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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듀 101 조작 논란, 이번엔 심상치 않다


입력 2019.07.22 08:20 수정 2019.07.22 08:17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오디션 프로그램, 당락의 투명성·신뢰성이 핵심

<하재근의 이슈분석> 오디션 프로그램, 당락의 투명성·신뢰성이 핵심

ⓒMnet 캡처 ⓒMnet 캡처

투표 조작 논란은 오디션 프로그램마다 으레 반복됐었다. 팬들이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했었지만 뚜렷한 근거가 없어, 음모론 정도로 유야무야 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이번 '프로듀스X101'에도 언제나 그랬듯이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번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팬들이 제기하는 의혹이 매우 구체적이다. 팬들은 1위부터 20위까지의 출연자들 득표수 차이가 일정한 수치로 반복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1위와 2위 사이, 3위와 4위 사이, 6위와 7위 사이, 7위와 8위 사이, 10위와 11위 사이의 득표수 차이가 모두 29978표로 일치한다는 것이다. 지금 인터넷에 공개된 득표율 순위와 수치가 사실이라면 이걸 단지 우연의 일치라고만 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7494표 차이, 7495표 차이, 119911표 차이, 104922표 차이도 각각 2번 정도씩 반복된다.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이렇게 같은 수치가 반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당히 인위적으로 보이는 수치가 나왔기 때문에 의혹이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번엔 제작진이 신뢰할 만한 해명을 내놔야 할 것이다. 만약 정말로 투표를 조작했다면, 대국민 사기극이 되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엄중한 사안이다. 인터넷에 공개된 득표 수치가 가짜뉴스라면 이것도 역시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제작진이 빨리 사실관계부터 확인해줘야 한다.

이번 투표 조작 의혹은 사실관계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논외로 한다 하더라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성은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시청자는 편집으로 만들어진 영상을 보고 누구를 지지할 지 결정하는데, 그 편집이 불공정하다는 게 문제다.

특정인에게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식으로 밀어준다든가, 단독샷을 많이 배치하는 식으로 밀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악마의 편집으로 누군가를 욕받이로 만들기도 했다. 제작진이 편집으로 밀어주는 사람이 결국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로는 시청자가 뽑는다고 했지만 사실은 제작진이 뽑는 것이란 문제제기가 언제나 있어왔다.

이렇게 공정성이 무너지고 신뢰성을 잃어가던 차에 구체적인 수치로 득표수까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제대로 된 해명이 없으면 오디션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

오디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은 또 있다. 시청자 팬덤의 조작 의혹이다. 과거 ‘슈퍼스타K' 때도 특정인 팬덤의 부정투표 논란이 있었다. 이번 '프로듀스X 101'에선 각 팬덤들이 다량의 경품을 내걸고 시청자 투표를 독려했다고 한다. 해외여행권, 노트북, 명품 지갑, 공기청정기 등을 줄 테니 자신들이 미는 출연자에게 투표하라는 것이다.

이건 매표 행위다. 투표에 절대로 있어선 안 될 반칙이고, 정치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처벌까지 받을 일이다. 각자의 인생을 걸고 경연을 벌이는 오디션이 이런 불공정 투표로 얼룩지는 건 문제다. 조작과 반칙으로 누군가는 부당하게 인생의 기회를 빼앗길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당락의 투명성, 신뢰성이 핵심이다. 이 핵심이 의심받는 문제엔 반드시 진상이 규명되어야 한다. 이런 사례를 보며 등수가 으레 조작된다고 여기게 되면 그것이 사회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도 연결돼 사회적 신뢰를 파괴한다. 오디션부터 투표와 당락의 공정성이라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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