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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팬 업신여기는 프로야구, 이대로 가면 공멸


입력 2019.08.24 07:00 수정 2019.08.24 05:13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야구의 날' 행사에 주축 선수들 빠져 논란

최근 스마트폰 발달로 질 낮은 팬 서비스 비난

'야구의 날' 행사에 주축 선수들 빠져 논란
최근 스마트폰 발달로 질 낮은 팬 서비스 비난


'야구의 날' 행사에 불참에 도마 위에 오른 이대호와 김현수. ⓒ 연합뉴스 '야구의 날' 행사에 불참에 도마 위에 오른 이대호와 김현수. ⓒ 연합뉴스

한동안 잠잠하던 KBO리그 선수들의 팬 서비스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3일, ‘야구의 날’을 맞이해 경기가 열리는 5개 구장(잠실·고척·문학·수원·대구)에서 공동 이벤트를 진행했다. ‘야구의 날’은 야구대표팀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8월 23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으며, 2009년 이후 올해로 11주년을 맞았다.

행사 규모는 제법 컸다. 오는 11월 ‘2019 WBSC 프리미어 12’ 서울 예선 라운드가 개최될 고척 구장에서는 국가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직접 나서 선수들과 함께 팬 사인회에 참석했다. 김 감독은 11년 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주인공이다.

10개 구단 선수들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야구공 모양을 형상화한 ‘야구의 날’ 기념 로고 패치를 모자에 부착하고 경기에 나섰으며, 이날 입장한 관중들은 국가대표 로고 배지를 무료로 증정 받았다.

하지만 행사 전,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올림픽 금메달 주역인 롯데 이대호와 LG 김현수의 불참 소식이었다.

이들은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을 면제받았고 이후 계속해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 부와 명예를 거머쥐며 지금의 자리에 선 인물들이다. 어찌 보면 이들에게 ‘야구의 날’ 기념식은 선수 본인에게 가장 뜻 깊은 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KBO 역시 이를 인지해 금메달의 주역들이 참석해줄 것을 각 구단에 요청했으나 이대호와 김현수만이 뚜렷한 설명 없이 자리를 함께 하지 않았다.

시즌 초 팬 서비스로 도마 위에 올랐던 KIA 김선빈은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 연합뉴스 시즌 초 팬 서비스로 도마 위에 올랐던 KIA 김선빈은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 연합뉴스

팬이 있어야 프로 스포츠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선수들이 상당하다. 특히 KBO리그는 수준 낮은 팬 서비스가 매년 팬들의 질타를 받는 실정이다.

올 시즌 초에는 KIA 김선빈이 지하주차장에서 어린이 팬들의 사인 요청을 무시하고 지나가 거센 비난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김선빈은 최근 자신의 1000경기 출장을 기념해 음료수 1000잔을 팬들에게 제공하며 속죄하기도 했다.

그나마 김선빈처럼 실수를 깨달으면 다행이다. 최근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진과 영상 촬영이 손 쉬워졌고 이로 인해 그라운드 바깥에서의 선수들의 팬 서비스는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혀 인터넷에 퍼져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고집이라도 부리는 듯 일부 선수들은 여전히 팬들에게 싸늘하기만 하다.

올 시즌 KBO리그는 급격한 관중 감소 현상을 겪고 있다. 인기팀들의 부진이 큰 몫을 차지하지만 그동안 누적된 질 낮은 팬 서비스로 인해 경기장을 등 돌린 이들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은 형편없는 팬 서비스를 고집하는 KBO 선수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딱 좋은 예다.

트라웃은 매일같이 경기 전 20분의 시간을 할애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린 시절 자신이 좋아한 야구 선수로부터 사인을 받지 못했고, 그 기분이 어떤지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올 시즌 초 소속팀 에인절스와 12년간 4억 3000만 달러(약 5206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전 세계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액수의 계약이다. 그럼에도 팬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KBO리그 선수들도 초심을 잃지 않는 트라웃을 본받을 때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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