세 등 한국형 팝 발라드 등이 대중음악계에 황금기를 불러오면서 트로트는 눈에 띄게 위축됐다. 더구나 이 시기 트로트는 특유의 비극성을 거의 지니지 않게 되었고, 유흥의 자리에서 흥을 돋우는 데에 적합한 신나는 노래로 치부됐다. 이후의 트로트는 이전의 색을 잃게 되면서 하나의 장르가 아닌 ‘성인 가요’로 전락했다.


ⓒTV조선ⓒTV조선

◆‘미스트롯’이 지핀 인기에 쐐기 박은 ‘미스터트롯’


‘성인 가요’라는 트로트에 대한 인식이 최근 급작스럽게 바뀐 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어머나’의 장윤정을 시작으로 ‘곤드레 만드레’ 박현빈, ‘사랑의 배터리’ 홍진영 등이 트로트의 새 바람을 일으켰다. 아이돌 그룹들도 트로트 유닛을 결성하거나, 앨범에 트로트 곡을 넣으면서 그 인기를 이어갔다.


다만 트로트라는 장르가 아닌, 가수 개개인의 능력치에 따른 성공이라는 평가에 그쳤다. 이들이 인기를 끈 요인은 ‘젊은 트로트’에 대중의 이목을 끄는 ‘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 이후로 자신의 콘텐츠를 가진 스타의 탄생이 멈칫하면서 트로트에 대한 관심은 정체되고 일부 스타 트로트가수의 성공만 지켜봐야 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트로트라는 장르에 불을 지핀 건 지난해 TV조선이 내놓은 ‘미스트롯’이다. 송가인, 홍자 등의 등장은 트로트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올해 ‘미스트롯’의 시즌2 격인 ‘미스터트롯’이 대 히트를 쳤다. ‘미스트롯’으로 트로트의 고정된 틀을 깨고 저변을 확장했다면, ‘미스터트롯’은 그 변화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이들보다 앞서 트로트의 대중화에 힘썼던 홍진영은 “언젠가 이런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 때가 지금인 것 같다. 트로트가 올해 들어 조금 더 폭넓게 사랑을 받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여러 방송국에서도 트로트라는 장르를 많이 다루고 있고, 음악 차트에서도 트로트 장르를 찾아 볼 수 있어 트로트 가수로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으로 시작된 트로트 열풍에 반가움을 드러냈고, 이 열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우리의 기본 정서였지만 소외된 장르였던 트로트가 수모의 시간을 견디고 다시 대중문화의 전면에 나서게 된 만큼 그 다음 스텝을 걱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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