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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갤럭시S20도 ‘0원’에 모십니다


입력 2020.01.22 07:00 수정 2020.01.21 21:23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지난해 상반기 5G폰 불법 보조금 대란에 시장 혼란

이통3사 ‘자정 노력’으로 ‘5G폰=0원’ 공식 깨트려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상가가 판매점 상인들과 구매자들로 붐비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상가가 판매점 상인들과 구매자들로 붐비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지금은 이동통신사들이 5세대 이동통신(5G)폰에 돈을 안 풀고 있어요. 아마 ‘갤럭시S20’에 왕창 풀지 않을까요. 당장 사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작년처럼 ‘0원’까지 내려갈 것 같으니 좀 기다려보세요.”


최근 지인과 함께 서울 모처의 한 휴대전화 집단상가에 방문했다가 판매점 직원에게 들은 말이다. 요즘은 ‘정책’이 좋지 않으니 스마트폰을 분실했거나 고장이 나서 꼭 바꿔야 하는 게 아니면 신규 스마트폰에 보조금이 붙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얘기다.


여기서 ‘정책’은 이통 3사가 합법적으로 지원하는 ‘공시지원금’을 뜻하는 게 아니다. 판매점에 은밀히 제공하는 불법적인 ‘리베이트(보조금)’를 말한다. 집을 장만하는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 하나 사는데 왜 ‘정책’이 좋을 때를 기다리고 ‘눈치게임’을 해야 하는 지 소비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물론 불법과 합법 여부를 떠나 “이통사들이 지원금을 줘서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게 해준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역정을 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정책’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마트폰을 살 때마다 제 가격을 주고 잘 산건지 누구나 한번씩 의심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은밀히 공유되는 통에 잘 모르는 사람들은 ‘호갱(호구+고객)’으로 물리기 딱 좋은 먹잇감이 된다.


발품을 직접 팔아보려고 집단상가에 가면 일반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 용어를 써가면서 몇 개월 동안 필수로 유지해야 하는 이런 저런 계약조건까지 들이민다. 정신 차리고 보니 2년간 월 10만원 가까이 되는 통신비를 매달 납부하게 됐다고 하소연 하는 피해자들이 주변에 넘쳐난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되풀이되는 불법보조금 논란은 지난해 5G 점유율 확대를 위한 이통사 간의 끝장 경쟁으로 치달았다.


‘5G폰=0원’이라는 공식을 학습한 소비자들은 올해 출시될 신규 스마트폰에도 고액의 불법보조금이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판매점조차도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고가의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0’이 ‘0원’이 될 것이라고 고객들에게 버젓이 안내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장은 현재 소강 국면이다. 갤럭시S20 ‘대란’에 대비해 이통사들이 총알을 아껴두고 있는 것인지, 정말 약속한 것처럼 ‘자정 노력’을 하는 것인지는 신규 단말이 출시되면 바로 밝혀질 일이다.


올해는 “한 곳에서 불법보조금을 풀기 시작하면 우리도 가만히 앉아서 고객을 뺏기고 있을 수는 없어요”라는 이통사들의 변명 대신 치열한 자정 노력으로 시장 혼란을 스스로 잠재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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