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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드립니다' 어쩌다 히트작 됐나


입력 2019.10.16 14:48 수정 2019.10.16 14:49        김명신 기자
tvN '책 읽어드립니다'(연출 정민식, 김민수)가 새로운 형태의 독서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tvN tvN '책 읽어드립니다'(연출 정민식, 김민수)가 새로운 형태의 독서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tvN

tvN '책 읽어드립니다'(연출 정민식, 김민수)가 새로운 형태의 독서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24일 첫방송된 tvN '책 읽어드립니다'는 읽기 어렵고 부담스러워 책꽂이에만 꽂혀있던 스테디셀러 책을 '국민 역사 선생님' 설민석이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알기 쉽게 풀어주는 프로그램.

'사피엔스'에 이어 '징비록', '군주론', '멋진 신세계'까지, 4주에 걸쳐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이야기 보따리로 풀어놓으며 자칭 타칭 '책덕후' 시청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는 '책 읽어드립니다'.

◆ '스토리텔링 마법사' 설민석, 책 한 권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뚝딱'

'국민 역사 선생님'이자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알려진 설민석은 지난 9월 첫 방송에서 635페이지에 달하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단 한 시간만에 재미있는 이야기로 정리, 시청자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현재 존재하는 '사피엔스'가 다른 종의 인류를 살해한 살인자라는 접근부터, 인류의 발전을 가져온 여러 혁명들이 인류의 삶을 불행하게 바꿨다는 지적에 이르기까지, 설민석은 사피엔스의 핵심 줄거리로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다. 임진왜란의 명암을 낱낱이 기록한 '징비록'의 가슴 아픈 서사를 비롯, 오늘날의 리더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독재자들의 필독서 '군주론', 인간의 자유와 행복, 고통, 선택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SF소설 '멋진 신세계 등 인문, 역사, 과학, 장르를 가리지 않는 설민석의 흡인력 높은 이야기가 출연자들은 물론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장황한 책의 내용을 몇 가지의 주제와 단원으로 추려내고, 각 주제가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큰 방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설민석만의 강점. 한국사 속 사건과 인물로 적절히 예시를 들어가며 이해를 돕는다.

어려울 것 같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책마저 짧은 시간에 쉽게 풀어내는 그의 매력이 시간과 에너지 고갈에 시달리는 요즘 사람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 같은 책 다른 시각, 이야기에 깊이 더하는 전문가 손님

'책 읽어드립니다'는 매주 선정된 책에 맞추어 전문가 패널들이 자리한다.

소설가 장강명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김상욱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양정무 교수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손님으로 책방을 찾아와 책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아픈 역사를 외면하는 사이 일본에서는 '징비록'이 이미 베스트셀러였다는 것, SF 소설에 등장하는 인간 복제와 배양 기술이 현대 기술로 실현 가능하다는 두려운 사실, 인간이 긍정적인 변화에 나서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자극이 필요하다는 불편한 심리학의 진실과 같은 것들이다.

책 속의 이야기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들은 하나의 소재에서 풍부한 지식이 뻗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같은 내용이어도 상반된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해줘 깊이를 더한다.

전문가들과 '북토크'에 빠져들다 보면 그들의 의견에 찬성과 반론을 반복하며 자연스레 나만의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어, 한층 유익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읽어주니 더 읽고 싶어진다! 지적 유희 자극하는 출연자들

'책 읽어드립니다'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읽어줬는데, 들어보니 더 읽고 싶어지는' 매력이다.

'책 읽어드립니다' 시청 후기에는 온통 "방송 끝나자마자 책꽂이로 달려갔다", "보면서 온라인으로 책 주문했다", "사두고 안읽었는데, 재미있어 보여서 읽으려고 꺼냈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궁금해하던 내용을 알아버리면 더는 호기심이 안 남을 것 같지만, 오히려 책을 직접 읽고 싶은 심리를 자극한 것.

무엇보다, 설민석의 서머리에 감탄과 탄식을 연발하는 전현무, 이적, 문가영이 시청자들의 지적 유희를 자극하고 있다.

책을 아직 읽지 못한 시청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철저히 '안읽은' 사람으로 출연 중인 전현무는 매 회 설민석의 스토리텔링에 극적인 반응을 보이며 흥미를 유발한다. 충격적인 분석이나 사건이 등장하면 어김 없이 "지금 나 놀리는 거냐"며 완독자들의 눈치를 살피고, 본인과 다른 견해에는 "작가랑 나랑 안 맞는 것 같다"며 고개를 가로젓는 등 독서 중 나타나는 '흔한 독자의 반응'을 대표해 공감과 웃음을 선사한다. 전현무는 "책 한 권을 벌써 읽었다.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극찬하기도.

'멋진 신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출판사별 번역본과 원본까지 무려 4권을 읽었다는 이적은 선정되는 책마다 작가의 새로운 시각에 감탄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높이고, 매 회 설민석의 강연에 넋을 잃은 듯 빠져드는 문가영은 빼곡히 적어놓은 독서노트를 낭독해 인사이트에 대한 갈증을 키운다.

tvN '책 읽어드립니다' 제작진은 "천부적인 스토리텔러 설민석이 책을 만나 새로운 독서 예능이 만들어졌다. 문학이라는 성격에 맞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인사이트를 나눔으로써 쉽지만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라며 "책을 읽었거나, 읽지 않은 시청자들 모두 즐길 수 있게 만들려고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설민석의 스토리를 듣고, 떠오르는 생각과 질문, 의견을 출연자들과 함께 나눠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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