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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이란 온건파 양해 구할수도 있었는데…'


입력 2020.01.09 11:15 수정 2020.01.09 11:22        이배운 기자

장지향 아산정책硏 중동연구센터장 "솔레이마니 사살로 더이상 온건파 없어"

"이란 군부, 저강도 국지도발 펼칠듯…대상은 美우방국과 동맹"

장지향 아산정책硏 중동연구센터장 "솔레이마니 사살로 더이상 온건파 없어"
"이란 군부, 저강도 국지도발 펼칠듯…대상은 美우방국과 동맹"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뉴시스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염두에 두던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살로 이란 정부 내 온건파에게 양해를 구할 길이 막혀 버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전운이 감도는 중동과 한반도 위기' 정세분석 영상에서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을 내리면 이란의 맹비난을 받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 센터장은 "솔레이마니 사령관 피살 전만 해도 이란 외교부 내에서 나름 온건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며 "그들은 '한국의 입장과 한미공조를 이해하지만 한국과 이란의 양국 관계도 생각하라'고 부드러운 톤으로 말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에 피살당한 현 상황에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낼 이란 내 온건파는 더이상 없다"며 "군부 인사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피의 보복을 벌이고 싶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와대는 호르무즈 파병을 놓고 고심을 지속하다 지난해 12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 회의에서 파병에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3일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군 폭격에 사살당하자 이란은 "혹독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강력한 보복 조치를 공언했다.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지난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두에서 장병들의 환송을 받으며 출항하고 있다 ⓒ뉴시스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지난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두에서 장병들의 환송을 받으며 출항하고 있다 ⓒ뉴시스

이란 군부와 주변 세력들은 미국과 전면전을 펼치기보다는 소규모의 테러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다. 장 센터장은 "미국보다 역량은 낮지만 잃을게 적은 나라들이 주로 택하는 것이 비대칭적인 방법을 통한 저강도 국지도발"이라며 "그 대상은 주변에 있는 미 우방국과 동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이란은 1962년 수교한 이래로 활발한 민간 경제교류를 펼쳐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현 정세에서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적대 세력으로 분류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하기 위해 파병된 청해부대 왕건함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군과 충돌할 위험이 높다. 일반 상선에 소총·유탄발사기 정도의 경무장을 갖춘 해적과 달리 이란 해군은 구축함과 '보이지 않는 위협'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한미공조 균열 조짐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의 파병 요청을 또다시 외면하기도 곤란한 입장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와 가스의 30%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과하기 때문에 우리 유조선을 보호해야 한다는 파병 명분도 여전히 유효하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7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며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파병을 촉구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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