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기자의 눈] 북한 때문에 난처한 축구협회, 정부 눈치 보나?


입력 2019.09.28 07:00 수정 2019.09.28 04:57        데일리안 스포츠 = 김평호 기자

평양 개최 관련 북한의 미온적 태도에 난처함

남북 관계 악영향 끼칠까 제대로 항의도 못해

평양 개최 관련 북한의 미온적 태도에 난처함
남북 관계 악영향 끼칠까 제대로 항의도 못해


29년 만의 '평양 원정'에 나서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경기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9년 만의 '평양 원정'에 나서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경기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9년 만의 '평양 원정'에 나서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경기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바로 종잡을 수 없는 북한의 행보 때문이다.

지난 7월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 추첨에서 한국은 레바논,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 등 네 팀과 H조에 배정됐다.

자연스럽게 남북 대결이 이슈로 떠올랐고, 과연 북한이 벤투호의 평양 방문을 허락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달 북한 축구협회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오는 10월 한국과의 경기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진행하겠다는 공문을 전달할 때만 해도 벤투호의 원정길은 순조로운 듯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 북한의 태도다.

경기가 열리기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측은 선수단 숙소와 훈련장, 이동 방법 등 축구협회의 문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지난 24일에서야 예정대로 평양에서 경기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더 늦어졌다면 국제축구연맹(FIFA)의 도움을 받으려다 가까스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래도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통상적으로 축구협회는 원정 A매치를 위해서는 본 경기를 2~3주 앞두고 현장 답사에 나선다. 하지만 북한이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면서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뒤늦게 협회는 선수단 및 기자단 비자발급을 위한 명단 제출 등 방북을 위한 제반사항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자축구대표팀이 29년 만의 '평양 원정'에 나서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 ⓒ 사진공동취재단 남자축구대표팀이 29년 만의 '평양 원정'에 나서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 ⓒ 사진공동취재단

평양 개최는 확정됐지만 아직 원정 응원단 파견 문제 등 해결해야 될 문제는 남아 있다.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겠지만 정상적인 원정 경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북한은 우리 대표팀을 H조 다른 팀들과 동등하게 대우할 것이라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축구협회가 강력하게 항의에 나설 수도 없는 것이 현재의 분위기다.

우리 원정 응원단이 평양에 갈 수 없고, 취재진의 인원 또한 제한된다면 이를 놓고 축구협회가 이의를 제기할 만도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늦어지는 북한의 답변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극히 비상식적인 북한 측 태도에 강경하게 나선다면 제3국 개최를 요청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남북관계에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강경하게 대응했다가는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스포츠 교류가 막힐 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인해 협회 차원에서 단독 대응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평양 원정 경기 추진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협회는 정부의 눈치만 보며 속앓이만 하게 생겼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