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뛴다-81]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재계 마지막 쓴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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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9월 22일 00:04:06
    [CEO가 뛴다-81]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재계 마지막 쓴소리꾼'
    전경련·경총 목소리 줄면서 대한상의 역할 막중
    20대 국회 12차례 방문…각종 현안 관련 재계 입장 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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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8-19 06:00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전경련·경총 목소리 줄면서 대한상의 역할 막중
    20대 국회 12차례 방문…각종 현안 관련 재계 입장 대변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7월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어쩌라는 것입니까?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붙들어 줄 것은 붙들고 놓아줄 것은 놓아주어야 할 때 아닙니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호소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미흡한 대응과 기업의 신산업 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에 대해 비판한 뒤 말미에 ‘이럴 바엔 경제에서 손을 떼라’는 하소연의 의미로 덧붙인 표현이다.

    박 회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단체장들 중 정부와 가장 코드가 맞는 인사로 불려왔다. 재계 인사 중에서는 그나마 진보 정치권이나 노동계와 소통이 잘 되는, 합리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부 및 여권 인사들과 교류가 잦았고, 문 대통령을 수행해 북한을 다녀오기도 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술잔을 기울이는 등 노동계와도 소통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는 정부와 케미를 맞추는 데 열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을 앞세운 정부 경제정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보이자 박 회장의 진가가 발휘됐다. 그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와 노동계가 사활을 걸고 밀어붙이던 사안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맞서기 보다는 보완책을 제시하며 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대신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을 막는 각종 규제 철폐나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 등을 위해 수시로 국회를 방문해 여야 의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지난달 16일 스타트업 CEO들과 국회를 방문해 규제 철폐를 호소한 것을 포함해 20대 국회 들어서만 박 회장이 국회를 방문한 것은 12회에 달한다.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해 싸우는 ‘투사’라기 보다는 협조할 것은 협조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최선의 결과물을 얻어내는 ‘협상가’의 이미지가 강했다.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6월 17일 오후 국회를 방문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를 요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러던 박 회장이 최근 들어서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쓴소리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대표적이다.

    박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정 모두 경제위기라는 말을 입에 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며 “위기라고 말을 꺼내면 듣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억장이 무너진다”고 정부와 진보여당, 보수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며 선택한 작전으로 보복을 해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며 사태 해결보다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행태를 지적했다.

    무역관련 이슈에 대한 정부의 늑장 대처와 신산업 관련 규제도 박 회장의 쓴소리 대상이 됐다. 경제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상반기 내내 개점휴업 상태였던 국회 공전 상황도 비난했다. 오히려 규제 법안이 속속 보태지고 있는데 기업들이 제대로 항변조차 못하는 상황도 한탄했다.

    다음날 이뤄진 홍남기 경제부총리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기업인 간담회’에서는 “당면한 경제 현안에 서둘러 변화를 주지 않으면 기업의 미래가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까지 왔다”고 직접적인 경고를 날렸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국회를 방문해 여야 5당 원내대표를 각각 만나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 협조를 요청하면서 “각 당의 생각 속에 국민과 국가가 없을 수 있겠느냐, 여야 모두가 옳다고 믿는 일과 주장을 하지만 살아가기 팍팍함은 기업이나 국민 모두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골병들어가고 있다. 정치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파행을 거듭하던 국회 상황을 비판하기도 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재계에서는 박 회장의 이같은 태도 변화에 대해 ‘즉흥적’이라기보다는 ‘전략적’ 측면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재계를 대표해 강력한 목소리를 낼 만한 경제단체장은 박 회장이 유일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부터 적폐로 몰려 ‘패싱’을 당하며 제 구실을 못하는 상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에 강력 반발하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면박을 당하는 등 공격의 대상이 됐다. 이후 회장이 교체되고 부회장이 두 차례나 바뀌는 등 각종 어려움을 겪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나 손경식 경총 회장이 대놓고 정부 정책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반면, 합리적인 스탠스를 보인 대한상의는 정부로부터 재계를 대표하는 소통 창구로 인정받았다. 이미 ‘대화 파트너’로 인정받은 만큼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

    ‘상대로 하여금 내 얘기를 듣도록 하기 위해 먼저 상대의 얘기를 경청하는’ 박용만 회장의 합리적인 태도가 있었기에 그가 ‘재계 잔소리꾼’으로 남을 수 있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13년 박용만 회장이 부임한 이래 대한상의가 극단적으로 성향이 다른 두 정권을 거치면서도 정부와 재계 모두로부터 신뢰를 얻어온 것은 박 회장의 합리적인 태도가 바탕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박 회장의 역할은 막중하다. 경제 지표는 바닥을 기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여건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각종 규제철폐와 노동개혁 등 풀어야 할 사안도 많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는 물론, 내년 출범할 21대 국회에서도 박 회장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길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어려운 시기에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의 수장으로서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가 주길 바라고 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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