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당신, 많이 컸네" 소리 들을 여당 지도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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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당신, 많이 컸네" 소리 들을 여당 지도부 없나
    청와대는 구중궁궐…민심 전달은 여당의 책무
    민정수석 지낸 측근이라도 직언할 때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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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8-22 02:00
    정도원 기자(united97@dailian.co.kr)
    청와대는 구중궁궐…민심 전달은 여당의 책무
    민정수석 지낸 측근이라도 직언할 때는 해야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11년 1월,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도중 '폭탄 발언'이 나왔다.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국민의 뜻을 수렴한 결과, 정동기 후보자는 감사원장으로서 적격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정 후보자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정부와 대통령을 위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직전에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최측근이었다. 대통령이 지명한 최측근 후보자에 대해 집권여당 대표가 공개 회의 석상에서 부적격 의견을 낸 셈이다.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도중 "지금 당 최고위에서 정 후보자 자진사퇴를 요구했다"는 보고를 전달받은 이 대통령은 책상을 내리치고 손을 부들부들 떨며 격노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그달말로 예정됐던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만찬도 전격 취소했다. 나중에야 자리를 함께 하게 된 이 대통령은 안 대표에게 "당신, 많이 컸네"라고 싸늘하게 쏘아붙였다고 전해진다.

    당시 정 후보자의 흠결이란, 대검차장을 마지막으로 검사복을 벗은 정 후보자가 법무법인에서 7개월간 7억 원의 급여를 받았다는 점이였다.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불을 질렀다. 분명 국민정서에 어긋난 일이었지만, 불법은 아니었다.

    청와대는 구중궁궐(九重宮闕)이다. 민심이 도통 전달되질 못한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멀쩡히 소통을 잘하고 다니던 사람이 당선만 되고나면 국민이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이상(?)해지곤 했다.

    이래서 민심의 최일선에 맞닿아있는 집권여당의 책임이 막중하다. 여당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민의 민심을 잡아내 권력에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안 대표가 "국민의 뜻을 수렴한 결과…"라며 민정수석 출신 대통령 최측근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이 때문이였을 것이다.

    민정수석을 지냈고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불리는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향한 의혹들이 계속 쌓이고 있다.

    대통령의 '부들부들' 분노, 지극히 사사로워
    "많이 컸네" 듣더라도 공의로운 분노 전하길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고개를 뒤로 젖혀 단숨에 물을 들이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정수석 퇴임 이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팩스복직'하며 법무장관 지명 전까지 강의 한 차례 없이 한 달 월급을 챙겼다는 의혹 △울산대 교수 재직 시절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행한 위장전입 의혹 △배우자 소유 부동산을 동생의 전처(前妻)에게 위장매매했다는 다주택자 규제회피 의혹,

    여기에 △신고 전재산 56억 원을 뛰어넘는 74억 원을 5촌 조카가 운용하는 의문의 사모펀드에 온가족이 출자 약정을 했다는 의혹 △부모가 이사장을 하고 자신이 이사로 있었던 웅동학원을 상대로 동생이 소송을 내고 무변론으로 패소한 배임 의혹 등도 있다.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생 시절 2주 간의 인턴활동으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돼 대학과 의전원을 필기시험 없이 진학했다는 '스카이캐슬' 의혹 △이렇게 입학한 부산대 의전원에서는 두 차례 유급했는데도 1200만 원의 장학금을 받았고, 장학금을 지급한 교수는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일 때 부산의료원장으로 영전했다는 '황제장학금' 의혹 등이다.

    조 후보자는 이미 형법상 사기와 직권남용·업무방해·명예훼손·강제집행면탈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의 업무상 배임,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런데도 범여권 일각에서는 "결정적 한 방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과 경기의 민심이 돌아서고 20대의 이반 현상이 뚜렷하다. 20년을 집권하겠다, 260석을 목표로 총선을 준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등장한 집권여당 지도부가 청와대 서슬이 두려워 민심을 전달하지 못해서는 안된다.

    최측근 자진사퇴 건의에 전직 대통령이 재임 당시 보여준 '손을 부들부들 떨' 정도의 분노는 어찌됐건 지극히 사사로운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조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사사로운 것이 아닌 말그대로 '민심'이다. "당신, 많이 컸네"라는 말을 듣더라도 민심을 가감없이 전하고 소통하는 건강한 수평적 당청관계의 모습을 민주당 지도부가 보여주길 기대한다.[데일리안 = 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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