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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툭튀한 방탄소년단 팬미팅논란 황당하다


입력 2019.08.31 07:30 수정 2019.08.31 04:09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일본활동은 곧 매국’식 몰아붙이는 건 문제

<하재근의 이슈분석> ‘일본활동은 곧 매국’식 몰아붙이는 건 문제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방탄소년단이 올 11월, 12월에 일본의 체육관에서 팬미팅을 한다고 하자 그에 대한 비난이 터져나왔다. ‘일본팬미팅_취소해’라는 해시태그가 내걸리고 관련 기사에 팬미팅 취소를 요구하는 댓글들이 나타났다. 이것이 황당한 이유는 이미 정리된 이슈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제공격이 감행된 직후엔 무분별한 반일 열풍이 나타났다. 트와이스의 사나·모모·미나, 아이즈원의 미야와키 사쿠라·혼다 히토미·야부키 나코 등에 퇴출 압박이 가해질 정도로 일본 연예인들을 싸잡아 공격했다. 김의성이 "아베가 날뛰는데 왜 사나를 퇴출시키나. 사나는 건드리지 마라"고 SNS에 써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장기용은 조용히 일본 팬미팅에 참석했다가 이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받았다. 장기용 측은 이미 5개월 전에 잡힌 일정이라 취소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런 해명이 필요할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았다. 당시 한 매체는 인터넷의 흉흉한 반일 분위기 때문에 "당분간 다른 배우들의 일본 팬미팅 개최 소식을 접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썼다.

하지만 곧바로 집단지성이 발동했다. 비록 정치경제적 문제로 대립하더라도 한일 간에 문화교류는 이어가야 한다는 여론이 나타났다. 아베와 우익의 경제공격, 역사뒤집기가 문제인 것이지 일본 자체를 적대시할 일이 아니며 양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타났다.

그 다음부터는 한류 스타의 일본 콘서트에 대한 비난이 잦아들었다. 일본 연예인도 더 이상 공격하지 않는다. 다카하시 쥬리가 속한 걸그룹의 쇼케이스 때 한국 기자가 한일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질문을 한 것에 대해 누리꾼들이 우리 기자를 비난하며 다카하시 쥬리의 활동을 응원해줬다.

제천시의회가 제천국제음악영회제의 일본 영화 상영 중단을 요구한 사건에 대해서도 누리꾼들은 제천시의회를 비난했다. 그에 힘입어 영화제 측은 시의회의 요구를 묵살하고 일본 영화 상영을 강행했다. 누리꾼들의 지지가 이어졌다.

이런 식으로, ‘문화예술교류는 일본 경제공격과 별개로 이어나가야 한다’라고 이미 정리가 끝난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방탄소년단 일본팬미팅 반대 이슈가 ‘갑툭튀’하니 당황스럽다. 이런 이슈가 터지면 대중문화계가 더 몸을 사릴 것이다.

CJ ENM은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 개최지를 아직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일본이 공동 개최지 중 한 곳이었는데 이번엔 눈치를 보는 것으로 보인다. 윤종신이 다케우치 미유와 함께 한 신곡 발표를 연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굳이 이럴 필요까진 없는데 일부 대중이라도 날선 반응을 보일 경우 대중문화계 입장에선 여론악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면 케이팝의 자유로운 활동이 더 위축될 것이다.

우리에게 자해다. 케이팝은 수출산업이다. 우리 스스로 케이팝을 위축시킬 이유가 없다. 일본 여행 자제와 케이팝의 일본 활동을 동일시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일반적인 일본 여행은 일본에 가서 돈을 쓰는 것이고 케이팝 일본 활동은 그 반대다. 또, 케이팝 활동으로 일본의 한류팬들을 유지하는 것이 혐한바람을 일으키려는 아베 일당을 견제할 길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이라든가 케이팝 뮤지션들이 일본만을 우대한다며 비난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큰 케이팝 시장이다. 큰 시장에 역량을 투입하는 건 극히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반일감정이나 애국심을 결부시켜, ‘일본활동은 곧 매국’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건 문제다. 문화예술스포츠계 등에서는 자유롭게 교류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해당 분야 종사자들을 움츠러들게 하는 인터넷 공격을 멈춰야 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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