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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서 편의점으로 이번엔 배달앱…유통가 신 플랫폼 전쟁


입력 2019.12.17 06:00 수정 2019.12.16 18:01        최승근 기자

소포장, 간편식 배송하는 배민 ‘B마켓’, 편의점과 소비자 타깃, 상품 구색 겹쳐

주요 거점 활용해 배송 효율성 높이는 풀필먼트 사업 방식, 신 유통 모델로 부상

소포장, 간편식 배송하는 배민 ‘B마켓’, 편의점과 소비자 타깃, 상품 구색 겹쳐
주요 거점 활용해 배송 효율성 높이는 풀필먼트 사업 방식, 신 유통 모델로 부상


편의점 CU(씨유)는 지난 5월 배달앱 ‘요기요’, 메쉬코리아 ‘부릉’과 손잡고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CU 편의점 CU(씨유)는 지난 5월 배달앱 ‘요기요’, 메쉬코리아 ‘부릉’과 손잡고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CU

최근 배달앱의 가세로 유통업계 플랫폼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초기 대형마트와 편의점 간 오프라인 채널 경쟁에서 이커머스의 가세로 온라인으로 전장이 확대된 이후 이번에는 배달앱까지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배민마켓에서 B마켓으로 서비스명을 변경하고 3000여종의 신선식품과 간편식, 생활용품 등의 배달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1~2인 가구를 겨냥해 주로 소포장 상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지난해 12월 서비스 시작 이후 1년을 맞았다.

서울 시내 15개 도심형 물류센터에서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을 픽업해 배민라이더를 통해 배달하는 방식이다. 최소 주문금액은 5000원으로 기존 편의점 배달 서비스 최소 주문금액 보다 낮고 이달까지는 배달비도 무료다. 배민 측은 향후 물류센터를 추가로 확보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2인 가구 소비량이 높은 소포장 형태의 간편식, 생필품, 신선식품 등을 판매하는 형태로 보면 편의점과 타깃과 상품 구색이 상당히 겹치는 편이다. 편의점 초창기 시절 대형마트와 플랫폼 경쟁을 벌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엔 편의점의 대항마로 배달앱이 등장한 셈이다.

도심 주요 상권에 큰 면적을 차지하는 대형마트가 주택가 방방곡곡 위치한 편의점에 소비자들을 빼앗긴 것처럼 이번엔 온라인에 기반을 둔 배달앱이 편의점을 위협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상한 것이다.

대형마트가 정부 규제로 신규 출점이 사실상 제한되고 의무휴업 등으로 규제를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편의점이 급성장 했다. 하지만 국내 편의점 수가 4만개를 넘기고 최근 거리제한 자율규약 시행으로 현재는 신규 출점에 부진을 겪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에서 편의점으로 소비자들이 옮겨갈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오프라인 간 경쟁에서 온라인으로 플랫폼 경쟁이 확대된 양상이다.

기존에도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온라인 채널 간 경쟁이 있었지만 배달앱의 경우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전용 업체와는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

배민에 이어 배달앱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요기요의 경우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SSM 그리고 CU, GS25 등 편의점과 협력해 배달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기존 유통채널이 운영하는 배송서비스의 경우 당일배송이라고는 하지만 배달앱 업체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최소 주문금액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리고 1~2인 가구가 사용하기에 용량도 크다.

업계에서는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1~2인 가구를 겨냥한 현재의 틈새시장 전략이 향후에는 주류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 몸집을 불려온 기존 대형마트, 편의점의 경우 유통구조 상 배달앱과 같은 형태의 배송방식을 따라가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편이다.

특히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을 인수하면서 배달앱이 기존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커질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 있긴 하지만 통과될 경우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 배달앱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게 된다. 온라인 기반 소포장 배송이라는 장점에 규모의 경제라는 이점까지 더해질 경우 기존 유통업체들도 맞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쿠팡의 선례를 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쿠팡이 조 단위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풀필먼트 센터에 투자한 끝에 업계 선두에 오른 것처럼 배민도 비슷한 전략으로 신선식품, 생필품 시장의 주요 유통 플랫폼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지분 매각으로 얻은 4조8000억원이 물류센터를 위한 투자금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며 “배달앱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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