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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열풍의 사각지대 중국…한한령·검열 '장벽' 여전


입력 2020.02.16 08:00 수정 2020.02.15 17:04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오스카 4관왕 이후 흥행 탄력, '와호장룡' 추격

중국선 개봉조차 불투명, 부러움 속 질시 공존

영화 '기생충'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 영화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기생충'이 세계 영화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영화계가 '기생충' 효과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는 것.


실제로 '기생충'은 지난 10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직후 전 세계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오스카 수상 직후인 지난 10일 북미 박스오피스 12위에서 4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11일에는 전날보다 31% 증가한 66만 1099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불과 3개 관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최근 1000개의 상영관을 넘어섰다. 이번 주말을 이후엔 2000개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비영어권 영화 중 북미 흥행 1위는 지난 2000년 개봉한 대만 출신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으로 1억 2807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기생충'은 약 37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역대 비영어권 영화 6위에 올라 있지만, 지금의 흥행 추세라면 '와호장룡'을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


이 같은 열기는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역대 비영어권 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오스카 수상 다음 날인 11일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섰다.


전 세계 202개국에 팔린 '기생충'이 개봉한 나라는 아직 67개국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많은 나라에서 줄줄이 개봉될 예정이어서 비영어권 영화의 흥행 기록을 차례로 갈아치울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영화 팬들은 '기생충' 개봉을 고대하고 있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뉴시스 중국 영화 팬들은 '기생충' 개봉을 고대하고 있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뉴시스

하지만 중국만은 '기생충' 열풍에서 예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4일 "중국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을지, 그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특히 2016년 한한령이 내려진 이후 한국 문화의 중국 진출이 쉽지 않다. 아시아 전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부산행', '신과 함께 : 죄와 벌', '신과 함께 : 인과 연'(2018), '택시운전사'(2017), '변호인'(2013) 등의 개봉이 무산됐다. 미신을 조장한다거나 민감한 정치 이슈를 담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며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중국 정부로서도 마냥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한국 문화에 대한 부러움만큼이나 질시의 정서가 짙은 중국 극장에 '기생충'이 걸리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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