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시달린 꽃’ 세계를 사로잡다

입력 2007.10.17 18:31  수정

경기도 고양시 선인장연구소 63개 품종 개발

네덜란드 등 15개국에 연간 300만 달러 수출

■ 경기도 1등 세계1등/ 선인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인장이 사막이나 뜨거운 벌판에서 자라는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고있는 형형색색의 선인장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다. 세계 물동량(물자가 이동하는 양)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연간 300만 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거두고 있는 대한민국 선인장. 그 중심에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선인장 연구소’가 있다. <편집자 주>

조창휘 책임 연구원이 선인장 연구소에서 개발해 세계로 수출하는 빨강, 노랑, 검정색 등의 다양한 선인장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인장을 만들어내다

「지난 5월 고양수출선인장 작목회가 농림부의 전국 원예전문생산단지 평가에서 화훼류 부문 최우수 단지로 선정됐다.
고양지역 선인장 농가 가운데 접목선인장을 재배하는 25농가로 구성된 작목회는 초록색 몸통에 빨강, 노랑, 주황, 보라 등 형형색색의 작고 둥근 선인장을 접목시켜 재배한 후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다.」<서울신문 2007년 6월 14일자 보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술을 만들어내고 농가에 보급함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물론 농가의 수익증대에 효자 역할을 하는 ‘경기도농업기술원 선인장 연구소’.

박인태 소장을 중심으로 한 14명의 직원들의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기에 ‘세계 선인장 물동량의 80% 차지’‘ 유럽 및 미국 캐나다 등에 연간 300만불 이상 수출’ 등의 놀라운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각 나라마다 선호하는 색상이나 모양이 틀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호가 변하기 때문에 연구소에서는 늘 새로운 선인장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자주 보게 되는 별모양의 붉은선인장(레드스타)이나 보석모양의 옐로우 쥬얼리 등 63종의 변이종들이 바로 그것.

빨간색, 노랑색, 분홍색, 보라색, 검정색 등등 그 색채가 너무나 선명하고 아름다워 어떠한 물감으로도 그 색을 표현해내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아이들도 부담없이 만져볼 수 있는 강아지 털처럼 부드러운 가시를 가진 ‘순정’을 개발해내 큰 사랑을 받고있다.

선인장 분야에서는 세계최고라 할 수 있는 조창휘 연구사는 “현재 전세계에 판매되는 1천만개의 선인장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선인장이 800만개 정도로 연구소에서 개발해 고양시에서 수출하는 선인장이 이 중에 80% 이상을 차지한다”며 “선인장 한 개당 수출가가 35센트(약 350원) 정도이니 30억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현재 고양시에서 선인장을 재배하는 농가 중 연간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곳도 있다고 하니 어지간한 자식농사보다 나은 듯 하다.

가시가 부드러워 손으로 만져도 찔리지 않는 선인장 ´순정´. 경기도 선인장 개발연구소에서 최초로 시험 개발해 재배하고 있다.

전세계에 하나뿐인 선인장연구소

지난 1995년 ‘고양선인장시험장’으로 출발한 선인장연구소는 2004년 명칭을 변경하고 7000여평의 부지에 각종 첨단연구기자재를 갖춘 연구기반 및 자동화 유리온실, 비닐하우스 등을 설치했다.

선인장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조창휘 연구사를 비롯한 7명의 연구사들은 ‘신품종 육성과 새기술 개발로 국제경쟁력 제고 및 소비시장 확대’라는 목표아래 수출 및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선인장·난류 신품종 육성·보급에 주력했다.

특히 고부가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기능성 선인장 개발과 품질고급화 및 생산비 절감을 위한 새로운 재배기술 개발에 전념, 선인장을 흙이 아닌 물에서 키우는 ‘생력크레이’를 개발했다.

조 연구사는 “아무도 선인장이 수용재배나 양액재배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생각의 역발상이 세계 최고의 선인장 수출국이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각나라 마다 다른 식물검역제도 때문에 수출 선인장은 밑둥을 잘라내고 흙을 제거한 채 수출해야 하는데 액상 재배가 가능해지면서 일일이 흙을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져 노동력의 60%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선인장 연구소의 경우 우수한 신종 선인장을 개발해 낼 수 있는 기반을 갖춰져 있다. 그러나 한국의 선인장을 모방해 싼 가격에 다량생산해내는 중국의 선인장이 이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박 소장은 “애써 만든 우리기술이 순식간에 중국에서 저가로 생산되는 형편이지만 별다른 대처방법이 없다”며 “아직까지는 중국이 세계시장에 수출하는 선인장이 연간 50만개 정도지만 가격이 워낙 싸기 때문에 중국시장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접목 선인장 기술은 우리나라 뿐이 없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가 계속된다면 수출에 큰 타격을 입게된다”며 “때문에 연구소가 처음 설립됐을 때는 품종개발 및 기술개발에만 주력했지만 지금은 판매확대를 위한 상품디자인 및 상품기술개발도 함께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 연구사는 “선인장은 지구상에 출연한 식물 중 가장 늦게 출연한 식물의 하나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좋다”며 “지구 온난화에 따른 맞춤형 식물로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이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선인장은 화분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꽃꽂이와 조경은 물론 음식이나 약으로도 활용된다.

조 연구사는 “선인장은 섬유질이 많아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항염과 소염의 효과도 지니고 있다”며 “최근에는 백련초나 천연초들이 음료나 화장품 등으로 사용되고 있어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녹색 선인장에 접붙일 포자를 실험실에서 배양하고 있다.

수출확대 및 이윤 극대화가 우선 과제

현재 고양시에서 선인장을 재배하는 농가는 300개 정도이지만 실질적으로 수출선인장을 재배하는 농가는 50~60개 뿐이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수출자금지원’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겨울철 난방비 절감을 위한 보온커튼이나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피복제 개발 지원과 내수시장의 안정 등 수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여러 가지 지원이 필요하다.

박 소장은 “이제는 선인장 생산자들이 유통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 유통마진을 생산자가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모든 농가가 선인장 재배를 통해 부자가 됐으면 좋겠는데 이윤이 많지 않아 늘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향후 접목선인장의 수출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현재 선인장 연구소는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 확대를 위해 올해로 네 번째 ‘선인장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정부나 경기도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희귀선인장은 물론 선인장 개발기술, 선인장을 이용한 작품 경진대회 등 선인장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알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올해는 4만8천여 명이 방문하는 좋은 성과를 거뒀다.

박 소장은 “현재는 경기선인장의 우수성과 선인장의 활용성 등을 홍보하는게 더욱 중요해 국내소비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며 “차후 선인장을 이용한 식품업체나 제약업체 등 사업체등과 연계해 해외시장까지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약방의 감초처럼 어느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한 선인장은 현재 관상용 식물로 가정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전자파 차단 및 공기정화가 된다고 알려지면서 선인장을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다.

조 연구사는 “현재 가정에서 키우고 있는 접목 선인장의 수명은 4~5년 정도”라며 “내수시장 활성화와 새로운 선인장 기술 개발을 위해서 1년에 한번정도 새로운 선인장으로 교체해 주는 애국심을 발휘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며 진심이 담긴 농담으로 말을 맺는다.

선인장 수집 매니아들이 선호한다는 검지 손가락 한마디 크기보다 작은 미니 선인장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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